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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2. 2022

똥꼬 수술 3

아 배고프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옆 침대 맛있는 식사가 배달된다. 커튼 길게 드리워져 가려있지만 식사를 하니 그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 배고파. 조용한 5인실에 나와 미리 입원해 있는 옆 침대의 아주 젊어 보이는 느낌의 그녀 둘 뿐이다. 왜 젊어 보이는 느낌이냐. 이 방에 들어와서부터 커튼을 하도 심하게 치고 있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들어올 때 놓여있던 슬리퍼가 아주 젊은 들이 신는 요란 뻑 적한 것이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다. 래도 내팽개쳐져있지 않고 드나드는데 불편함 없도록 한쪽 끝에 얌전히 놓여있다. 막 엉망으로 놓여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슬리퍼 모습인데 말이다 푸하하하. 여기 입원실은 입구에 신발을 다 벗어놓고 맨발로 들어간다. 그래서 아주 깨끗하다. 어쩌다 슬쩍 보게 되었는데 침대위 물결치는 젊은 머리가 쭉 뻗은 손에 들린 핸드폰에  고정이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퐁퐁 젊음이 느껴졌다. 하하. 먹는 소리 신경 안 쓰이게 하느라 아주 조심하는 게 다 느껴진다. 아삭 소리 나야 할 것들이        악 아주 조용 씹히고 있다. 너무 방이 조용해서 아무리 조심해도 다 들리지만 저리 조심조심 소리 안 나게 씹으려 애쓰는 걸 보니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가씨인가 보다. 그래도 그 맛있는 냄새는 어쩔 수가 없다. 아, 나도 빨리 저녁 먹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빨리 밥 먹고 싶어라. 아 배고파.


지금 시각 오후 한 시. 이제 두 시간만 지나면 물을 마실 수 있다. 오늘내일은 무조건 누워있으라 했다. 그래야 척추 마취 후유증이 없다고. 아 배고파. 저녁식사는 얼마나 맛있을까?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밥상이 눈앞에 아른거릴 뿐이다. 아이고 배고파. 그래도 따끈따끈 저녁밥상을 기대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 하하


앞 두 침대에는 예약이라는 표지와 함께 예쁘게 환자복이 놓여있다. 두 명이 더 들어올 예정인가 보다. 환자명과 나이가 쓰인 표지판을 보니 한 명은 사십 대고 한 명은 나랑 비슷하다. 수술에선 이제 내가 이방에서 두 번째로 높다. 엣 헴. 내가 겪은 과정을 새로 오는 분들은 이제부터 다 겪게 되겠지. 하하 나는 유경험자~


손과 발은 자유롭지만 절대 절대 머리를 침대에서 떼면 안 된다. 이제 두 시간만 더 참으면 된다. 물을 마셔야지.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데 생수를 들고 올 걸 그랬나. 정수기까지 걸어가야 한다. 갈 수 있을까? 생수를 몇 병들고 올걸. 에구.


아 이렇게 시간이 느리게 갈 수도 있는 거구나. 시간아 빨리빨리 가거라. 하나도 아프지는 않다.

한시 반이 되자 앞 침대 환자가 도착다. 나는 둘러쳐진 커튼 속에서 그들의 소리만 듣는다. 사십 대 표지가 있던 창가 쪽 자리에서 소리가 는 것 보니 사십 대 여자가 왔나 보다. 간호사는 내게 했던 말을 꼭 같이 반복한다.

마스크 하시고 다 벗고 환자복 입고 관장하러 나오세요~


헤헤 난 어느새 선임이다. 엣 헴. 가 관장약 넣고 돌아와 끙끙거린다. 오분이라 했지? 혼잣말하며 시계를 보는 듯하다. 난 시계 없었다. 그냥 숫자로 삼십 정도까지 세었었다. 옷장에 넣어둔 핸드폰  꺼내기가 귀찮아 그냥 숫자를 조금 세다 말았는데  저분은 오분을 정확하게 지켜내는 것 같다. 나도 다음에 하면  제대로 오분을 지켜내야겠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끙끙대는 소리가 난다. 그 거북한 느낌 나는 잘 알지 엣 헴. 나는 이미 유경험자~ 헤헤.


이제 한 시간만 참으면 된다. 그러면 침대에서 머리를 떼도 된다. 아, 하도 누워있으니 머리가 띵~ 허리도 뒤틀리고 죽겠다. 그 와중에 배가 무척 고프다. 그러나 저녁식사 시간은 앞으로도  시간 반이 지나야 한다. 아, 배고파. 소변이 마려운 듯 밑이 묵직하다. 이게 아픈 거란다. 심하게 묵직하면 무통제 주홍색 버튼을 누르라한다. 묵직할 뿐 아픈 건 아니니까 누르지 않는다.


또 새 환자가 왔다. 간호사는 또 같은 말을 반복한다. 아까 관장한 환자는 수술실로 가는가 베개 들고 나오라 한다. 베개 왜 그리 중요하게 여기는지 간호사는 꼭 베개를 들고 나오라 한다. 도 내 베개를 들고나갔었다.  침대 주위로 쫙쫙 쳐진 커튼을 나도 옆 침대의 젊은 아가씨 따라 전혀 걷지 않고 있다. 커튼 속에서 말소리만을 듣고 어떤 상황이겠구나 상상할 뿐이다. 그나저나 오후 수술하는 사람들은 슬프겠다. 저녁밥이 안 나온다. 아침 일찍 수술한 나에겐 저녁나온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푸하하하.


<계   속>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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