엄마 수술 대기로 아주 오래 있던데? 내가 잠이 안 들어서 그랬나 봐. 수술실에서 눈을 감고 있어서 그 남자 얼굴도 못 봤네. 누구? 한 남자가 얼마나 엄살을 떠는지 하이고 수술도 하기 전에 모 그리 엄살이냐 하하 어떻게 생긴 남잔가 얼굴 꼭 보고 싶었는데. 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간호사도 묻더라. 왜 눈을 감고 있냐고. 무서워서 그랬지. 거기 수술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에 너무 무서울 것 같아 아예 눈꼭 감고 있었다. 그렇게 난리 치며 엄살 부리던 남자가 수면 주사 맞더니 쏙 들어가더라 하이구. 어쩜 그렇게 금방 조용해지냐. 하하
수술이 끝난 지금은 즐겁게 이야기하시지만 수술실로 가는 순간엔 실로 많이 두려워하셨다. 갑자기 배도 아프다 하신다. 간호사가 긴장하셨나 봐요~ 하고 웃는다. 방 안의 다른 환자분들이 잘 다녀오세요~ 하룻밤 새 친해져 서로 격려하며 인사를 나눈다. 네 수술 잘하고 오겠습니다~ 수술실 이동 침대에 누우니 듬직한 기사님이 나타나 쓰윽쓱 침대를 밀고 간다. 그 커다란 침대를 꼭 엘리베이터 모서리에 꽝 부딪칠 것만 같은데 아슬아슬 소리 하나도 안 나게 잘도 비켜간다. 캬~ 그 기술이라니. 나의 입이 또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꼭 부딪칠 것만 같은데 하나도 안 부딪치네요. 기술이 너무 좋아요. 아슬아슬 어쩜 그렇게 스릴 있게 다 비켜가지요? 하니 웃으며 우린 촉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다. 하하 정말 대단한 촉이다. 저 커다란 침대를 그렇게 재빨리 움직이는데 한 번도 꽝 부딪는 적이 없다. 짝짝짝 침대 기사님들 최고.
드디어 중앙수술실 앞에 도착. 엄마와 작별할 시간이다. 엄마 수술 잘 받고 나오세요~ 그래그래~ 수술실로 들어가시고 그 자동문은 꽝 닫히고 그만이다. 그때부터 기다림의 연속이다. 화면에는 이름 가운데가 별표로 뜨면서 수술실 입실, 수술 대기 중, 수술 중, 회복 중, 병실로 이동. 모 그렇게 차례로 뜬다. 그런데 한참을 수술 대기로만 있다. 에고. 어젯밤부터 금식하시고 얼마나 힘드실까. 아니 왜 대기를 한 시간이나 할까? 그럴 거면 아예 한 시간 늦게 데려가지. 혼자 별 생각을 다했는데 정작 엄마는 수술 끝나고 즐겁게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니 그 기다림의 시간이 하나도 괴롭지 않으셨나 보다. 나만 수술실 밖에서 밥도 못 먹은 채 애가 탔다. 점심 먹으러도 물 마시러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행여 보호자님 나오세요~ 할까 봐. 그렇지 수술실 앞은 몇 시간이 걸리건 지키는 게 예의지. 잘했어.
많은 분들이 참으로 친절하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침대째 그대로 엑스레이 실로 가 촬영을 하고 그리고 병실로 올라간다. 모든 게 끝이다. 입원 전엔 이런 사진 찍을 때 팔에 큼지막하게 깁스한 엄마 옷을 벗기고 입히느라 정말 시간 많이 걸리고 힘들었는데 이번엔 보호자는 들어올 필요도 없다 하니 내가 할 일이 하나도 없다. 두 기사님께서 알아서 척척 엄마 촬영을 한다. 그렇게 다시 병실로 가니 식구가 더 많아졌다. 비어있던 우리 앞자리에 새 식구가 왔다. 어떻게 넘어졌어요~ 언제 수술해요~ 언제 퇴원해요~ 어디 살아요~ 자녀가 몇이에요~ 정확한 나이가 어떻게 돼요~ 할머니들의 인간관계가 시작된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