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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1. 2022

똥꼬 수술 2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 반대로 했나 보다. 젊은 의사가 내 뒤에서 주사를 꼽고 원장님이 지켜보는데  자꾸 실수하는가 보다. 아니 내가 너무 힘을 주어 잘 꼽지를 못하나 보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원장님께서 내 앞으로 오시더니 나를 안고 자기에게 기대 힘을 빠라며 등을 펴준다.


왜 그리 긴장하세요. 괜찮아요. 힘을 빼세요.  


아, 나는 최대한 힘을 빼고 마취에 도움을 주려 애쓰고 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내 앞에 어떤 자세로 있으라고 그림이 있어 내 딴엔 그 그림대로 한다고 했는데 우쒸. 원장님이 나의 얼굴이 그의 어깨에 걸쳐지게끔 꼬옥 안고 계속 긴장하지 말라며 등을 펴주어 겨우 마취가 성공한다.


무언가 뜨뜻한 기분이 아래로 퍼질 겁니다. 다리도 저려올 거고요. 그게 심할수록 마취가 잘 되고 있는 거예요.


의사와 자리를 바꾼 간호사가 내게 말한다. 정말 무언가 뜨끈한 기운이 쫘악 궁둥이에서 무릎 쪽으로 퍼져간다. 다리도 저려오는 것 같다. 음. 마취가 잘 되고 있군. 안심이 된다. 간호사가 오른쪽 끝을 가리키며 거기 머리를 대고 누우란다. 엉거주춤 누우라는 대로 누우니 가운데 똥꼬  있는 데가 드르륵 올라간다. 하핫 요거 산부인과와 영 반대의 자세네. 푸하하핫. 마치 요가 기본자세처럼 머리와 발이 밑에 있고 똥꼬만 하늘로 높이 올라간 상태. 푸하하하 그 와중에 나의 포즈가 너무 웃겨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정말 하나도 안 아프네요.


하하 수술 중 튀어나온 나의 말이 웃겼던 걸까. 의사 선생님 마취의 역사에 대해 쫘악 읊으신다. 1800년대 와서야 마취가 가능했으니 그 이전엔 가장 빨리 잘라내고 봉합하는 의사가 최고 명의였다고. 하하 그런 재밌는 역사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엔 둔기로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고 수술했대요.


하하 보조하는 젊은 의사도 한몫 거든다. 그 이야기뿐일까. 나처럼 대부분 사람들이 수술을 망설인다며 하긴 의사인 당신 친구도 편해진다는 말을 믿지 않고 수술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한바탕 수술 부정 이야기가 쏟아진다. 수술하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며 몰래 자기는 수술하는 의사 이야기까지 하하 재밌는 이야기가 끝도 없다. 난 아무 감각 없으니 똥꼬를 하늘로 쳐들고 두 남자가 열심히 거길 들여다보며 무언가 하고 있는 나의 지금 상태는 까맣게 잊고 그냥 어디 찻집에서 즐겁게 대화하듯 나의 담당의사님, 보조 젊은 의사와 함께 깔깔 푸하하하 이야기 속에 폭 빠진다.


마취약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아요? 0.1 CC도 안됩니다. 약이 무서운 거죠.


하도 내가 안 아픈 채로 깔깔 푸하하하 그들과 대화하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약의 위력에 대해 또 한바탕 말씀해주신다. 그렇게 온갖 즐거운 이야기로 깔깔대다 보니 수술 다 되었다며 아주 잘되었다 하신다. 아니?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완료!  드르륵 침대에 실려 많은 천장을 지나 5인실 내 침대에 도착한다. 옆으로 뒹굴 또르르 굴러 내 침대 위에 안착.  


네 시간 동안 절대 머리 들지 마세요~


척추마취의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절대 머리를 들어서는 안된단다. 침대에 그냥 내 머리가 붙었다 생각하란다. 베개 베는 것도 안된단다. 고개를 침대에 붙인 채 옆으로 돌리는 건 되지만 절대 위로 들어서는 안된단다. 물 한 방을 마시는 것도 안되며 아무것도 먹지 말고 있어야 한단다. 꼼짝 말고 내 머리가 침대에 딱 붙어있다 생각하란 걸 수도 없이 강조한다. 지금부터 하나 둘 셋넷 정확히 네 시간을 계산해 2시 55분! 내가 머리를 들어도 되는 시간을 아예 침대 머리맡에 큼지막하게 적어 붙여 준다. 그리고도 당부 또 당부한다. 절대 머리를 들지 말라고. 그러나 다행히 손과 발은 자유롭게 움직여도 된다 한다. 다행이다. 핸드폰은 할 수 있겠다. 난 머리를 들면 안 되니 장 속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 달라 한다. 간호사가 장 비번을 물어 열고 핸드폰을 꺼내 내게 쥐어주고 장 문을 닫아주고 나가며 다시 한번 강조한다. 


2시 55분까지 절대 머리 들지 마세요~
네~ 


모야. 수술이 벌써 끝난 거야? 얏호! 하하


<계  속>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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