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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27. 2020

사골국 뽀골뽀골

뼈가 잘 붙으려면 아무래도 사골국이 최고겠지?


엄마는 계속 사골국 타령을 하신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 퇴원이다. 엄마랑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게 생겼다. 다행히 퇴원해서 집에서. 그럴 거다. 사골국을 뽀골뽀골 끓여놓으면 엄마의 뼈가 든든히 붙을 게다. 수술 후 별로 통증도 없고 수술도 잘 되었다 하고 피주머니도 뗐고 소독도 했다. 2주 후에 실밥 뜯으러 오면 된다. 그때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주란다. 아 모든 게 평화롭게 진행된다.


내일 퇴원 준비를 하기 위해 저녁까지만 같이 먹고 양치질하고 세수도 하고 화장품까지 다 바르게 도와드리고 밤새 드실 물도 떠다 놓고 집으로 향했다. 아니 마트로 향했다. 사골국을 오늘 끓여두어야 내일 엄마 퇴원과 맞춰 드시게 될 테니까. 잘 계시는가 저녁 8시쯤 전화를 드리니 그 방 전체가 시끌벅적이다. 응 여기 지금 이야기꽃이 만발이야.


5인실인 그곳. 팔이 부러진 88세 우리 엄마, 바로 옆의 분은 주무시러 침대에 올라가다 어떻게 털썩 주저앉게 되었는데  고관절이 나갔다는 85세. 그 옆엔 오늘 새로 들어온 젊은 새댁. 아직 인사를 나누지 않아 이미 집으로 온 나는 모른다. 한밤중에 시끌벅적 인사가 이루어지나 보다. 그 앞엔 중후한 의사 선생님과 얘~ 재~ 하는 내 나이 또래의 보호자. 피가 많이 나온 거야? 아니 이 정도면 괜찮아 좀 두고 보자고. 응. 하도 다정하게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해서 혹시 남자 친구? 그렇게 물어볼 뻔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하하 환자인 그 보호자분의 엄마가 그 의사 선생님의 고모란다. 어릴 때 거의 같이 자라다 시피 해서 잘 안단다. 병원에서 하늘 같은 의사랑 그랬어 저랬어 할 수 있는 남자 친구든 사촌간이든 그런 가까운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다. 하하 검사를 해도 하나 더 해주는 것 같고 무엇을 하건 모든 게 아는 사이니까 특별히 챙겨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분 어머니는 92세로 집 앞에 걸어 나가시다가 넘어져 고관절이고 다리고 팔이고 많은 곳이 부러져 119에 실려오셨단다. 그 방 5인 중 제일 심하게 다치셨다. 그 옆은 전라도 사투리를 아주아주 심하게 쓰는 70세로 엄지발가락이 꼬부라져 수술하러 오셨다. 그렇게 다섯 명의 새로운 삶의 시작인 거다.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다 보면 간호사님이 들어와 안돼요 안돼. 코로나 때문에 식사 때는 커튼을 쳐야 해요. 하면서 개개인 커튼을 끝까지 치고 나간다. 그러면 우린 각자 커튼 속 자기 방에서만 먹는다. 함께 나누어 먹고 그럴 수가 없다. 우린 그걸 종종 잊고 신나게 이야기하며 먹다가 간호사님 말에 아차 아차 차차 죄송합니다. 또 깜빡했어요~ 하고는 후다닥 커튼을 친다. 밥 먹지 않을 땐 환자도 보호자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새 식구가 생겼고 마침 젊은 새댁이고 90대까지 아픈 중에도 서로 나누는 이야기는 즐거우신가 보다. 아니 왜 그렇게 외박을 해요? 우리가 검사를 하느라 한참을 외래에 있다 들어가면 옆에서 들 보고 싶었다며 왜 그리 외출이 심하냐고들 난리다. 하하 그렇게 또 이웃이 형성된다. 옆칸 며느리도 사위도 와서 다 서로 인사하고 딸들도 인사한다. 아 도와드려요? 여차하면 서로 돕고 배려하고 넘어지면 끝이에요. 우린 넘어지면 안 돼요. 정다운 대화가 오간다. 그리고 어김없이 밥이 나온다. 7시 반, 12시 반, 5시 반. 참으로 건강한 식단과 시간이다. 엄마 우리도 집에 가면 이렇게 작은 종지에다 딱 일회용으로 만들어 시간 지켜 먹어보면 어떨까요? 그거 참 괜찮을 거 같다. 병원식사 다이어트? 하하 멋지네. 병원밥처럼. 그렇다면 5시 반 이후 아무것도 안 먹어야 한다.


그런데 혼자 집에 온 나는 지금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 긴긴밤을 어찌 아무것도 안 먹고 보낼 수 있을까. 이 밤도 마지막이다. 홀로 자유로운 시간 마지막. 내일이면 엄마가 온다. 그리고 난 엄마의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주문했고 그리고 사골국을 끓이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밀려버린 그 이전 글입니다.)


(사진: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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