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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26. 2022

이천으로 매달 백! 까만 점

주식투자 매매일지

나의 공엔 이렇게  까만 점이 찍혀있다. 아니 공 치러 가기 전 나는 그 어떤 의식을 치르 듯 새 공에 저렇게 까만 점을 찍는다. 아래쪽에 하나 윗 쪽에 하나. 새카만 매직으로 골프공의 수많은 작은 육각형 중 허허벌판 하얀 곳 딱 하나를 골라 까만 점을 찍는다. 혹시 뒤집힐 경우를 생각해 그 반대편에도 찍는다. 이 것이 무엇이냐. 


하하 나는 주식투자도 책으로 시작했고 운전면허도 실전보다 주야장천 책만 뒤지고 있어 구박을 많이 받았다. 요리도 책으로 하고 출산도 책으로 하고 육아도 책으로 하고 어쨌든 난 모든 걸 책으로 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다. 그중 어느 책에선가 였을 게다. 이렇게 공에 까만 점을 찍어놓으면 집중이 쉽다는 것이다. 오호 그래? 난 공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훼어웨이에서는 공을 건드릴 수 없으니 운이 좋으면 이렇게 나의 까만 점이 나와 집중을 돕지만 대부분 까만 점 아닌 곳이 나온다. 그러나 그린 위에선 맘대로 공을 건드릴 수 있다. 


퍼팅하기 전 나의 루틴이 시작된다. 일단 마음 가짐이다. '난 퍼팅이 참 좋아. 아, 난 퍼팅이 왜 이리 재미있지?' 이렇게 슬슬 기분을 북돋으며 그린에 진입한다. 그리고부터는 자신감이다. '난 왜 이렇게 퍼팅을 잘할까? 난 저 홀 속에 내 공을 쏙 들어가게 할 수 있어.' 일종의 마법을 걸며 공의 까만 점이 나오도록 홀을 보며 공을 정성껏 놓는다. 거의 노캐디지만 어쩌다 캐디가 있을 때도 난 부탁한다. "제 공은 라인 볼 거 없고 그냥 까만 점이 위로 올라오게만 놓아주세요~" 하하 그렇게 까만 점이 그린 위에 놓이면 거의 절반은 한 거다. 공을 놓은 후 일단 공 뒤로 물러선다. 공과 홀을 보며 공이 쫄쫄쫄쫄 흘러 홀 속에 땡그랑! 떨어지는 그림을 몇 번이고 맘속에 그려본다. 그러다 그런 그림이 내 마음 가득 찰 때 공 앞으로 가 드디어 퍼팅을 시작한다. 


홀을 본다. 공을 본다. 굴린다. 이 간단한 루틴으로 나는 모든 기력을 까만 점 위로 쏟아 넣는다. 이 세상에 이 까만 점과 나와 홀이 있을 뿐. 무아지경. '난 아무것도 안 들려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오직 까만 점과 홀이 있을 뿐이어요~' 하하 그렇게 집중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때 여지없이 땡그랑~ 명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 난 그 집중의 순간이 좋다. 그래서 골프가 좋다. 푸하하하




사진 1. 추정자산. 1518만 원. 482만 원 손실 중. 

사진 2. SK이노베이션 매수 현황. 189주를 234,500원에 매수했다.

사진 3. SK이노베이션. 85만 원 손실 중이다. 



장 중 선물 지수가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전체 장이 정말 안 좋은 거다. 무시무시할 지경이다. 이때 난 현금이 남아있다. 너무 심하게 떨어지기에 이때쯤 하나를 사두어야 할 것 같다. 하락장이니 그 집중을 위하여 있는 종목을 추가했다. 아직 5일선이 20일선 위에 있는 거니까 매수 요건이 된다. 이게 물론 조만간 20일선을 아래로 돌파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난 같은 종목을 택했다. 내가 할 일이란 눈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다 요것마저 20일선 아래로 내려가면 그대로 탈락시키는 일이다. 어째 내려 꽂히는 시퍼런 칼날을 잡은 느낌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무시무시하게 내려가는데 무언가 행동을 하고 싶었다. 급히 내려간 만큼 급히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래서 행동했다. 그래. 해보고 싶은 건 해보는 거야. 그래도 난 나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했고 5일선이 20일선 위에 있는 걸 매수했다. 그러니 무죄다.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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