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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06. 2022

태국 골프 7 고개 빳빳 코브라

잠시 쉬어가는 태국 이야기

사람 살려요 사람


아니 아마도 그 애는 추워이두워이 라고 태국말로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위급상황에서 외치는 소리는 그 어떤 나라 말로 하더라도 다 통하게 되어있다. 태국 라차부리 드래곤힐즈 C.C. 6번 홀에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남자 캐디가 기겁을 하고 소리치며 허둥대더라는 것이다. 함께 공을 치던 류 사장님은 도대체 뭔 일인가 놀라 달려가 보니 한 2미터는 족히 될 만한 뱀이 꿈틀 거리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캐디를 공격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한 팀은 네 명. 한 카트에 두 명씩 앉고 캐디 한 명. 즉 두 명에 캐디 한 명씩이다. 그러니까 카트 두 대 캐디 두 명. 한 명은 남자 캐디 그리고 한 명은 여자 캐디. 이 캐디 둘이서 긴 빗자루를 들고 뱀을 쫓으려 난리를 치는데 절대 도망가지 않는 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공격태세라는 것이다. 화장실 갔다 봉변을 당한 이 남자 캐디는 혼비백산이고 정의감의 류 사장님은 돌아와 드라이버를 들고 그 6번 홀 화장실로 직행. 캐디들의 빗자루 위협에 고개를 숙이는 듯하다가는 또 꼿꼿이 쳐들고 공격하려는 뱀. TV에서 본 저렇게 고개를 빳빳이 쳐드는 뱀은 코브라이며 독을 가지고 있다는데 어떡하겠는가. 이 캐디를 살려야만 한다. 정의감에 불타는 류 사장님. 고개를 빳빳이 들고 노려보는 코브라 대갈통을 드라이버로 잘 겨냥하여 빵! 일격에 기절시킨다. 그렇게 상황 종료. 


살아난 캐디가 감사하다고 고개를 꾸벅하고 한바탕 난리가 지나간다. 그날 저녁 식사 때 류 사장님의 무용담은 우리 26명 전원에게 전달되고 여자들은 하이고 무셔라. 어떡해. 그늘집에서는 절대 화장실 가지 말아야지 다짐을 한다. 한 술 더 떠 한 분은 


거기 뱀이 그렇게 똬리를 틀고 있을 정도면 근처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딸 손주 대가족이 있다는 말이지. 그 뱀은 반드시 또 온다. 가족들이 복수전을 할 거야.   


하이고 그럴까요? 아이고 오오오 여자들은 벌벌 떨고 군대에서 뱀을 만나 어떻게 격퇴했는지 등등 남자들의 뱀에 대한 과거 용맹했던 무용담이 줄을 잇는다. 남자들이 뱀 격퇴 담을 쏟아내는 반면 여자들은 여기저기서 들은 무서운 이야기들을 소곤소곤 들려준다. 


"우리 동네 이야기인데 말이야 항상 밤에 포장마차를 하던 부부가 있었어. 그날도 일을 마치고 깜깜한 밤에 집에 오는데 갑자기 아내가 화장실이 급하다 하여 길가에 포장마차를 세우고 어두컴컴한 숲 속에 들어가 볼일을 보았겠지. 그런데 마침 깜깜하니까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있었던 모양이야. 그 바로 위에서 소변을 본 거지. 뱀 입장에서는 갑자기 뜨뜻한 물이 쏟아지니 고개를 쳐들고 거기를 꽉 물어버렸지. 그 아내는 깜깜한 밤에 지혈도 안되고 119에 실려갔지만 결국 사망했다네. 뱀이 참 무서운 거야." 


그날 이후 6번 홀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온 몸이 오싹해짐을 느꼈으니 '혹시 그 뱀 가족이 복수전을 위해 포진하고 있는 것 아닐까?'오달달달


https://youtu.be/nsSo5BBg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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