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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22. 2020

드디어 수술


엄마 수술 대기로 아주 오래 있던데? 내가 잠이 안 들어서 그랬나 봐. 수술실에서 눈을 감고 있어서 그 남자 얼굴도 못 봤네. 누구? 한 남자가 얼마나 엄살을 떠는지 하이고 수술도 하기 전에 모 그리 엄살이냐 하하 어떻게 생긴 남잔가 얼굴 꼭 보고 싶었는데. 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간호사도 묻더라. 왜 눈을 감고 있냐고. 무서워서 그랬지. 거기 수술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에 너무 무서울 것 같아 아예 눈꼭 감고 있었다. 그렇게 난리 치며 엄살 부리던 남자가 수면 주사 맞더니 쏙 들어가더라 하이구. 어쩜 그렇게 금방 조용해지냐. 하하


연령보다 정말 젊으시네요 의사가 다른 사람인가 했다고 말했다며 엄마는 매우 즐거워하신다. 91세 할머니라고 쓰여있는데 내가 허리도 꼿꼿하고 아주 파파 할머니 같지는 않았나 봐. 하며 웃으신다. 의사가 침대 바뀌었는 줄 알았다고 했다고. 그래서 정말 나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아니. 그 아픈데 내가 무서워서 눈도 꼭 감고 있는데 그것까지 설명할 새가 어딨어. 엄마 주민등록증은 실제 나이보다 네 살이 많게 되어있다. 33년생인데 29년생으로 되어있다. 하하 수술실 안에서 엄만 이렇게 잘 지내시는데 밖에서 난 잠시도 수술실 앞을 떠나면 안 되는 줄 알고 꼼짝 않고 있었다. 행여나 안에서 보호자를 찾을까 봐. 그렇게 세시반 쯤에야 나오셨으니 하이고 배고파. 



수술이 끝난 지금은 즐겁게 이야기하시지만 수술실로 가는 순간엔 실로 많이 두려워하셨다. 갑자기 배도 아프다 하신다. 간호사가 긴장하셨나 봐요~ 하고 웃는다. 방 안의 다른 환자분들이 잘 다녀오세요~ 하룻밤 새 친해져 서로 격려하며 인사를 나눈다. 네 수술 잘하고 오겠습니다~ 수술실 이동 침대에 누우니 듬직한 기사님이 나타나 쓰윽쓱 침대를 밀고 간다. 그 커다란 침대를 꼭 엘리베이터 모서리에 꽝 부딪칠 것만 같은데 아슬아슬 소리 하나도 안 나게 잘도 비켜간다. 캬~ 그 기술이라니. 나의 입이 또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꼭 부딪칠 것만 같은데 하나도 안 부딪치네요. 기술이 너무 좋아요. 아슬아슬 어쩜 그렇게 스릴 있게 다 비켜가지요? 하니 웃으며 우린 촉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다. 하하 정말 대단한 촉이다. 저 커다란 침대를 그렇게 재빨리 움직이는데 한 번도 꽝 부딪는 적이 없다. 짝짝짝 침대 기사님들 최고. 



드디어 중앙수술실 앞에 도착. 엄마와 작별할 시간이다. 엄마 수술 잘 받고 나오세요~ 그래그래~ 수술실로 들어가시고 그 자동문은 꽝 닫히고 그만이다. 그때부터 기다림의 연속이다. 화면에는 이름 가운데가 별표로 뜨면서 수술실 입실, 수술 대기 중, 수술 중, 회복 중, 병실로 이동. 모 그렇게 차례로 뜬다. 그런데 한참을 수술 대기로만 있다. 에고. 어젯밤부터 금식하시고 얼마나 힘드실까. 아니 왜 대기를 한 시간이나 할까? 그럴 거면 아예 한 시간 늦게 데려가지. 혼자 별 생각을 다했는데 정작 엄마는 수술 끝나고 즐겁게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니 그 기다림의 시간이 하나도 괴롭지 않으셨나 보다. 나만 수술실 밖에서 밥도 못 먹은 채 애가 탔다. 점심 먹으러도 물 마시러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행여 보호자님 나오세요~ 할까 봐. 그렇지 수술실 앞은 몇 시간이 걸리건 지키는 게 예의지. 잘했어. 



