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살이 쪘어요?

by 꽃뜰

"왜 그렇게 살이 쪘어요?"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헉, 내가? 함께 산행한 세 부부 중 나보다 6살쯤 어린 여자의 말이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하긴 옷이 좀 꽉 끼기는 해. 살이 쪘다는 게 팩트예요. 울퉁불퉁 심각해요. 아, 그래? 신경 써야겠구나. 했지만 엉엉 그때부터 나의 기분은 엉망이 된다. 그런가? 정말 그렇게 살이 쪘는가? 어떡하지?


상쾌한 산행을 하고도 마음은 엉망진창. 흘낏흘낏 도로에 주차된 자동차들의 새카만 창에 비춰보니 그야말로 울퉁불퉁 매우 살이 찌고 못났다. 기가 팍 죽는다. 자신을 더욱더 못나게 몰아간다. 쏘파에 누워 TV를 하염없이 보고 과자를 끝도 없이 먹는다. 아까운 시간이 휙휙 흘러간다. 나를 대책 없는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놓고 자학한다. 그 멋진 산행을 하고도 상대방의 툭 던진 한마디에 이렇게 엉망이 되는가? 왜? 나의 삶인데 왜?


"왜 그렇게 살이 쪘어요?"


그 말을 한 그녀는 지금 그 말한 것조차 잊었을 게다. 그런데 왜 난 그 말에 충격을 받고 이 난리냐 말이다. 팩트. 내가 살찐 게 팩트란다. 아,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똥배가 나오고 조금 통통하다 해서 그게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가? 미국 여행 때 루레이 동굴에서 안내하던 정말 뚱뚱했던 여자. 그러나 얼마나 자신만만하던가. 그 자신만만은 그녀의 뚱뚱한 몸 자체도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렇다. 문제는 자신감이다.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 뚱뚱? 그게 뭐 어때서? 절대로 누군가의 말에 충격받지 말자. 그냥 그러려니 하자. 다만 나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그런 류의 말은 하지 말자. 설령 오랜만에 보는 누가 놀랄 정도로 살이 쪘다할지라도 절대 "왜 그렇게 살이 쪘어요?"라고는 하지 말자.


상처 받을 필요 없다. 요걸 다시 외우자. '난 아무것도 몰라요~ 7시 이후엔 안 먹을뿐야요~' 과식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거야. 그 어떤 일이 생겨도 나 자신을 사랑하기. 그거면 돼. 난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파이팅!!!


(사진:친구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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