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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24. 2021

태풍

언니~ 태풍 온다는데 우리 사과 어떡해! 앗. 태풍 뉴스에 후배 S가 황급히 전화 왔다. 무얼 어떡해. 빨리 우리의 사과를 구출해야지. 달려라 달려. 즉각 그녀 남편 나의 남편 모두 밭에 집결했다. 이미 비는 무지무지하게 쏟아지고 있다. 커다란 농부 장화를 신고 우리의 밭으로 들어가 튼튼한 쇼핑백에 사과를 조심조심 따 넣기 시작한다. 일어서서 따는 대로 쿵쿵 쇼팽 백에 던져 넣는 나를 보고 그녀 남편이 놀라 소리친다. 앗, 안됩니다. 살살 살살요. 그러면서 쇼핑백 저 밑에까지 직접 손으로 넣어 조심스럽게 살짝 사과를 내려놓는다. 그때부터 나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정해졌으니 세명이 부지런히 따서 일어선 채로 넘겨주는 걸 쏴와 쏴아 쏟아지는 빗속에 나만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조심조심 쇼핑백 안에 넣는 일이다. 살살 조심조심 우리의 사과에 상처 나지 않도록. 새들로부터 막는 데 성공한 우리. 이제 태풍으로부터도 미리 사과를 따놓아 보호할 판이다. 비가 쏴아 쏴아 쏟아져 전에처럼 커다란 나무 아래가 아닌 조금 가면 있는 커다란 정자 아래로 갔다. 역시 지붕이 있는 멋진 정자라 안엔 비를 피할 수 있다. 그 둥근 정자 마룻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그때처럼 쫙~ 우리의 수확한 사과를 펼쳐놓고 두 개! 두 개! 두 개! S의 구령에 따라 널려진 사과 중 가장 좋은 것 두 개씩을 골라 각자 쇼핑백에 담았다. 공정한 나눔이다. 아삭! 집에 와서 깨끗이 닦아 먹어보니 우리의 사과 너무 맛있다. 푸하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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