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by 꽃뜰

고구마를 심기로 했다 후배 S와 함께. 그녀 남편도 은퇴를 했고 나의 남편도 은퇴를 하여 우린 함께 십여 년 전에 산 땅에 먹고 싶은 과일나무들을 심어 기르고 있다. 이제 3년째이지만 고생만 하고 거둬들이는 건 하나도 없다. 모두 새들과 고라니의 먹이가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엔 좀 수확을 내보자고 단단히 결심을 했다. 고구마를 심되 철조망을 쳐 고라니와 멧돼지들로부터 우리의 먹거리를 지켜내 보자고 했던 것이다. 철조망은 비싸다. 수확은 1도 없이 자꾸 돈만 들이면 안 된다. 그래서 심을 박고 거기 노루망을 치기로 했다. 노루망은 비닐 그물 같은 걸로 철조망보다는 훨씬 쌀 것이다. 가격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러리라고 생각해 노루망으로 골랐다. 휀스를 치기 전 땅을 고르고 흙 영양제와 살충제를 뿌렸다. 삼일 정도 지나고 나서 그 위에 비닐을 덮어두란다. 그때 노루망도 치기로 했다. 오늘은 그물망을 칠 쇠파이프만 1미터 간격으로 촘촘히 박았다.


내가 느끼기에 거기서 내가 제일 일을 못한다. 그래서 곡괭이질을 하며 막들 땅을 고르는데 난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며칠 전 심은 나무들에 물을 듬뿍 주기로 했다. 그러면 우리의 일하는 시간이 좀 단축될 테니까. 며칠 전 우린 호두, 석류, 아로니아, 음나무 등 우리가 먹고 싶은 것을 몇 개씩 심었던 것이다. 나도 무언가 도움되는 일을 멋지게 하고 싶었으니까. 땡볕이 지글지글 내리쬐는 그 땅에서 그들 셋이 땅을 고르는 동안 나는 졸졸 흘러가는 도랑물을 길어 나무들에 듬뿍듬뿍 주었다. 그런데 농사할 때 쓰는 물조리개.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그 물통. 낑낑 낑낑 그 기다란 밭을 그 무거운 물을 들고 거의 열 번은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앗, 발목이 아프다. 너무 무거운 걸 들었는가 보다. 옛날에 부러졌던 발목에 무리가 갔는가. 발목이 아프다. 나도 참참참. 왜 그렇게 무식하게 일을 했을까? 같이 하면 쉬웠을 것을. 에구. 너무 스스로 일 못한다고 그럴 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호미질이며 곡괭이질이며 삽질을 정말 잘한다. 난 내가 봐도 한심할 정도로 참 못한다. 그러니 잘했다. 발목은 많이 아프지만. 하하 이게 나다. 모든 게 어설프다. 좀 똑 부러지지 못한다. 그래도 어쩌랴. 이게 나인 걸. 그대로 파이팅!!! 푸하하하


(사진: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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