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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03. 2019

빛바랜 사진

1969년 광화문 덕수 국교 6학년 7반 교실



저는 이 사진 찍던 그 때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합창을 하는 게 아니랍니다. 완전히 폼만 잡은 거지요.


실제 합창하는 것 보다도 더 합창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우리는 입도 더 크게  벌리고 눈도 더 동그랗게 뜨고

입도 더 크게 벌리며 합창하는 척!을 했습니다.


지휘하는 아이도 반주하는 아이도 노래하는 아이도

지휘하는 척! 반주하는 척! 노래하는 척!

모두가 그렇게 척! 을 하고 있었지요.



1969년 6학년 때 졸업사진촬영중


곳곳에 운동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보이지요?

맨 윗줄 헤어밴드를 하고 운동복을 입고 있는 애가 바로 저랍니다.

앞에서 지휘하는 애 반주하는 애.

모두 함께 농구를 한 아이들입니다.

왜 그러면 합창하는데 운동복을 입고 있을까요?

왜냐하면 졸업앨범 사진 촬영 날이기 때문입니다.

 

1969년 6학년때 졸업사진촬영중


농구부는 운동장의 농구 골대 앞에서 찍었습니다.

본래 우리 반에 농구부는 5명인데 더 멋져 보이라고

선생님께서 농구부 아닌 애까지 운동복을 입혀서

사진을 찍었지요. 파란 운동복이었습니다.

우린 주로 이 옷을 입고 학교에서 운동했습니다.


1969년 졸업사진촬영을 위해 하루종일 땡볕에서 


덕수 국민학교에 농구부는 사실 없었습니다.

우리 5학년 때 중학교 입시가 없어지면서 모든 과외가

그날로 딱!!! 끝나버렸습니다. 저도 불광동의 유명한

서한샘 선생님의 과외를 듣고 있었지요. 입시 없어지면서

그 모든 게 딱!!!! 멈추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급조된 농구부였을 겁니다.

우리는 장충체육관에 시합 나가서 20대 빵 기록했답니다.

성균관대학교 ROTC 생도가 우리 농구부 코치 선생님이었는데

무척 창피하셨을 겁니다. 세상에 빵! 이라니요.  

단 한 골도 못 넣은 거지요.


1967년 전국피구대회에서 우승하던 순간


4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거머 줬던 대단한 여자 피구부

애들로 구성되고 공부도 잘 하고 키도 커서 반을 주름잡던

우리 농구부가 장충체육관에 가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창피한 상황을 만든 거지요.


맨질맨질한 바닥에 파란 테이프로 줄 쳐져있던 경기장.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면 왜 이 상황에서 호루라기를 불까?

했던 기억이 생생한 공부만 하던 덕수 농구부. 하하


세상에 빵!!! 이라니요 아마도

장충체육관 역사에 기리 남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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