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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22. 2021

칼같이 잘라내기

마음을 비워야 한단다. 그렇게 칼같이 잘라내 야만 한다는데 마음이 여린 남자들은 그걸 잘 못한다. 그래서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저렇게 많이 달리면 제대로 크지 못하고 나무도 축축 쳐진단다. 마음을 좀 더 비워야 되겠어라고 그들은 말하지만 이미 제대로 된 사과 모양의 것들을 잘라내기에 또 망설인다. 여하튼 남자들은 나무를 정리하고 새로부터 쪼아 먹히는 걸 보호하기 위해 나무마다 그물망을 쳤다. 작년에 맛있게 익은 사과를 거의 다 새가 쪼아 먹어 거의 건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이젠 좀 세련되어 제법 나무를 키웠다. 게다가 고구마도 심었다. 여자들은 고구마밭을 김 멨다. 이런 게 김 메는 거구나. 고구마 주위로 자란 잡초를 제거하는 거다. 잡초의 생명력은 정말 기가 막히다. 별데를 다 뚫고 쭉쭉 싱싱하게 자라 있다. 그 많은 풀들을 제거하느라 호미질을 열심히 하고 발본색원하리라 뿌리째 잡아당겨 어영차 뽑아내다 보니 손목이 아프다. 너도 줄게 너도 줄게 말로 인심 팍팍 썼지만 막상 고구마를 캐게 되면 하나도 잘 못줄 것 같다. 와이? 너무너무 힘들어서 푸하하하. 남자들이라 함은 은퇴한 S의 남편과 나의 남편이고 여자들이라 함은 그 옛날 우리 애들이 고등학생 때 함께 학교 일을 한 엄마로 우연히 이 밭을 둘이 나누어 산 S와 나를 말한다.  


(사진: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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