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골프는 약간 예민한 면이 있다. 실력은 비슷해도 어떤 날은 잘 되고 어떤 날은 잘 안되기도 하는데 요 거이 부부 골프일 경우 상당히 예민하게 작용한다. 내가 잘 된다고 마구 기뻐할 수도 없다. 만약 상대방 여자가 잘 안된다면 도리어 나 혼자 잘 되는 것이 미안하게까지 되는 것이다. 무언가 다운되는 상대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건 대개 악순환이 되어 더 이상하게 공이 꼬여가기 마련이다.
이번엔 내가 잘 됐다. 가볍게 쓰리온을 하고 꽤 길었는데 땡그랑 기적같이 원펏을 하며 나이스 파! 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녀 표정이 좋지 않다. 이상하게 쎄컨 샷에서도 써드샷에서도 오늘 그녀는 심하게 뒤땅을 치고 있다. 뒤땅은 남의 땅 독도는 우리 땅. 내가 수도 없이 뒤땅을 칠 때 어느새 다가온 남편은 그렇게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그런데 난 오늘 뒤땅 아니다. 빵빵 멋지게 공을 날리고 있다. 그 앞에서 픽픽 앞으로 고꾸라지고 마는 뒤땅을 치는 그녀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느낄 수 있다 차갑게 가라앉고 있는 그녀 마음을.
나도 그랬다. 유난히 안 되는 날이 있다. 그게 부부 골프일 경우 괜히 창피하고 상대방 여자와 비교되고 그것은 더욱 스트레스 되어 공은 더 빗나간다. 그때의 엉망진창 마음을 알기에 어떻게든 그녀 마음을 풀어주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심하게 뒤땅을 쳐 공은 코앞으로 굴러가고 있을 때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아, 아까워. 뒤땅이네. 아깝다고 말할 밖에. 그냥 모른 척하기도 그렇지만 아깝다고 말하는 게 과연 위로가 될까? 그녀가 좀 웃으면 좋겠는데 웃음은커녕 공이 안 되는 만큼 그녀 얼굴은 점점 더 굳어진다.
그렇다고 나만 승승장구 잘 나가느냐? 18홀까지엔 무수한 사건이 일어난다. 인코스 시작한 홀에서 이상하게 버벅대고 있는 내 앞에서 그녀가 오잘공으로 그야말로 멋진 샷을 보이며 감히 투온을 한다. 와우. 차갑게 내려앉던 그녀의 기분은 단숨에 업업 하늘로 올라간다. 미소 하나 없던 그녀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핀다. 하하 나의 그 어떤 노력도 전혀 효과를 발휘 못했는데 빵~ 멋지게 날아가는 샷 하나가 그녀를 활짝 웃게 만든다. 일단 웃으면 끝이다. 그러면 그 웃음은 주변의 좋은 기를 모아 더욱더 잘 풀리게 만드는 것 같다.
웃으면서부터 그녀의 공은 달라진다. 그제야 말도 많고 표정도 밝아져 깔깔 푸하하하 함께 웃는 부위기가 된다. 아, 공이 뭐라고.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더니 빵~ 멋지게 날아가는 공 하나에 활짝 웃음꽃이 필까. 그 한 방의 웃음은 정말 주변의 좋은 기를 깡그리 모아 오나보다. 그때부터 그녀는 그야말로 훨훨 난다. 더 이상 뒤땅은커녕 빵빵~ 멋지게 공을 날린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꾸자꾸 다운될 때 빵~ 웃음으로 뒤덮어버리면 그렇게 확 바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