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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한 생각

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자꾸

by 꽃뜰

그렇다. 지극히 치사한 생각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자꾸 가슴 한편에 모지? 모지?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왜 이렇게 어설플까? 생각도 행동도. 아, 그냥 잊자 하면서도 왜 왜 나만? 하는 생각이 자꾸 몰려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글로나 한바탕 풀어버리고 잊어야겠다.


나에게는 A라는 백여 명이 득시글대던 모임이 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그 모임에도 갈등이 생겨나고 파가 갈라져 급기야는 내가 속한 B라는 그룹의 십여 명이 그 모임에서 쫓겨났다. B는 B대로 아주 활발하게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A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을 가끔 공유하며 왜들 그랬을까 해가며. 정치판도 아니고 이권이 걸린 것도 아닌데 그들은 그래야만 했을까 해가면서.


문제는 그 잘 지내던 시절, 글로 많은 걸 리드하던 나는 그 백여 명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기에 그중 누군가에게 큰일이 생기면 친하지 않아도 열심히 챙겼다. 심지어는 '너 누구니?' 하는 사람에게까지 말이다. 나도 참참참! 난 그러나 그런 큰 일을 알리는 게 왜 그렇게 쑥스러울까? 마치 부담을 주는 것만 같아 웬만하면 정식 청첩장이며 부고장을 돌리지 않았다. 부고 메일 대신 슬그머니 다른 글 속에 이렇게 저렇게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살짝 집어넣는 정도로. 총무 입장에서는 정식 부고도 아니고 좀 난감했을 것 같다. 여하튼 그래도 우리 지금 B모임에선 총무가 세련되게 공고를 해주었고 거의 전원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난 거기 일일이 답을 하며 특별한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정식 부고장이 아니므로 A에 전달되지는 않은 것 같다. 문제는


A에 속해있는 그때 나랑 매우 친했던 C의 부고가 뜬 것이다. 물론 나는 위로를 했고 그녀는 단체메일이 아닌 긴 톡으로 감사함을 전하며 오랜만에 대화를 했다. 바로 이거다. A에 나의 아버님 부고가 전달되었다면 친구들은 분명 연락을 해왔을 테고 그렇다면 그리운 그 많은 친구들과 이렇게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며칠 전 돌아가신 나의 아버님 소식을 알았다면 그녀 역시 기꺼이 나를 위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모른다. 난 목구멍까지 나도 얼마 전 아버님 상을 당했단다 하는 말이 나오려다 문득 그건 또 아닌 것 같아 하지 않았다.


난 왜 이럴까? 왜 그게 어색할까? 부고를 올리는 게 왜 그리 쑥스러울까? 그냥 당당히 장례식장에서 주는 세련된 모바일 부고를 올리면 총무도 일하기 쉬웠을 텐데 이상하게 글로 살짝 알리고 그리고 이제야 세련되게 날아온 부고장을 보며 후회가 든다. 그러면서 그 생각 자체가 너무 치사한 것 같아 나 스스로 한심해 보이면서도 그래도 그래도 자꾸 무언가 후회가 든다. 아, 나도 참.


(사진:시애틀의사진잘찍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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