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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7. 2022

똥꼬 수술 8

병실이 여유롭다. 그런데 평상시는 물론 잘 때까지도 마스크를 해야 한다. 커튼 속에 혼자 있으니 갑갑해 살짝 내렸다. 그걸 깜박 잊고 그대로 복도로 나가 마스크 쓰세욧 몇 번을 지적받는다. 대구탕이 나왔다. 맛있다. 삼십 번 씹기를 해본다. 꼭 삼십 번은 아니라도 꼭꼭 씹어서 아주 천천히 먹는 걸 실행하는 거다. 왜냐하면 이제부턴 건강한 똥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렇게 천천히 먹으니 맛도 좀 없는 것 같고 반쯤 먹었을 때 이미 배가 부르다. 아니 그래도 준 건 다 먹어야 한댔어. 배는 불러도 꾸역꾸역 다 먹는다. 꾸역꾸역 그 맛있는 밥이 꾸역 꾸역이라니. 하하 삼십 번 씹기 하지 말까? 아니 음식은 꼭꼭. 그래 잘하고 있는 거야. 이제 대변을 보는 게 관건이다.


하하 그런데 모 이런 수술이 있나? 왜 하나도 아프질 않지? 이제 대변만 보면 될 텐데 아침나절의 그 모든 걸 행하고도 지금 겨우 9시 40분. 점심 먹을 때까지 여유로운 시간이다. 그래. 태국어를 하자. 녹음할 곳이 있을까? 일단 글로 만드는 걸 하자. 노트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그런데 커튼이 쳐져있고 너무 조용해서 키판 두드리는 소리가 사람들에게 거슬릴 것만 같다. 그렇게 오늘도 커튼 행렬 속에 모두 조용하다. 다인실에 TV 소리가 횡행하고 있는 걸 안 보는 것 또한 처음이다. 요즘은 이렇게 모두가 각자 자기 할 일로 바쁜가 보다. 좋아. 녹음 가능한 조용한 곳을 찾아보자.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병실을 나와 복도 끝까지 이리저리 훑어보며 탐색전이 시작된다. 한참을 가다 보니 휴게실이라는 곳이 나온다. 오홋. 파란 하늘에 두둥실 뭉게구름 멋진 그림이 크게 천정과 벽을 장식하고 길게 편안한 소파가 놓여있다. 절로 평안해지는 듯한 그림과 무조건 앉고 싶은 소파다. 그래. 바로 여기!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가져간 노트북을 편다. 조용하다. 엄마, 친구와 밀린 전화도 한다. 세상에 요렇게 멋진 곳이? 푸하하하.


대변은 아주 심하게 마려울 때까지 기다려서 행하기로 한다. 기다리자. 지금 슬슬 신호가 오지만 심하게 마려울 때까지 참는 거다. 오케이. 대변의 기미가 보이는데 심하게 마려울 때까지 가지 않으려고 그냥 꾹 참았다. 그랬더니 변의가 사라졌다. 어떻게 나올까? 수술했기에 편하게 나올까 아님 아직 상처가 있으니 무척 아플까? 모든 게 궁금하고 두렵다. 피가 철철 묻은 똥을 누게 될까? 으힉.


점점 방귀도 뿡뿡 나오고 서서히 대변이 나오려 한다. 흠. 이젠 긴박해 보이니 화장실로 갈까? 드디어 화장실. 조심조심. 아, 어떻게 상처를 뚫고 똥이 나올 수 있을까? 이걸 힘을 줘 말아? 흐익. 조심조심 살살 힘을 줘본다. 으힉 똥이 나온다. 아주 조금. 더 힘을 줘봐? 수술한 게 터지면 어떡하지? 조심조심 아 똥은 술술 나온다. 묵직한 것도 나온다. 힘을 살짝 주니 상처 속에서 똥이 나온다. 아직 상처 때문에 이전보다 편한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상처 속에서 나오는 똥이니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살짝이지만 옛날 그 끝에서의 불편하던 점은 사라진 것도 같다. 무언가 똥이 수월하게 나오는 느낌이다.


변기 안을 보니 똥이 피범벅이 되어있다. 피도 잔뜩 쏟았고 똥도 한가득 쏟았다. 어쨌든 대변에 성공이다. 흠. 이걸 이제 어떻게 닦아준다? 샤워기로 직접 대면 상처가 아파 안된다 한다. 그렇다면? 휴지나 물휴지로 닦으라는데 물휴지는 없다. 음. 샤워기와 휴지는 있다. 그래. 휴지 위샤워기 따뜻한 물을 틀어 따뜻하게 촉촉해진 휴지로 똥꼬를 아주 살짝 닦아낸다. 그리고 좌욕실로 향한다. 음. 성공이다. 대변 성공이다. 내 옆 침대의 아가씨는 오늘 퇴원인데 결국 대변을 못 보고 가는 듯하다. 집에 가서 대변보는 게 힘들 수 있으니 그때는 전화하라며 간호사가 안내하는 걸 들었다. 입원 기간 내에 대변을 못 봤다면 다시 볼 때 꽤 고생할 텐데. 음.


<계    속>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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