야무지게 꽝 닫힌 중앙수술실. 대부분 그 앞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난 앉는 것보다는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엄마 돌보느라 부족해진 운동을 그 와중에도 생각한다. 푸하하하. 그런데 갑자기 끙끙 끄응끙 매우 심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응? 뭐지? 어디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니 바로 수술실 옆 엘리베이터 앞에 막 수술을 끝내고 나온 꽤 연세가 있는 여자분이 그렇게 끙끙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아.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심한 소리를 낼까. 그리고 남편일까 어떻게 해주지도 못하고 그냥 침대 옆에 무방비로 서있다. 저렇게 아파하는데 어떻게 손이라도 좀 잡아주시든가 무언가 해주시지. 엉엉 끙끙 끄으응 아 신음소리가 더욱 심해진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아서일까? 계속 못 타고 있다. 아아아아 아으으으 정말 아픈 소리를 그분은 토해내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아픈 소리를 내며 수술 중인 환자를 기다리는 보호자들을 우울하게 만들더니 드디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진다. 아, 빨리 아프지 않게 되면 좋겠다. 



그렇게 들어오고 나가고 들어오고 나가고 대기실 보호자들은 하염없이 기다린다. 열한 시 반에 수술실로 들어간 엄마는 수술 대기 중이라는 문구가 한참을 떠있더니 드디어 수술실 입실이라고 뜬다. 중앙수술실 문을 들어간다고 수술실 입실이 아닌 것이다. 누군가 들어가는 순간 그 앙 다문 중앙수술실 문은 활짝 열린다. 그때마다 안을 기웃기웃. 혹시 우리 엄마 보이나? 기웃기웃. 마치 공항에서 귀국하는 친지를 기다릴 때 문이 열릴 때마다 목을 빼고 안을 들여다보던 것과 같은 느낌이다. 아 궁금하여라. 이 꽉 닫힌 문은 가끔 열렸는데 어느 때? 환자가 회복을 다 해서 병실로 이동해야 할 때 간호사가 나와 아무개님 보호자 들어오세요~ 한다. 그러면 대기하던 보호자는 네~ 큰소리로 답하고 발딱 일어나 허겁지겁 들어간다. 그리고 저렇게 병원 관계자가 무언가를 들고 들어갈 때. 그리고 제일 많이 오는 분들이 퀵이다. 푸하하하 그 앞에서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나 잘 관찰해보니 그 안에 들어가려면 왼쪽 옆 인터폰에 대고 어디서 왔어요~ 말을 해야 문이 쫙 열리는데 퀵입니다~ 하는 분들이 제일 많았다. 퀵으로 수술실로 무엇이 배달되는 걸까? 수술도구? 약? 심장 그런 거? 궁금하다. 하하



많은 분들이 참으로 친절하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침대째 그대로 엑스레이 실로 가 촬영을 하고 그리고 병실로 올라간다. 모든 게 끝이다. 입원 전엔 이런 사진 찍을 때 팔에 큼지막하게 깁스한 엄마 옷을 벗기고 입히느라 정말 시간 많이 걸리고 힘들었는데 이번엔 보호자는 들어올 필요도 없다 하니 내가 할 일이 하나도 없다. 두 기사님께서 알아서 척척 엄마 촬영을 한다. 그렇게 다시 병실로 가니 식구가 더 많아졌다. 비어있던 우리 앞자리에 새 식구가 왔다. 어떻게 넘어졌어요~ 언제 수술해요~ 언제 퇴원해요~ 어디 살아요~ 자녀가 몇이에요~ 정확한 나이가 어떻게 돼요~ 할머니들의 인간관계가 시작된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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