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Apr 20. 2019

1960년대 덕수국교 친구들

참밸리 C.C. 에서 함께 공 치며 깔깔

1960년대 광화문 덕수 국교에서 함께 공부하고 뛰놀던 친구들과 함께~

<2019년 4월 16일>


나왔어. 간첩 접선하듯 짧게 보내는 나의 신호에 따라 즉각 도착한 차 안에는 영림이, 대영이, 윤표가 타고 있다. 영림이도 대영이도 일단 윤표네로 와서 차를 두고 대영이 차로 나를 태우러 수서역으로 온 것이다. 꽉꽉 골프채 4개를 싣고 참밸리 C.C.로 떠나려는 참이다. 네 개씩이나 되는 골프백들을 정리하고 있는 대영이를 자동차 뒷 창을 통해 보는데 와우 너무 멋지다. 밝은 태양 아래 새하얀 와이셔츠, 까만 선글라스, 그 폼이 일품이라 대영아, 잠깐!!! 불러 세우고 찰칵. 하하 오랜만에 영림이를 만나 우리는 폭풍 수다 돌입. 와우 즐거운 덕수 56 골프~ 



오늘은 2019년 4월 라운딩! 평소보다 1시간 빠른 11시 44분 티오프. 그래서 지각 자 속출이다. 터널을 청소한다고 오는 곳마다 차들이 꽉꽉 막혀있단다. 윤표랑 대영이는 선지 해장국, 나랑 영림이는 올갱이 아욱국을 클럽하우스에서 정신없이 퍼 먹고 달려 나간다. 그런데 이미 경기 요원이 소리치고 있다. 빨리빨리 나가세요~ 우리 바로 뒤에 어마어마한 단체팀이 있단다. 커다란 대형 버스가 단체 팀을 끝도 없이 쏟아낸다. 그 팀 전에 우리는 서둘러 떠나야 한다. 빨리빨리~ 단체 촬영도 못한 채 각자 자기 코스로 흩어진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동언이랑 완주가 오지 않는다. 드르륵 전화해보니 차가 너무 막혀서 아직 골프장 진입 조차 못하고 있단다. 제2조를 먼저 내보내기로 하고 퀸스 코스 1번 홀로 왔는데 우리 1조가 조금 기다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러니 경기위원이 시창이랑 나 단 둘인 제1조를 먼저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둘이 티오프를 한다.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높은 산들. 구불구불 산을 타고 올라가며 공을 친다. 시창이가 치고 그리고 내가 치고 골프 백  4 개가 실려야 할 카트에 달랑 두 개만 실린 채 우리는 일단 라운딩을 시작한다. 44분 우리 티 오프 시간은 아직 안 되었지만 경기 위원이 서두르는 통에 단체 사진도 못 찍고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헐레벌떡 공치기 바쁘다. 그래서인지 시창이도 샷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린 근처 어프로치 샷에서 공은 봉~ 뜨며 그린 위에 톡 떨어지더니 쫄쫄쫄쫄 굴러 오마 낫 그대로 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와우~ 칩인 버디!!! 네 명의 환호~  가 아니라 예쁜 캐디랑 나, 단둘의 환호가 터진다. 정신없이 쫓기느라 이상한 드라이브 샷으로 스타일 구겼던 시창이가 완전 자신의 뽀다구를 회복하는 순간이다. 하하 


언니야~ 버디 값 하며 시창이가 캐디에게 만원을 건네고 있는데  마구마구 달려오는 카트가 있었으니 지각생 동언이랑 완주다. 예쁜 경기위원이 낑낑 그들의 채를 우리 카트에 옮겨 싣는다. 아, 터널 청소한다고 얼마나 차가 막히던지. 처음 네비가 11시 도착이라 했는데 이렇게 늦네. 투덜투덜 완주랑 동언이랑 차가 막혀 애쓴 이야기를 한참 쏟아낸다. 이제 제3 홀부터는 네 명이 함께 한다. 파이팅!!!


아, 그런데 우리 조를 보라. 지난달 등장하자마자 이글을 기록했던 완주, 한창때 씽글을 기록하며 팡팡 날렸던 시창이. 아, 그의 잘 맞는 샷은 정말 모두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그리고 회사 일의 변수 때문에 항상 늦게 신청하다 지난달엔 마감!!!!으로 치고 싶어도 못 쳤던 우승을 밥 먹듯 하는 동언이.  


