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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08. 2022

태국 골프 8

예쁘게 화장한 캐디

새벽 5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옷 입고 5시 50분에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고 커다란 보온병에 얼음과 물을 채우고 차를 타고 드래곤힐즈 C.C. 에 도착하면 클럽하우스 앞에 우리의 채를 나누어 실은 카트가 쫘악 대기하고 있다. 자기 채를 찾아가면 운전석에 오늘 함께 할 캐디가 앉아 있다. 빠이 르이 카! (갑시다)를 태국어로 외치면 운전대를 잡은 캐디가 쌩~ 달려 1번 홀로 간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공을 친다. 


이제야 자세히 보니 우리의 캐디는 화장이 꽤 짙다. 와우 속눈썹까지 길게 붙였다. 그래서 나는 쿤 쑤워이(당신 예뻐요) 아는 태국어를 말한다. 매우 좋아한다. 그녀는 먹을 것이 아주 많다. 초록색으로 딱딱한데 별로 달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맛있는 마망고를 한 봉지나 주더니 몇 홀 지나 바나나 튀김을 내놓는다. 맛있다고 자꾸 먹으란다. 그러더니 오후에는 수박마저도 가지고 왔다. 아, 수박 태국어로 알았는데. 그렇지. 땡모. 크게 외쳐본다. 


땡모 아러이 막


하하. 땡모는 수박 아러이는 맛있다 은 매우. 아는 단어를 조합해 크게 외치니 쿤 푿 파싸타이 껭짱 (당신 태국어 참 잘해요) 하며 엄지를 치켜든다. 오호호홋. 이 맛에 현지어를! 


버디를 하면 우리가 얻어먹은 많은 그녀의 과일들 보답으로 버디값을 주면 되겠구나 했으나 웬걸. 버디 찬스는 종종 복잡하게 보기가 되어버린다. 끝내 버디를 못한다. 나중에는 아주 맛있다는 작은 바나나도 주었는데 자연스럽게 팁을 줄 수 있는 버디를 못했으니. 하이고. 


우린 한국에서 올 때 이미 캐디피를 지급했다. 그리고 여기서 라운딩이 끝나고 캐디에게 250밧씩 팁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게 바로 팁인데 그것 말고도 우리는 버디를 하면 20밧을 준다. 한 캐디만 주면 삐치기 때문에 양쪽 캐디를 다 주니 40밧이다. 두 명의 캐디가 두대의 카트로 다니기 때문이다. K의 남편은 어제 버디를 무려 4개나 했단다. 두 개까지는 꼬박꼬박 두 명의 캐디에게 버디 팁을 주었지만 또 버디를 하니 그 이후엔 버디 팁 없어했단다. 여기 캐디들이 힘 좋아. 힘없어. 모 그런 식으로 한국어를 하니 우리도 그들의 말투를 따라 그런 식으로 우리말을 한다. 


결국 버디를 못한 우리는 팁 줄 기회를 놓쳤다. 카트를 같이 탔던 K랑 나는 250밧씩 500밧을 주고 덤으로 20밧씩 더 준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렇게 많은 과일을 얻어먹었는데 이십 밧은 아닌 것 같다. 이미 팁을 주고 카트는 떠났는데 영 찜찜하다. 아, 이십 밧 더 줄 걸 그랬어. 그렇지? 더 줄 걸 그랬지? 우리 얼마나 많이 먹었냐. 수박은 또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었어. 하고 있던 참에 우리의 바로 그 캐디가 보온병을 들고 나타난다. 내가 마침 그것을 카트 뒤에 남겨놓고 온 것이다. 그래 기회는 이때다 싶어 K도 나도 즉각 20밧씩을 꺼내 준다. 영 찜찜하던 마음이 다 풀어진다. 캐디도 웃고 K도 웃고 나도 웃는다.


https://youtu.be/E_MDMe--z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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