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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14. 2022

태국골프11 썽태우라는 닭장차

태국 라차부리 드래곤힐즈 C.C.

새벽 6시 30분 그야말로 꼭두새벽에 아침식사까지 다 하고 이 썽태우라는 닭장 차를 타고 달린다. 그러기 위해선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세수하고 옷 입고 밥 먹고 양치질하고 커다란 얼음통 챙기고 로비에 모여 오는 대로 썽태우를 탄다. 한 십분 걸리려나? 숙소에서 드래곤힐즈까지 뻥! 뚫린 도로를 신나게 달려간다. 바람이 쌩쌩 으힛 추워 추워. 앞자리 L이 주섬주섬 잠바를 꺼내 입는다. 덥다고 잠바를 안 챙긴 대부분 사람들이 그를 부러워한다. 나도 내일은 꼭 잠바를 챙겨야지. 하하 그렇게 사방팔방 뻥 뚫린 이 닭장 차는 더운 날씨에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한 것이다. 에어컨 바람 아닌 자연 바람으로. 얏호. 그리고 한꺼번에 사람들이 밀렸을 때 있는 대로 탈 수 있다. 늘어나는 고무줄 같다고나 할까 하하 사람이 많이도 적게도 탈 수 있는 썽태우. 너무 시원해서 좋다. 달려라 달려. 뒤로 쭉쭉 뻗은 도로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여기서 발동하는 나의 호기심, 이 닭장 차를 왜 썽태우라고 할까? 뒤적뒤적




아하, 썽은 태국어로 둘이라는 뜻이고 태우는 줄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두 줄이라는 뜻인데 와이? 앗, 그렇구나. 차를 잘 보시랏. 딱 두 줄의 앉는 의자가 있다. 본래는 여기 자동차라는 뜻의 태국어 롵을 붙여 롵썽태우 해야겠지만 줄여서 그냥 썽태우 썽태우 하는 것 같다. 두 줄 의자 버스. 썽태우. 트럭을 개조하여 양 쪽에 두 줄로 기다란 좌석을 놓은 것이다. 우리는 골프장과 숙소만 왔다 갔다 하는 골프장 전용 썽태우를 탔지만 이 미니버스 일종의 택시는 정말 유용하여 해변도로와 시내에서 아주 좋은 교통수단이란다. 나중에 골프가 아닌 자유여행으로 와서 직접 차비 내고 타 봐야겠다. 하하



닭장 차 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뻥! 뚫린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끝도 없는 길. 양 옆으로 골프장이 쭈욱 뻗어있다. 사람이 많을 땐 썽태우 끝의 이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기도 한다. 두 명이 그 끝자리에 설 수 있다. 주로 남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데 그럴 때 아내들은 혹시 자기 남편이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하다. "여보 꼭 붙들어~" 아무리 그래 봤자 신이 난 남편들은 개구쟁이로 돌아가 한 손을 떼기도 하고 팔을 뒤로 쭉 뻗기도 하고 우뚝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한다. "단디 잡으래이." 남자들에게서도 조심하라는 경고가 떨어지지만 막무가내다. 하하 썽태우는 그렇게 남자들의 개구쟁이 본능을 다시 일으킨다. 좋은 거다. 그 옛날 직장동료들과 맘껏 공치며 보내는 것이. 이젠 은퇴하여 화려했던 왕년의 날들을 모두 뒤로한 황혼의 OB들. 




그렇게 달려가면 이제야 서서히 떠오르는 해. 해야 솟아라 붉은 해야 솟아라. 일제히 오늘의 샷이 시작된다.  떠오르는 붉은 해와 함께 우리의 먼 타국에서의 하루도 시작된다. 어느새 해는 뽕긋 솟아오르고 우리의  라운딩이 시작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기서도 빨리빨리! 거의가 우리나라 사람들이지만 어쩌다 태국 현지인이나 서양인들이 끼게 되면 하하 그 느려 터진 운영에 우린 맥이 다 빠져버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딜 가나 빨리빨리 재빠른가 보다. 하긴 여유를 찾아 휴가를 왔다면 그렇게 모든 일에 빠를 필요는 없을 텐데 여하튼 우리는 빠르다. 한 치의 태만함도 허락 못하는 것 같다. 



꽃도 자리를 잡는다. 많은 한국 사람들과 많은 태국 캐디들이 어우러져 공을 친다. 회사에서 몇십 년 함께 한 동료들이 이젠 OB를 달고 노년을 함께 한다. 남편들은 그렇게 한창때처럼 한창때 분들과 함께 공을 친다. 우린 총 26명이 갔으니 돌아가며 팀이 되어 옛날을 회상한다.  


https://youtu.be/mXL-POVnU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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