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좀 고집이 있는 것 같다. 주식에서도 골프에서도. 어떻게 주식한다며 그렇게 뉴스를 안 듣냐. 정보가 있어야지 정보! 남편은 늘 나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노노노! 난 그런 거 안 듣고 안 봐. 나의 원칙에서 벗어날 빌미를 준다고. 난 오로지 차트만 봐. 그게 나의 원칙에 맞냐 안 맞냐만 이 중요하다고. 뉴스? 그것 역시 다 차트에 반영되게 돼있어. 말로는 나를 이길 수 없는 남편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 골프에서도 그렇다. 머리는 박고 왼팔은 쭉 뻗고 왼 다리에 체중을 실어서 어쩌고 저쩌고. 남편과 함께 공을 치면 내가 샷을 하려는 순간 어느새 코앞으로 달려와 잔소리 잔소리. 어느 책에선가 상대방 샷을 망치게 하려면 라운딩 중 코치하라던데 남편은 그것도 모르는가 샷마다 쫓아다니며 이렇게 저렇게! 의리상 듣는 척은 하지만 흥!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난 나의 길이 있다. 모든 건 본능에 맞기고 집중! 오로지 내가 공을 보내야 할 곳만 생각하며 이 세상에 나와 그 목표지만 존재하는 듯 그야말로 무념무상으로 빵!이다. 완벽하게 집중이 되었을 때 나의 샷은 정말 멋지게 날아간다. 그러나 그 완벽한 집중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 완벽한 집중을 만들려고만 노력한다. 그게 이루어지는 순간 남편 입에서도 굳샷! 이 나온다. 내가 의리상 남편의 말을 잘 듣는 척했으니 그는 그 멋진 샷이 그의 공덕인 줄 안다. 호홋. 그러나 노노노. 지네가 첫 번째 발은 어떻게 두 번째 발은 어떻게 그 많은 발의 동작을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면 움직일 수 있을까? 그런 걸 생각하는 즉시 수많은 발들은 꼬여버릴 것이다. 공을 칠 때도 마찬가지다. 공을 치는 순간 움직여야 하는 그 많은 근육들을 일일이 지시할 수 있을까? 아니다. 나의 본능은 알 고 있다. 어떻게 목표지에 보내야 하는지를. 내가 할 일이란 나의 그 멋진 본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무념무상의 집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린 위에선 그 집중이 더 매력적이다. 모두가 조용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퍼터와 공 그리고 그 공이 들어가야 할 동그란 구멍이 있을 뿐. 완벽하게 집중했을 때 나의 공은 어김없이 땡그랑! 빨리듯 들어간다. 그러면 주위에선 나이스 펏! 하며 하이파이브~ 난리가 난다. 라인을 어떻게 읽었냐고 묻는다. 하하 난 그냥 미소만 짓는다. 와이? 난 라인을 읽지 않았고 읽을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로지 구멍만을 바라보며 구 멍 끝 그 어떤 곳만을 노려보며 집중했기에 라인 따위는 모른다. 그러나 한번 그렇게 말했더니 남편을 비롯해 모두가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하기에 그다음부터 난 그냥 미소만 짓는다. 완벽하게 집중하면 알아서 공은 그 자리로 간다. 그런데 무언가 잡념이 들어가기 일쑤다. 완벽한 집중의 순간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재밌다. 고집이다. 하하 아무러면 어때! 나의 인생 내 멋대로 살아간다. 다만 의리상 그 앞에서 그의 말을 잘 듣는 척할 뿐. 푸하하하 난 역시 의리의 여인이다. 엣 헴.
사진 1. 추정자산. 1932만 원. D-8. 나의 정산일인 9월 말까지 영업일 8일 남았다. 그동안 168만 원을 벌어야 한다.
사진 2. SK이노베이션. 7만 원 벌고 있다.
사진 3. 삼성전기. 9만 원 잃고 있다.
헉! 이런 걸 키 리버셜이라고 하지 않나? 전일 고점도 저점도 뚫는 기다란 음봉. 어쩌나. 그래도 아직 5일선이 20일 선위에 있으므로 지켜볼 뿐이다. 마음이 쪼그라든다. 에고.
그야말로 나의 종목에 먹구름이 덮인 날이다. 가을 하늘은 저리도 높고 맑고 밝게 빛나건만 나의 종목엔 먹구름이다. 그래도 5일선이 아직 20일선 위에 있으므로 나의 할 일은 없다. 내가 꼭 지켜야 할 건 바로 요것뿐이니까. '난 아무것도 몰라요~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가면 매도할 뿐야요~' 파이팅!
(사진:꽃 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