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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5. 2022

똥꼬 수술 6

저 이거 한 번도 안 눌렀는데...


아침 일찍 간호사가 링거를 아예 떼어주러 왔다. 난 무통 약 주홍색 버튼을 단 한 번도 안 눌렀기에 아니 하나도 안 쓰면 새 걸 어떡하지? 8만 원이나 하는데 혹시 되돌려주나? 궁금해 간호사에게 물어봤다. 혹시 눕다가 바닥에 닿기도 했는데 그때 눌러졌을까요? 물어보니 그렇지는 않단다. 아주 힘차게 꾹 눌러야만 들어간단다. 오홋 그렇다면!!! 난 하나도 안 쓴 채로인거다. 하하 그러나 간호사 왈

안 눌러도 자동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아, 그래요? 하하 그래서 하나도 안 아팠군요.


푸하하하 그 주사 덕에 이렇게 하나도 안 아픈 거였다. 하하 그것도 모르고 주홍색 버튼을 눌러야만 들어가는 줄 알았다. 그러므로 난 단 한 번도 안 눌렀으므로 무려 8만 원을 환불받아야 하나? 수술 후 첫날이 무척 아프지 점점 더 안 아파진다던데 그럼 더 이상 필요 없잖아? 해서 간호사한테 이렇게 하나도 안 쓰면 새 걸 어쩌나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푸하하하 나도 참. 그러니까 그 주사는 원래 자동으로 들어가고 있는 거였고 만약에 더 아프면 주홍색 버튼을 꾹 눌러 그 순간 더 많이 들어가게 만들어진 주사였던 것이다. 푸하하하 나도 참 너무나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뭐? 8만 원 환불? 푸하하하. 그럼 그렇지. 이렇게 안 아픈 건 바로 다 그 무통주사 때문이었던 게야. 그것도 모르고 푸하하하 바보.

왜 이렇게 쓰리고 아프죠? 통증 때문에 단 한잠도 못 잤어요.


헉 그렇게 아프다고? 내 뒤에 수술한 앞 침대 내 나이 또래분이 간호사에게 아픔을 호소한다. 하나도 안 아픈 나는 커튼에 가려진 채 들려오는 고통 소리에 괜히 죄송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수술하신 의사 선생님이 나를 수술하신 분과는 달리 여자 선생님이다. 우리 방 모두가 그 여자 선생님께 했고 나만 남자 원장님께 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 하면 입원실 입구에 명단이 있고 그 앞에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모두 빨간 동그라미 스티커인데 나만 반짝반짝 은빛 별표 스티커였다. 왜 나만 스티커가 다를까 하다 그게 바로 담당의 표시라는 걸 알았다. 은밀한 곳이라 여의사를 택한 걸까? 산부인과 갈 때 남자에게 어떻게 보이냐며 꼭 여의사만 찾아가는 엄마들이 많다. 그러나 난 의사인 내 친구에게 들어서 안다. 의사가 환자를 볼 때는 다만 환자로 환부가 보일 뿐이지 남자 여자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난 기왕이면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그래도 좀 유명하다는 선생님께 받는다. 그런데 앞 침대 분은 왜 아플까? 걱정이 된다. 난 이렇게 하나도 안 아픈데. 잠도 쿨쿨 잘 잤는데 단 한잠도 못 잤다니. 에구 어떡하나. 


어젯밤엔 커튼을 젖히고 우리 모두에게 좌욕기 시범이 있었다. 이제 오늘 아침부턴 대변도 봐야 하고 하루 서너 번 좌욕도 해야 한다. 긴장이다.


<계   속>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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