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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15. 2022

코로나 확진자

어째 빨빨거리며 쏘다닌다 했다. 


헉.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가? 그러나 사람들의 입은 무서웠다. 이 년 전 코로나 확진자가 바로 우리 아파트 우리 라인에 등장했을 때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그녀를 마녀 보듯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때만 해도 확진자가 나오면 어느 아파트 어느 동 몇 호 사람인지 쫙 퍼졌다. 그래서 그 동 사람들은 스스로 이 주간 자가격리 비슷하게 자발적으로 다니는 걸 삼갔고 모든 모임에서 알아서 철수했다. 나 역시 바로 다음날 3박 4일의 기막힌 골프여행이 예정되었는데 못 간다 해야만 했다. 바로 우리 아파트 우리 동 우리 라인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걸 그들이 이미 다 아니까. 말로는 어떡해~ 하면서도 알아서 빠져주는 우리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땐 확진자! 가 무시무시했다. 


그게 내 근처 확진자 발생의 첫 경험이고 행여나 걸리면 정말 무시무시하겠구나. 코로나보다도 주변 시선이 더 두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몇 개월 전 여고시절 단짝 친구 S의 권유로 헬스를 할 때다. 코로나 때문에 조심조심 모두 단축이라 우리의 PT시간은 8시에서 9시까지인데 목욕탕은 10시까지였다. 운동을 끝내고 이것저것 하다 9시 반쯤 내려가면 코로나 때문인지 마감 시간이 다되서인지 목욕탕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기도 했다. 커다란 목욕탕에 딱 나 혼자. 으힉. 그건 정말 무섭다. 물소리 콸콸 나는데 혹시 어디서 귀신이라도? 이미 밤늦어 관리하는 아주머니까지 퇴근한 상태. 그런데 딱 한 여자. 우리 아파트에 사는 분인데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다. 그분이 우리와 시간이 같아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곤 했다. 하도 목욕탕에 사람이 없어 우리 둘 뿐이니 절대 빠지지 말기요~라는 맘을 나눈 정도였을까. 


그리고 그날, 하루 결석하고 온 그녀가 너무 반가워 우린 함께 말을 많이 했다. 왜 결석했어요. 혼자라 무서웠어요. 이제 빠지지 마세요. 하면서 가까이서 우린 반갑게 말을 나눴고 꺼꾸리도 그녀가 하고 나자마자 내가 바로 했고 엘리베이터도 함께 탔다. 그날이 우리가 가까이서 많이 이야기한 첫날이다. 


네? 네? 네? 


다음날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때 우린 스크린 골프에서 신나게 공을 치고 있었다. 남편과 점심 내기를 하던 차에 받은 전화. 그 헬스장에서 확진자가 나왔으며 내가 밀착 접촉자이니 당장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헉. 네? 네? 네? 바로바로 나와 함께 단둘이 있었던 그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이고. 두근두근. 이를 어째. 중요한 일도 줄줄이 있는데. 자가격리? 게다가 확진되면 어떡해? 우린 당장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양 스크린골프에서 줄행랑치듯 철수했다. 달려가 코로나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일단 검사를 받고 집으로 왔다. 그때부터 보건소에서 계속 전화. 자가격리 지침을 전달한다. 네. 네. 알겠습니다. 


다행히 음성이다. 그래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체온을 측정하고 보고하고 그런 날들이 시작된다. 잠시 후 커다란 박스가 배달된다. 라면에서부터 소독약, 체온계, 물, 햄, 참치, 햇반, 국 등 먹거리가 한가득이다. 오호. 그리고 그 확진자의 전화. 죄송해서 어떡해요. 그녀는 자가격리 시설로 입소했단다. 노트북을 가져가 그녀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증상은 없고 매 끼니 밥이 배달되고 새로 지은 비즈니스 호텔이라 아주 깨끗해 지낼만하다면서 당신 때문에 자가격리를 하게 되어 너무 죄송하다며 과일을 좀 보내려 하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하이고 어려운 건 그쪽인데 그게 무슨 말씀이냐 괜찮다 했는데 결국  먹음직스러운  커다란 복숭아와 맛있는 포도를 보내왔다.  PT선생님과 그날 마침 목욕탕의 온탕 안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A도 밀착 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다. 


14일 자가 격리가 끝나고 받은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와 다시 헬스장에 가게 되었다. 마침 나와 같은 밀착 접촉자 A도 나왔다. 그녀는 그때 즈음 너무 일이 많아 힘들고 피곤했는데 자가격리 덕에 아주 잘 쉬었다며 방글방글이다. 먹을 것 한가득 받고, 대기업 다니는 남편도 아내가 자가 격리자 되었다니 회사 못 나오게 해 함께 푹 쉬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좋은데 또 돈까지 준다며 신청했냐 묻는다. 응? 무슨 돈을? 아이 난 직장인도 아닌 걸. 그냥 가정주부인데 무슨 돈을 주겠어? 아니라고 일단 동사무소 가서 신청해보란다. 아이 아무리 그럴까? 그런데 동사무소 갔더니 신청하란다. 세상에. 먹을 것도 한가득 받았는데 거기 돈까지? 나중에 통장으로 80여만 원이 입금되었다. 아니 이런 돈이 다 어디서 나올까. 왜 나에게 돈을 주지? 그녀는 식구가 많다고 세상에 백 몇십만 원인가를 받았단다. 14일간 남편도 자기도 푹 잘 먹고 잘 쉬고 돈까지 받았다며 룰루랄라 신나게 샤워한다. 확진자 그녀도 별 증상 없이 시설에서 얼마 후 깔끔하게 퇴원했다. 


확진자 그녀는 화물차를 운전하는 남편에게서 옮았던 것이다. 남편은 전국을 다니다 보니 어디서 인지 모르게 확진이 되었고 그래서 아내인 그녀도 아무 증상 없지만 검사를 했던 것이다. 그녀는 마스크를 철저히 쓰는 걸로 유명했다. 헬스장 목욕탕은 물론 탕 속에서도 절대 마스크를 벗는 일이 없었다. 그녀의 철저한 마스크 쓰기 덕분 일까 확진되었음에도 주변 그 아무에게도 코로나를 옮기지 않았다. 일단 확진자가 나오자 보건소에서 쌩 달려와 그날 비디오를 샅샅이 뒤지더란다. 일일이 사람을 찾아내 밀착 접촉자를 분류해내고 두세 시간 전후로 거기 왔던 분들 모두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게 했다는 것이다. 한 명이라도 나오면 그 목욕탕 헬스장은 문을 닫아야만 했는데 다행히 단 한 명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건 모두 마스크를 철저히 쓴 그녀 덕인 것 같다. 그래서 밀착 접촉자인 나, 엘리베이터도 같이 타고 헬스장에서 이야기도 많이 한 내가 안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도 마스크를 아주 철저히 써야겠구나. 그것 밖에는 없구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항상 좋은 글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시던 캐나다의 Chong Sook Lee 님께서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가 얼마나 관리에 철저한지 글에서 보아 나는 잘 안다. 그러므로 비록 확진이 되었을지라도 걱정하지 마시라는 걸 이야기하고파 서다. 철저한 관리로 목욕탕 헬스장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던 우리 동네의 확진자 이야기를 그래서 꼭 들려드리고 싶었다. 훌훌 털고 어서 일어나 좋은 이야기 많이 많이 들려주세요. Chong Sook Lee님 파이팅! 


(사진: 친구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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