이 쟁쟁한 팀에서 과연 내가 잘 칠 수 있을까? 모두 빵빵 장타에 덕수 56 골프 우선순위를 다투는 으뜸 선수들 속에서 말이다. 와이 이번엔 이렇게 여학생을 뿔뿔이 흩어 놓았을 꼬? 그래도 떨지 말자. 오래 함께 한 친구들. 차분하게 집중 집중 조용히 나의 맘을 다스린다.


너무 높은 곳이기에 저 멀리 아래로 구비구비 내려다 보이는 산들 그리고 시내 모습. 만든 지 4년밖에 안 된 골프장이라서 일까? 그윽하고 뿌리 깊은 나무는 없다. 약간 비실비실 가는 줄기의 나무들이다. 허허벌판이라 느껴질 정도다. 



난 금년에는 아직 개나리 꽃 핀 걸 못 봤어. 누군가의 말에 산 쪽을 바라보니 앗 마침 개나리! 금년에 개나리 못 본 친구를 위해 찰칵찰칵. 하하 공에 집중하세욧. 



저것이 진달래일까 철쭉일까? 그 헐벗은 산에 간간이 분홍으로 물들어 있는 꽃을 보며 우리는 이름을 맞추려 한다. 아마도 진달래 같다. 진달래는 먹기도 하고 술도 담그지. 철쭉은 독이 있어. 아름답게 곳곳에 피어있는 진달래를 보며 추억의 진달래 이야기 꽃이 핀다 쟁쟁한 우리 카트에. 하하



우아~ 이런 곳에서 어떻게 공을 쳐? 처음 이 골프장에 온 동언이가 기막혀하고 이글을 기록했던 완주도 멍하다. 와이? 그야말로 구비구비 아래로 절벽이랄까. 끝도 안 보이는 저~ 아래 파란 해저드 그리고 겨우 보이는 페어웨이. 그야말로 빵~ 멋지게 친다 해도 페어웨이 안착이 쉽지 않다. 조금만 잘 못 쳐도 그대로 절벽 아래 해저드에 빠질 판이다. 



여성은 우대. 그 무시무시한 절벽을 꼬불꼬불 한참 카트 타고 내려와서 레이디티가 있다. 빵~ 새 볼로 쳤는데 너무도 예쁜 진한 꽃분홍 볼빅 볼로 쳤는데 해저드 위에 떨어진 것 같은데 그 앞에 가서 아무리 찾아도 없다. 에고. 예뻐서 아끼다 겨우 써 보는 멋진 새 볼은 꼭 이렇게 달아나 버린다. 딱 소리가 났는데 아마도 바위 맞고 연못으로 들어갔나 보다. 찾는 걸 포기하고 다른 공을 연못 앞에 놓고 친다. 아, 아깝다. 남자 티에서는 무시무시해 보이던 해저드가 한참 내려와서 있는 레이디티에서는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처럼 가깝게 보여 새 볼을 그대로 썼는데 그렇게 내 곁을 허망하게 떠나 버린다. 쫌 떠났으면 하는 낡은 볼은 끝까지 내 곁에 붙어있고.



아웃코스 9홀이 끝난다. 비실비실 나무 위로 태양이 빛난다. 카트가 여러 대 밀려 있다. 인코스로 나가기 전 길게 남은 시간. 대개 이럴 때면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먹곤 하지만 오늘 우리에겐 먹거리가 많다. 혜원이가 미리 주문 해 아침부터 쫘악 현관에 늘어놓아 서방님을 깜짝 놀라게 하며 가져왔다는 맛있는 워커힐 빵. 카트를 그늘에 가져다 놓고 하나 씩 손에 쥐고 먹는다. 맛있게도 냠냠~ 지난달 처음 오고도 잘 적응하는 완주. 동창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언제 와도 잠깐 지나면 어느새 오래전 친구처럼 되는 특별한 관계. 그 옛날 추억을 함께 하는 참 귀한 인연. 



