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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01. 2022

설렘 없는 새해

57년생 내가 정말 노인 되는 해

이럴 수 있을까? 왜 하나도 설레 질 않지? 파리에 있는 아들은 카운트다운 들어가셨나요? 하며 새해맞이 들뜬 목소리가 여기까지 전달된다. 그런데 내겐 그냥 똑같은 하루일 뿐이다. 열심히 미리 새해 인사를 드리던 것도 시들시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오면 친구가 보내준 사진에 라이브 메시지로  만들어놓은 것 하나 툭 던질 뿐이다.



푸핫 내가 봐도 별로 멋지지도 않다. 그런데 왜 그럴까? 65세 되는 해가 그런 걸까?  뒤적뒤적 나의 옛날 일기장들을 한번 볼까? 그리고 보니 전철도 공짜가 되고 케텍도 할인되는 진짜 노인이 되는 해다. 그런데 이렇게 안 설레나, 보신각종도 안 울리나 보다. TV보다 음악을 즐기는 우리에겐 세상 소식이 멀어 그냥 그날이 그날일 뿐이다.



파리의 아들은 행여 우리가 외로울까 친구들과 에펠탑 앞에서 새해맞이를 한다며 사진도 보내고 보이스톡도 하며 챙긴다. 그래도 영 흥이 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게 노인이 되는 증거인 걸까? 나의 새해는 언제나 얼마나 흥분의 도가니였던가. 지난 한 해를 반성하며 일기장에 못다 한 이야기를 다다다다 쓰다 댕댕~ 보신각종이 울려 퍼지는 순간 새 일기장으로 옮겨 타며 새 결심을 해대던 그 열정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1972년.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써놓았던 일기장이다. 친구 사귀는 걸 부질없는 일이라 하고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려 애쓰는 모습이라니. 하하 지금 긴 세월 지나고 보니 친구 사귀는 게 더욱 집중할 일로 보이는데 말이다. 하하.



1973년 1월 1일. 중3 때의 일기도 찾았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함께 일기를 쓰자고 다짐하고 하하 쿨쿨 잠이 들었나 보다. 난 종종 그랬다. 시험 때면 친구들 데리고 집에 와 밤 새 공부하자 해놓고 정작 나는 쿨쿨 잠들어버렸다. 그때까지 몰랐다. 내가 얼리버드형이라는 것을. 내 신체구조가 그러한 데 매번 밤새자고 친구들을 불러다 놓았으니 하하.  


65세가 된단다. 진짜 노인이 된단다. 마음은 여전히 학창 시절 그대로인데 이제 난 노인이다. 노인은 노인에 맞는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 모든 것에 너무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 적당히 모든 걸 내려놓기도 해야 한다. 평범한 하루의 일상을 기적이라 생각하며 보내야 한다. 이런 특별한 날 설레지 않는다고 투덜댈 건 더더욱 아니다. 그냥 그렇고 그런 날들이 지나갈 뿐이다. 흘러가는 대로 두둥실 두리둥실 따라가면 된다. 그 어떤 일에 설렐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걸 더 이상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 다만 씩씩한 나는 그 평범한 날들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 하하 그래. 파이팅! 을 외치며 2022년 새해에 박차를 가하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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