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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08. 2019

보통을 읽다

알랭 드 보통

보통을 읽다. 그의 제목이 그랬다. 하하 아하 어떤 우리의 일상을 이야기하려는가보다 하면서 그의 글을 읽었다. 보통을 읽는다니 참 멋진 제목이다 해가면서. 그런데 읽으면서 보니 보통은 우리의 보통 일상이 아니라 작가 이름이었다. 그것도 꽤 유명한. 주로 학창 시절 읽은 옛날 책들 속에서 허우적대는 나는 비참하게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에구. 


"보통을 읽어보세요." 보통이 일상인 줄 알았어요 하는 나의 댓글에 그가 해준 답이다. 난 재빨리 보통을 찾기 시작했다. 알랭 드 보통.  



제일 먼저 여행의 기술을 빼든다. 오호 모든 이야기를 그 어떤 소설과 작가를 등장시키며 함께 풀어가는 내용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금방 딱 한 권만 들고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많이 읽지 못한 채 그 책을 내려놓고 얇고 손에 착 안기는 슬픔이 주는 기쁨을 들고 도서관을 나선다. 그래서 읽게 된 보통. 


자동 판매식 식당 1927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슬프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시작은 이렇게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여자가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늦은 시간이다. 여자의 모자와 외투로 보건대 밖은 춥다. 실내는 넓고, 불이 환하고,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장식은 기능적이다. 돌을 얹은 탁자, 튼튼하게 만든 검은 나무 의자, 하얀 벽, 여자는 사람을 꺼리는 듯하고 약간 겁을 먹을 듯한 느낌도 든다. 그녀는 공공장소에 혼자 앉아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뭔가 일이 잘못된 느낌이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보는 사람에게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 배신이나 상실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녀는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손을 떨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북아메리카의 어느 큰 도시의 2월의 밤 11시쯤일 것 같다. 


캬~ 그림 하나를 놓고 이렇게 맘껏 사색에 빠져들 수 있을까? 보통 덕분에 에드워드 호퍼라는 멋진 화가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림은 많이 보았지만 사실 이름까지 확실하게 알지는 못했었다. 에드워드 호퍼. 아, 참 좋다. 그림과 화가와 소설과 작가를 넣어가며 글을 쓰는 알랭 드 보통. 그 덕에 나뭇가지 뻗듯 멀리 있던 작가 화가들이 아주 가까이 다가온다. 한 번 이렇게 접한 그림과 글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매력적이다. 보통. 그의 책을 모두 뒤져서 읽어봐야겠다. 



난 이걸 브런치의 매력이라 말하고 싶다. 이렇게 멋진 작가도 알게 되고 하니 말이다. 나는 읽을 책을 선정하는 방법이 좀 독특하기 때문이다. 서평이나 그런 거 안 읽는다. 그냥 이렇게 많고 많은 책들 사이를 두루두루 내키는 대로 돌아다닌다. 그러다 눈이 팍 꽂히는 그냥 손이 가는 책들을 골라 담아 일단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그래서 나의 눈을 오래 잡고 있으면 당첨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책들은 가차 없이 탈락이다. 그렇게 쇼세키를 전혀 모른 채 골라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그냥 너무 잘 읽혀 읽고 읽고 그의 거의 모든 책을 읽어가다 알게 된 그가 매우 유명한 작가라는 것. 그렇구나. 내게 좋은 소설은 누구에게나 좋은 거구나. 그런데 언제 내게 낚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보통. 그래서 난 브런치를 좋아한다. 브런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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