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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19. 2021

프랑스 파리에서 아드님 입국

푸하하하 나에겐 그냥 아들 아닌 귀한 아드님

엄마~ 나 부산까지 갈 뻔했어.
내리자마자 기차가 쌩 달려갔다고 그야말로 아슬아슬

하하 난 아들에게 보다 많은 자료를 준다고 역으로 어디로 전화를 해서 해외에서 입국하는 아들을 맞이하러 가도 되느냐 어디로 가야 하느냐 등등 온갖 것을 물어댔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아낸 정보를 즉각 아들에게 전달했으니 해외 입국자들은 모두들 내린 후 맨 끝으로 제일 늦게 4번 출구로 나온다더라 였다. 그 말을 듣고 우리 아드님 울산역 도착입니다 소리에 음 우린 맨 꼴찌라 했으니까 같은 칸에 있던 다른 사람들 내려도 느긋하게 앉아 여유를 피우다 앗차 이 열차가 울산역이 끝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퍼뜩 들더란다. 그래서 후다닥 커다란 가방을 챙겨 헐레벌떡 내리고 보니 기차가 쌩~ 떠나더라는 것이다. 엄마 때문에 이 아드님 부산까지 갈 뻔했네요. 하하 이 엄마라는 사람 참.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도 아들에게 그걸 알려주며 맨 끝이니 느긋하게 나오면 되겠구나 생각했으니 말이다. 울산역이 종착역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의 아들 아니랄까 봐 그렇게 여유를 부린 아들도 어쩜 그리 꼭 같고. 푸하하하


아, 꿈에 그리던 우리의 아드님이 왔다. 파리에 있는 직장에서 해외가 고향인 자들에게 주어지는 특별 휴가란다. 차비랑 모든 걸 대주는 아주 특별. 그래서 작년 봄에 오려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못 왔고 이번엔 기를 쓰고라도 온 것이 그 특혜가 이제 곧 마감이 되기 때문이란다. 하이고 아슬아슬 잘했다. 파리에서 열차 타기 72시간 전에 코로나 검사를 하고 두근두근 발표를 기다려 음성 판정받고 직행 대한항공을 타고 오는 과정이다. 2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 아들은 감개가 무량이다. 우아 대한항공 역시. 밥 너무 맛있고 스튜어디스 친절하고 아, 너무 좋아요. 하하 아들은 오랜만에 타본 대한항공에서 정말 즐겁게 왔나 보다. 비행기 안은 그야말로 텅텅 비어 의자들 팔걸이를 제치고 침대처럼 만들어 완전 누워서 잠자듯이 왔단다. 그럼에도 예쁜 스튜어디스들이 계속 무어 갖다 드릴까요? 챙겨주어 기분이 너무 좋았단다. 컵라면 드시겠냐 물어서 네 하고 먹었더니 우아 아주 꿀맛이었단다. 비빔밥도 너무 맛있고. 하하 오랜만에 한국 오기 전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고향을 듬뿍 느꼈나 보다.


우리나라 방역 정말 체계적이야 엄마.


미리미리 모든 종이에 적어내게 하며 어디까지 가는지 누가 마중은 나오는지 그들에게 입력이 다 되었는지 일반 사람들과는 전혀 접촉이 되지 않을 동선으로 철저히 따로 관리하더란다. 인천 공항에서부터 시작된 따로 관리는 뜬금없이 내게 걸려온 전화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아뿔싸 나랑 남편은 그 소리를 못 들었으니 와이? 귀한 아드님을 맞이한다고 마침 부우우웅 열심히 청소기를 돌리던 중이었던 것이다. 집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니 남편과 나는 그 애 방을 업무 분위기로 꾸며주느라 난리였고 끝으로 청소기로 마무리를 하던 참이었다. 둘이 있을 때 게으름 피우다 피우다 막상 그 애 오는 날 난리부르스였다고 나 할까. 푸하하하 전화로 확인이 되어야 공항에서 나올 수 있는데 엄마 아빠가 전화를 안 받으니 빨리 전화받으세요~ 카톡으로 보이스톡으로 난리가 났었다. 에고.


