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고속열차 SRT를 타고 가는 중이다. KTX는 서울역이 종착역이지만 이것은 수서역이라 강남에 갈 때는 꼭 이 열차를 이용한다. 이 열차가 처음 선 보였을 때 내가 가장 놀란 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화장실이었다.
열차와 열차 사이에 둥글고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는 화장실. 오호 강남행이라? 하하 그렇게 나를 놀라게 했던 화장실. 정신 차리고 보니 모든 화장실이 이렇게 커다란 게 아니고 장애인용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자리가 가까울 땐 이용하게 된다.
오늘! 나는 그 커다란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곳 주위에는 종종 사람들이 있다. 이른 시각에는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열차 내 객석은 꽉꽉 차 만원이고 이 통로에까지 입석표를 산 사람들이 많다.
적은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단 한 명이 있을 지라도 화장실에 들어가기 위해 노란 열림 버튼을 누르는 순간 드드드드 하며 그 거창한 화장실 문이 쫘악 열리기에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겨우 화장실 안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닫힘을 누르니 드드드드 거대한 문이 닫힌다. 좀 빨리 닫히면 좋겠건만 어찌나 느린지 에고.
문이 다 닫히고 잠금을 누른다. 문이 닫혔다고 이 잠금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간 큰일 난다. 누가 밖에서 열림을 누르면 그대로 열리니까. 흐익. 잠금까지 확실히 눌렀으니 참 잘했다. 이젠 안심이다.
"오송 오송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헉 이게 머여? 손을 닦고 있는데 그런데 아 저런 방송이 나오는 게 아닌가. 즉 정류장이 가까웠다는 말이다. 그 말은 즉 이미 통로에는 이 역에 내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말이 된다.
아, 어떡하지? 역에 멈추고 사람들 모두 타고 내릴 때까지 이 안에서 기다릴까?
그래야 되겠나 보다 하고 있는데 무언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또 역에 내리기 전 혹시 화장실이 급한 사람이 있다면 어쩌겠는가? 그래 이 곳에 한참 있는 건 옳지 않아.
열차가 멈췄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것도 같다. 나가자. 나가야 한다. 그래.
열림을 누르는 순간 아흑 나도 놀라고 내리려고 몰려 선 사람들도 놀라고.
드드드드 거대하게 열리는 문. 모지? 모지? 깜짝 놀라는 사람들. 변기 세면대 다 보이는 활짝 열린 커다란 화장실에서 걸어 나가는 나.
하이고 에구에구 하며 서둘러 닫힘 버튼을 누른다. 드드드드 문이 닫히며 상황 종료? 아니다. 일제히 나를 바라본다. 아니 모두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어떻게 내 자리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후다다닥하이 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