광윤이가 한 보따리 씩 카트마다 안겨준 경주 빵. 앗 경주 빵은 내가 사 와야 하는데 나는 짐을 줄이고 줄이고~ 골프채 들고 오느라 모든 짐 축약. 그런 건 생략한 지 오래다. 완주가 손에 들고 멋지게 찍었지만 우리 카트의 경주 빵은 오데로 갔을까? 혜원이는 친구들이 가져온 먹거리를 운동하며 다 먹지 못할 것 같으면 똑같이 갈라 나누어 준다. 이건 네꺼. 이건 얘꺼. 이건 쟤꺼. 알아서 들 자기 백에 챙겨 넣어. 그런 걸 혜원인 참 잘한다. 우리 제1조는 혜원이가 준 빵과 상용이가 준 쵸코렛까지는 함께 나누어 먹었지만 경주 빵을 먹을 새는 없었다. 경기는 끝났고 우린 까맣게 잊는다. 광윤이가 귀하게 사다 준 경주 빵을 그래서 우린 맛도 못 본다. 


막 초록 잔디가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페어웨이. 곳곳에 모래가 꽤 많이 뿌려져 있다. 특히 그린에는 모래 범벅이다. 라이도 안 먹고 원하는 대로 볼이 가주지 않는다. 땡그랑~ 소리가 안 날 때 모든 건 모래 탓 하하. 골프가 안 되는 108가지 이유가 있다는데 얼마나 좋은 핑계인가. 모래가 많아서야. 모래만 없었으면 땡그랑~ 들어갔을 텐데. 요런 심뽀.


곳곳에 피어 있는 분홍 진달래를 감상하며 오늘의 골프를 마무리한다. 아 골프의 계절 봄이 왔다. 우리가 할 때는 언제나 날씨가 최고야. 하하 호호 좋은 날씨에 막 서로서로 덕수 56 골프를 치켜세운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저녁식사. 라운딩 후의 시원한 맥주 첫 잔. 와우. 파이팅!!! 여자들끼리 먼저 파이팅!!!! 마치 보신탕처럼 생긴 쇠고기 전골로 푸짐한 저녁. 



회장님 말씀. 아니 혜원아 네가 언제 이렇게 말을 잘했어? 봉희 언니도 놀라고 숙경 언니도 놀라고 영림이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그리고 모든 남학생들이 놀란다. 혜원아, 어쩜 그리 말을 잘해? 하하 어쨌든 혜원이가 회장 되고 우리는 4조 가득. 선착순 마감할 판이라 다음 달 5월엔 5조가 뛴다. 혜원이 여성회장 되고 덕수 56 골프 그야말로 쭉쭉빵빵 번창하고 있다. 와우 파이팅!!! 이대로 우리 영원히 영원히~



멀리간 받지? 아니, 그냥 제대로 해 보려고. 나름 원칙을 정한 걸까? 코 앞에 톡 떨어지는 엉망의 샷이 나와도 동언이는 멀리간을 받지 않는다. 아무리 가파른 언덕이라도 그냥 공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친다. 우리가 막 내려놓고 치라고 해도 볼에 손을 대지 않고 떨어진 그 자리에서만 친다. 본인의 진짜 실력을 위함인 것 같다. 조금만 가파른 곳에 있어도 나 내려놓고 칠께~ 하면서 페어웨이 좋은 자리에 놓고 치려는 나는 많이 반성해야 한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저녁식사는 짧다. 와이? 주류팀이 소주를 즐기려 해도 전에 덕평 한우촌에서는 4,000 원하던 소주 한 병이 이 곳에서는 와우 10,000 원 씩이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류가 절제한다. 그래서 일찍 끝난다. 일산 엄마 집으로 가는 나를 인천 송도에 사는 정현이가 태워준다. 한참 후배랑 얼마나 재밌게 이야기했는지 어느새 엄마 집에 도착한다. 저는 참 이야기를 안 하는 편인데 정말 많이 이야기했어요. 까마득한 후배랑 무궁무진 이야기가 통할 수 있는 거였다. 그렇게 오늘의 덕수 56 골프 4월 라운딩도 멋지게 마무리된다. 엄마~ 난 크게 부르며 오랜만에 오는 엄마 집 안으로 들어간다.  <끝>






작가의 이전글 남편과 함께하는 골프 정말 어려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