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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18. 2021

열차 타고 빵빵~

열차 타고 빵빵~ 이 아니라 쒜엑~ 푸하하하 고속열차 SRT를 타고 서울로 가고 있다. 항상 KTX를 타고 일산으로 직행으로 달렸지만 오늘은 강남으로 가기 위해 SRT를 탔다. 왜냐하면 나의 여고시절 단짝 친구 S가 미국에서 와서 드디어 자가격리를 끝내는 날이기 때문이다. 작년 봄에 왔을 때도 그녀는 자가격리를 했고 끝나는 날 우리 친한 친구들은 모여 그녀의 수고를 격려하며 자가격리 무사히 마침을 축하했다. 그건 어느새 우리의 루틴이 되어 그녀가 미국에서 온다 하니 모두들 기대했고 드디어 다시 뭉친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그녀는 남동생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엄마 집이 있지만 그렇게 하면 엄마가 위험할 수도 있고 조심스러운데 마침 남동생 가족 모두가 미국에 잠시 가게 되어 비어있으니 거기서 자가격리를 하고 우린 그 집으로 모이기로 한 것이다. 보건소에서 마지막 코로나 체크까지 받고 모든 게 잘 끝났으니까 우린 축하해주어야만 한다. 


무엇을 할 것이냐? 하하 고스톱? 노노노 그럴 시간이 없다. 우린 지금 친한 친구 네 명이 모인다. 어차피 지금 5명 이하만 모일 수 있기에 그걸 우리에게도 적용한다. 그래서 친한 애들을 더 부를 수도 있겠지만 우린 딱 네 명에서 멈추기로 했다. 정부 시책에 우리도 맞춰야 하니까. 


"엄마~ 내일 아침 일찍 갈게요."


나를 기다리는 엄마에게 일단 전화를 드린다. 하하 


"S? 그래 즐거운 시간들 보내라."


여고시절부터 서로 집을 왔다 갔다 했으니 그녀 엄마도 나를 잘 아시고 나의 엄마도 그녀를 잘 안다. 나이 들 수록 친구는 무척 소중하다며 우리의 우정을 더욱 기뻐하신다. 밤새며 수다 떨 거라니 나보다 더 즐거워하신다. 하하 우린 오늘 여고시절처럼 감히 올나잇을 한다. 밤새도록 밀린 이야기를 할 것이다. 고스톱 할 새가 어딨어? 그래그래 이야기를 하자. 밀린 수다를 왕창 풀자. 모두 밤샌다 이야기하고 나와. 남편들도 우리를 잘 알기에 적극 환영이다. S에게 떠나는 나를 위해 남편은 마스크도 새 거로 줄에 갈아 끼워주고 서울 가는 여비라고 용돈도 주고 우리 집 아파트 19층에서 리무진 타러 나가는 나를 사라질 때까지 뒷베란다 창문을 열고 훠이훠이 손도 흔들어준다. 잘 다녀오라고. 


S는 특별하다. 결혼 후 처음 남편 회사분들 집들이할 때 아직 미혼이었던 그녀는 나의 파트너 되어 메뉴 선정에서 상차림까지 나와 함께 멋지게 치러낸 기억도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수시로 함께 하며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에 남편은 S를 아주 잘 안다. 그녀가 자가격리 끝나 쫑파티를 하는데 내가 빠질 수는 없지 암. 102세 김형석 교수님께서 나이 60 넘어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딱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 하셨다는데 이렇게 모여 맘껏 이야기를 하고픈 친구가 있으니 그럼 난 성공한 인생인가. 하하


그리고 난 또 할 일이 있다. 밤새 수다를 떨고 다음 날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야 한다. 실밥도 뽑고 모든 것 다 했지만 완벽하게 나을 때까지 한 3개월 동안 계속 병원에 다녀야 한다. 2주간 잘 지내셨으려나. 가서 엄마를 뵙고 이것저것 챙겨드리고 나의 서울 나들이야말로 일거양득 꿩 먹고 알먹고다 하하


어쨌든 친구와 밤새 수다를 떨기 위해 열차 타고 빵빵~ 이 아니라 쒜엑 달려가는 이 순간은 너무 좋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거 자체가 없다. 그냥 우린 흘러나오는 대로 마냥 수다를 떨 것이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하 기다림이란 얼마나 좋은가. 멋진 밤이 예정되어있는 열차 안. 하하 나의 가슴은 붕붕 붕붕 저 하늘 높이높이 떠간다. 하하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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