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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6. 2022

똥꼬 수술 7

드디어 좌욕이다. 각자에게 배당된 하얀 투명 좌욕기를 들고 좌욕실이 좌르륵 늘어선 곳에 간다. 가운데에 있는 제2 좌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짜잔~ 하핫 요상하게 생긴 변기 아닌 비데 아닌 좌욕기가 나온다. 오홋, 간호사에게 어젯밤 교육받은 대로 일단 투명 덮개를 앉는 곳 위에 꼭 덮어 씌우고 하얀 꼭지를 꾹 눌러 밀착시킨다. 그리고 좌욕 버튼을 누르라했지? 오호 요기. 왼쪽에 있는 좌욕! 버튼을 꾹 누른다. 으힉. 드드드드 우렁찬 소리가 나며 뜨끈뜨끈한 물이 흥건히 차오른다. 그리고 버블이 시작되는가 뽀골뽀골 소리도 요란하다. 한참을 그러더니 탕! 소리가 나고 멈추더니 물이 빠지나 보다. 콸콸 물이 내려가고 다시 따뜻한 물이 차오른다. 뽀골뽀골 버블링 시작. 한참을 그러다 다시 탕! 캬. 한 과정이 끝날 때마다 무슨 소리가 이렇게 무지막지 크단 말인가. 마치 덜컹덜컹 덜커덕 차량 사고라도 나는 듯 조그만 밀폐된 공간에 덜컹 소리가 요란하다. 그렇게 두 번을 하더니 이젠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아, 이거 바람이 너무 뜨거운 거 아냐. 궁둥이를 이리저리 뜨거운 바람을 피해 돌리다 보니 띵동 띵동 모든 게 끝났다는 알람이 울리며 조용해진다. 남은 물기를 휴지로 정리하고 팬티에 새 패드를 깔아 입고 바지도 입으며 모든 마무리를 한다. 드르르륵 채워진 따뜻한 물에 한참 버블링을 하니 뜨끈뜨끈 따뜻한 물이 환부를 잘 달래주는 느낌이다. 아~ 좋다.


좌욕실 풍경과 투명 개인 좌욕기. 하얀 꼭지에서 튜브가 떨어진 내 좌욕기는 불량이었다. 세번 만에 우연히 간호사가 보고 바꿔주었다. 난 불량인지도 몰랐다.


그 옛날 큰애를 낳던 1983년 명동 성모병원이 문득 생각난다. 그때 좌욕이라는 걸 처음 알았는데 우리 방 차례가 되면 비슷한 시간에 아기를 낳은 세 명이 함께 좌욕실에 갔다. 좌욕실이라는 게 그냥 목욕탕 아니 샤워실 같은 곳으로  바닥에 덩그러니 노란 양은 대야 세 개가 놓여있었다. 궁둥이가 들어가고도 남을 아주 커다란 노란 대야가. 거기 각자 자리를 잡고 바지를 내리고 쪼그려 앉아 궁둥이를 그 대야 속 따뜻한 물속에 푹 담갔다. 같은 방 산모 셋이서 깔깔대며 궁둥이를 대야 속에 담그고 좌욕하던 거에 비하면 이 얼마나 화려한 변신인가. 

 


뒤적뒤적. 찾았다. 하하 지금으로부터 거의 40년 전. 큰애를 낳을 그때 1983년도의 일기를! 호홋!

명동 성모병원에서 아기를 낳고 매일 몇 번씩 하던 좌욕 대야 

1983년 8월 27일 토요일


일찍 잠이 깬다.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며 좌욕실로 가란다. 들어가 보니 커다란 양은 대야가 세 개 놓여있고 그 안에는 뜨거운 물이 담겨 있다. 세 명의 출산녀들이 간호사에게 불리어 왔다. 이름 불러주는 대로 지정해주는 대야 위로 가서 바지를 벗고 궁둥이를 담근다. 뜨겁다. 살살 식혀가면서 하란다. 담갔다 뺐다 하다가 푹 담그고 있는다. 따끔따끔 아프다. 자꾸 해주어야 한단다. 우리가 나가자 다른 산모들이 불려 왔고 새로운 대야가 뜨거운 대야가 대령된다. 좌욕이라는 걸 처음 해본다. 집에 가서도 물을 끓여서 자주 해주어야 한단다. 엄마는 어디선가 마른 쑥을 한 아름 구해오신다. 나 퇴원하면 푹푹 끓여 좌욕할 재료란다. 그래야 거기가 말끔하게 낫는다고.





하하 여하튼 이제 좌욕도 했다. 그 나의 좌욕기를 빼서 들고 나오니 바로 앞에 커다란 싱크대가 있다. 개인 좌욕기를 푹 담가 깨끗이 닦아놓을 수 있도록. 오홋 이 얼마나 편리하면서도 세심한 배려인가. 깨끗이 닦아 이걸 받을 때 덮어씌워져있던 커다란 비닐에 다시 넣어 침대 밑에 보관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자기 좌욕기를 들고 다닌다. 투명하고 커다란 저것을. 하하. 첫날 젊은 남자애가 커다란 투명판을 덜렁덜렁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고 저게 뭘까? 했는데 하하 바로바로 개인 좌욕기였다. 푸하하하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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