여하튼 겨우 받은 공항 직원 전화에선 아무개 아느냐.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다짜고짜 물어오니 아들입니다! 크게 대답한다. 하하 그렇게 공항을 나온 아들은 안내해 주는 대로 광명역까지 가 기다려서 KTX 특별 방역 칸에 따로 해외 입국자들끼리 실려 오는 중이다. 난 아무래도 멋진 랑데부 장면을 만들고 싶어 대합실로 달려간다. 그렇게 수시로 드나들던 울산역인데 4번? 4번 출구가 있었나? 아무리 찾아도 1번 2번 3번까지는 보이는데 4번은 없다. 이제 막 열차가 도착하려 하니 방역 카메라를 지키는 사람들이 메인 출구 앞에서 부산하다. 난 물어본다. 4번 출구가 어디예요? 아 해외입국 자세요? 저쪽 끝으로 가세요. 해외 입국자는 이리로 안 나와요?  열차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들을 발견해내고 손을 번쩍 들어 여기~ 외치며 달려가 팍 껴안는 그런 거 하려는데 메인 출구로 안 나온단다. 그때야 정신이 번쩍 든다. 그렇겠구나 일반 사람들과 함께 나오는 건 아니겠구나. 그래도 난 조금 늦게 그 많은 사람들 다 빠져나오고 나서 나오는 줄로만 알았다. 바로 거기서. 하하 열차에서 나오는 길은 거기 하나뿐인 줄 알았으니까.


네 감사합니다~ 외치고 서둘러 4번 출구로 나간다. 아주 작은 쪽문 같은 곳이다. 모야 이리로 나온다고? 난 밖으로 나가 그 4번 출구 쪽문만을 바라본다. 차를 주차하고 남편도 온다. 여보 4번 출구로 나온대. 시청에서 나온 커다란 버스가 두대 정차해 있다. 남편이 그 시청 버스로 가 기사에게 무언가 물어보더니 함께 주차장에 갈 수 없다 한다며 차를 가지고 오겠단다. 그냥 데리고 나가는 게 아니라 안전요원의 확인이 떨어져야 데리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계속 4번 출구 쪽문을 바라보고 그런데 사람은 안 나오고. 차를 가지러 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온다. 내가 시청 버스 뒤 두 번째 있다. 응 알았어 데리고 갈게. 그런데 내가 보는 쪽문에서는 여전히 아무도 안 나온다. 앗 그런데 그 메인 홀 말고 저쪽 완전 다른 곳 널따란 곳에서 무언가 커다란 트렁크를 든 사람들이 나오는 듯하다. 모지? 키가 훌쩍 큰 우리 아들이 보이는 것도 같고. 모지? 저쪽이야? 후다닥 그쪽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달려가는 내게 TV에서 보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얀색으로 무장한 방역요원이 놀라 달려오며 나를 딱 막아선다. 어디 가십니까? 이리로 오시면 안 됩니다. 하도 재빨리 달리다보니 달리던 발을 멈출 수 없던 나도 놀라고 그도 놀라고.


네. 우리 아들요 우리 아들. 저기 우리 아들 있어요. 데리러 왔어요.



이미 나의 몸은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기에 난 소리친다. 또 다른 하얀 옷으로 무장한 사람이 다가온다. 누구요? 누구를 데리러 왔습니까? 차를 가져왔나요? 네네네 차 가져왔어요. 저기요 저기. 하면서 달려가니 이미 나의 아드님은 나의 그 격한 환영 세리모니도 받을 새 없이 아빠 차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다. 하얀 복장으로 무장한 방역관 안내를 받으며. 드디어 난 그 차를 타고 방역관에게 감사합니다~ 를 외치며 드디어 아드님을 모시고 집으로 출발한다. 캬~


엄마 우리나라 시스템 참 좋아. 그런데 그걸 다 따르다니 국민도 대단해. 파리에선 어림도 없다. 지방 가는 것까지 이렇게 다 관리하다니.


공항에 내려서부터 착착 착착 하얀 방어복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안내를 받으며 흐뭇하게 엄마 아빠를 만난 아들. 우린 그의 이야기를 듣느라 정신이 없다. 비행기에서 3시에 내려 결국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다. 한우가 먹고 싶다 하여 맛있는 고기를 준비해놓은 우리. 그 한밤중에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 그 애가 파리에서 가져온 기막힌 레드 와인과 함께 곁에서 쨍그랑! 하고싶지만 그애는 이주간 자가격리. 그애만 차려주며 철저히 조심한다.  아, 드디어 집에 왔네. 너무 좋다. 아, 우리도 드디어 아드님을 보네. 너무 좋다~ 하하 아, 가족은 이렇게 만나며 살아야 하는데. 코로나여 어서 물러가랏. 파이팅!


(사진: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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