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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16. 2021

사과나무

따르르릉~ 새벽 네시 반 알람이다. 바쁘다 바빠. 후다닥 일어나 코스트코 베이글 빵을 냉동실에서 꺼내 프라이팬에 굽는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모두 잘라서 넣어두니 여간 편한 게 아니다. 한쪽에선 커피 물을 올리고 그 사이 커다란 보온 통에 얼음을 가득 채운다. 아이스팩 가방에 얼음팩도 넣고 천도복숭아와 바이오체리를 챙긴다. 빵이 다 구워졌다. 노릿노릿 구워진 곳에 딸기잼을 바르고 어제 만들어둔 감자 샐러드를 넣고 위에 다시 빵을 얹어 베이글 샌드위치를 만든다. 바리바리 싸들고 5시 반 우리의 밭을 향하여 출발~ 나와 함께 땅주인인 후배 S부부도 출발했다 한다. 새벽 6시 도착한 우리는 농부 모자를 쓰고 커다란 장화를 신고 밭으로 향한다. 사과가 어느새 주렁주렁 열려있다. 오늘 우리의 작업은 이 사과를 새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나무마다 그물망을 쳐주는 것이다. 얇은 그물망을 나무 중심과 옆에 폴대를 세우고 묶어주어 새들이 사과에 콕콕 부리를 꼽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초보 농부인 우리는 작년에 탐스럽게 열린 사과를 몽땅 새들에게 헌납했다. 이번에 또 그렇게 당할 수는 없기에 머리를 모았고 그물을 치자는 기막힌 결론을 내렸다. 하하. 오늘 바로 그 작업을 수행 중이다. 아 이른 아침이지만 땡볕이 어마어마하다. 힘들게 일한 우리, 쉬었다 하자아 아~  우리 밭 옆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서로 가져온 먹거리를 펼친다. S는 맨밥을 김에 싸오고 김치를 가져왔다. 일종의 충무김밥이다. 옥수수랑 자두랑 토마토도 가져왔다. 그리고 그녀도 나도 태화루 생막걸리 한 병씩. 하핫. 술 안 하는 남편은 맹물, 술 하는 우리는 막걸리. 그래도 파이팅은 함께. 마치 소풍 나온 듯이 그녀 부부 우리 부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겁다. 은퇴한 남편들이 함께 사과나무를 키운다. 이번엔 제대로 수확할 수 있으려나. 

 

(사진: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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