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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19. 2020

입원 전 코로나 검사

그냥 길거리를 가는 것도 코로나 때문에 무시무시한 느낌인데 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수술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마쳐야 하니 많이 불안하다. 그러니 기왕이면 간 김에 두루두루 몽땅 할 수 있으면 좋겠건만 딱 입원 하루 전에 해야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코로나 검사다. 아니 정확히는 입원 이틀 전이다. 결과가 입원 하루 전에 나와야 하니까. 얼마 전 잠깐 쓰러지셔서 온갖 검사를 위해 입원할 때 코로나 검사를 했기 때문에 그걸 한 번 말해보았으나 소용없다. 무조건 입원 하루 전 결과표만이 유용하단다. 지난번 코 끝까지 밀어 올려 매우 아파 한참을 고생하던 기억이 있으셔서 자꾸 걱정하신다. 아 전에 했는데 그걸로 안된다냐? 왜 그럴까? 아 그거 무척 아픈데. 머리가 띵할 정도로 위로 밀어 넣던데. 이런저런 걱정을 쏟아내는 엄마를 꽉 붙들고 걱정 마시라고 한번 해보셨으니 이젠 괜찮을 거라고 달래 드리며 코로나 검사실로 향한다. 밤새 눈이 왔는지 온통 길이 미끌미끌하다. 엄마를 단단히 붙들고 가지만 나도 여차하면 미끌! 넘어질 판이다. 조심조심. 


(사진:꽃뜰)

컨테이너 박스로 가라기에 병원 안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쭈욱 겉으로 돌아 응급실 입구에 있는 검사실로 간다. 집안이 따뜻해 너무 두꺼운 파카 대신 그것보단 얇으나 매우 예쁜 파카로 멋을 낸 엄마가 추워한다. 날씨가 춥네. 다행히 검사실 컨테이너 박스 앞엔 막사가 있고 그 안에 들어가니 정말 후끈 후끈이다. 아 따뜻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여전히 걱정이 많으신 엄마. 괜찮을 거예요. 꾹 참으세요. 지난번 무척 아팠다. 드디어 엄마 번호를 부른다. 73번 검사하러 오세요~ 벌떡 여기서도 아차 넘어지면 끝이다. 엄마의 한 팔을 꽉 붙들고 조심조심 검사실로 들어간다. 우아. 문이 얼마나 무거운지 90 바라보는 할머니는 혼자 열지도 못하겠다. 검사받으시는 장면을 좀 찍을까 뭉그적 서 있으니 보호자는 나가란다. 여기서 혹시 엄마 검사받는 모습 사진 찍으면 안 될까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으나 아서라 바쁜 검사하는 분에게 그건 아닌 것 같아 꾹 그 말을 삼키고 다시 그 육중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대신 밖에서 검사실만 열심히 찍어댄다. 하하


문을 열어드려야겠기에 이제나 저제나 검사 끝나 의자에서 일어서시는가를 지켜보고 있는데 앗 정말 금방 끝난다. 주섬주섬 일어나시는 모습이 포착. 달려가 문을 활짝 열고 잘 부축해 모시고 나온다. 어땠어요? 너무 아파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더 더 깊숙이 들어갈 거야. 아플 거야 더 깊이 갈 거야 너무 심하게 생각해서인지 아님 그때랑 달라서인지 조금만 들어가다 말더라. 하나도 안 아프다. 하하 정말 한참 전과 검사 방식이 달라진 걸까 아님 너무 아플 거라 잔뜩 겁을 먹으셨기 때문에 도리어 덜 아프게 느껴진 걸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바로 그거네요. 너무 아플 거라 기대하니 도리어 안 아픈가 보아요. 하면서 우리는 깔깔 잘 됐다. 이젠 내일 오후 2시 검사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룰루랄라. 나온 김에 장 봐서 들어가요. 


조심조심 걸어가는데 햇빛의 위력이라니. 햇빛을 환하게 받고 있는 도로는 아주 안전하게 도로 본연의 모습인데 바로 곁인데도 빌딩에 햇빛이 가려진 도로는 그냥 눈이 고대로 얼어붙어 맨질맨질 보기만 해도 꽈당! 넘어질 모습이다. 일부러 햇빛 가득한 반대편 길로 건너가기로 한다. 음지와 양지. 커다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병원 쪽은 음지 반대편 도로는 양지.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 햇빛이 정말 대단해. 엄마도 해님을 극구 찬양한다 하하


(사진:꽃뜰)


파리에 있는 아들은 할머니 입원 전 보양하셔야 되니까 한우 제일 맛있는 거 사드리세요. 제가 쏩니다. 고기 사고 영수증 보여주세요. 난리다. 할머니 수술한다는 가족 톡에 놀라서 보이스톡 오더니 우리 먹는 게 영 풀때기뿐이라고 고기를 드셔야 한다고 난리법석이다. 그 애는 남편과 내가 먹는 식단을 가지고도 그렇게 풀때기뿐이라고 단백질을 좀 드셔야 한다고 종종 오늘 식사 좀 찍어보내라며 참견을 한다. 그러나 엄마도 나도 남편도 그저 된장찌개에 김치에 멸치볶음에 그런저런 반찬이 편하다. 고기는 좀 부담스럽다. 그런데 그 애는 그렇게 고기 타령을 하며 고기를 먹으라 한다. 그러나 우린 오늘 점심에 냉동실에 있는 돼지 삼겹살을 꺼내 김치찌개를 해 먹었다. 그래서 배가 그득하다. 아직 밥 먹고 싶지 않다. 그래 오늘 고기는 됐다. 내일 한우를 먹기로 하자. 오늘은 간단히 김치만 해서 먹자. 모 그렇게 자꾸 풀때기 모드로 가려하신다. 그게 속은 편하다. 여기서 반짝. 엄마 우리 치맥 어때요? 그것도 고기니까. 제가 쏩니다 하면 아들이 갚아줄 것이다. 하하 


(사진:꽃뜰)


마트에서 맥주와 우유와 토마토를 사고 교촌치킨에서 닭다리와 닭날개만 튀겨져 매콤한 거를 주문하고 집으로 온다. 다시 치맥이다. 하하 이제 모든 게 끝이다. 검사 결과만 받고 일요일 오후 입원하시면 된다. 돌아오는 길 나무 위에 새가 달랑 한 마리다. 홀로 사는 엄마 모습이다. 그 많은 친구분들 코로나 때문에 모두 집콕이다. 아파도 수술해도 병원에 올 수도 없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들어오지도 못해. 면회 올 생각도 말아. 그냥 기도만 해줘. 그렇게 엄마는 오지 말라를 강조하며 친구들과 통화한다. 그래도 입으로라도 친구와의 많은 대화는 좋다. 이제 입원 전 모든 미션을 클리어한다.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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