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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04. 2019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궁전

벨베데레 궁전의 명화들 속에 포옥 빠지다


벨베데레 궁전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마냥 그림을 구경한다.


맘에 드는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문다.


그렇게 한참 있으면 영어 해설을 듣고 있는

아들이 와서 살짝 설명해주곤 한다.


"엄마 이 그림은... "


그러나 난 노노노!

내 멋대로 감상한다. 이 여인은 어떤

고민에 빠진 걸까.


이 소녀는 무슨 책을

이리도 열심히 읽고 있을까?

아마도

연애소설이겠지? 호홋


여기도

소설책 읽는 분


아내는 빨리 자자~

조르고 히히.


앗. 나폴레옹

눈매가 너무 매력적이다.


아, 무서워.

절망의 구렁텅이. 어떡해.


제목이 The Evil Mothers

무시무시.


앗. 여기.

에곤 쉴레 엄마의 고향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보았던 그의 작품실.


오홋. 그래 맞아.

바로바로 체스키 크룸로프야.


와우~

유명화가 그림 속에서

내가 봤던 곳을 찾아내니

기분이 야릇하다.

대견함이랄까? 오호호호


헉. 고독이  물씬

문득 떠오르는


아니, 나무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듯한


I stand alone

in the darkness.


The winter of my life

came so fast...


https://youtu.be/WrQyPHzzfCA

난 이렇게

명화들 속에서

내 멋대로 즐겁다. 호홋


그러나 남편은 아니다.

나와 많이 다르다.


음악의 예를 들어볼까?

클래식 듣기를 즐겨하는

남편은 음악을 듣기 전

누구 지휘이며

어느 오케스트라이며

누구 작곡인데 그 내용은

어쩌고 저쩌고....


무어 그렇게

알아야 되는 것이 많은지.

그뿐인가.


음악이 나오면

저역이 어떻네

고역이 어떻네,

스피커가 어때서

엠프가 어때서...



난 그런 거 딱 질색.

그냥 듣고 또 듣는다.

음악 그 자체를 듣는다.


심지어 작곡가를

모르면 어떠랴?


그 내용을 모르면

어떻고?


그냥 막 듣는다.



그런 식으로 난,

이 그림은 누구 꺼고

무엇이 유명한 거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 거 무시하고

그냥 본다.

마냥 보고 또 본다.


역시 남편은

아들 곁에 딱 붙어 있다.


그럼 그렇지.

해설에 목매시겠지요? ㅋㅋ


오호

Solitary House

고독한 집이라고 라~


난 가끔 쓰여있는

제목 정도 봐줄까나?



한참 보고 있으면

내가 마치 그림 속 그 시대

그 장소에 있는 듯


울창한 숲 속에서

야외예배도

함께 드리고... 헤헤



그림 속

여행이라고나 할까?


자유로운 영혼

오예!!!


나의 눈길 가는 대로

나의 마음 가는 대로

나의 발길 닿는 대로~



스테판 성당

지금 모습이

그대로 그림 속에.


그 때나 지금이나

건물은 변함없는데

사람들만 계속 바뀌누나.



과일을 어쩜

이리도 생생하게 그렸을까.  


붉은 포도 한 알

손가락으로 살짝

톡! 떼어내

쏙! 입으로. 헤헤.



많은 역사적 이야기가

이 그림 속에 있으리라.


그건 또 내킬 때

뒤져보기로 하고.


오호. 고호!!!



제목이 Storm


강풍에 뽑혀버린

나무뿌리와


놀라 도망가는

노루가

묘하게 비슷하다.


문득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비가

주룩주룩!



"각 여인들의 표정이 살아있대요."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이어폰으로 들은 해설


조금이라도 더 내게

설명해주려 애쓰는 아들. ㅎㅎ  



"그래. 정말 그렇네.

어쩜 저리 표정이 다양할까?"


꼼꼼히 들여다보며

나도 적극 보답. 헤헤



그러나 곧 슬그머니

떨어져 나와


내 방식으로

눈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헤헤



그렇게 홀로

몰입해 보고 있노라면


그 많은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미술관 소음이


어느 순간

싸악 사라지며


그림 속 세계에

턱 들어앉아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미치도록

매력적인 순간이다. 호홋



노골적인 에로티시즘 때문에

음란화로 오해받아

구속되기도 했다는

에르곤 쉴레의 그림들.


그의 많은 그림들을

한참 보고 있자니


분명 무언가

매우 야하기는 한데


그런데 전혀  

음란의 느낌이 안 들고



무어랄까

고독이랄까 허무랄까

그런 슬픔이 몰려온다.



28세.

그 젊은 나이에 요절한

에르곤 쉴레

마지막 작품 '가족'.


그의 결혼 후

안정된 행복은


채 3년을  못 넘기고

아내도 그도 사망했다니

아. 너무 안타깝다.


병든 아내를 간병하다

그도 감염되어 갔다니

더더욱 슬프다.



책에서만 보던

유명한 클림트의 그림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와우.


아. 이런 명화들을

보고 또 보고.


그림 속 여인의

특별한 표정이 나를

한참 사로잡는다.



앗시리아 장군을

살해하고


옛 유대를 구한

과부 유디트.


승리의 확신에 찬

도도한 그녀를


클림트는

성적 매력이 넘치는

유혹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바꾼다.


클림트 '키스' 앞에

몰려있는 사람들.



'나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일 뿐이다.'


라고 말하며 클림트는



일 년 중 반은 호반에서

휴식과 명상으로


반은 작업실에서

오로지 그림만 그렸다.  



금빛으로 화려한

클림트의 그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감상하고 싶지만


몰려드는 사람들로 잠시

서있기도 힘들다.


화려한 금빛에서

갑자기 새카만

 

'가족'이라는 작품을

끝으로 발길을 돌린다.


인간의 모든 표정이

다 있다는 이 곳에서


하나를 골라

같은 표정을 지어본다.


오 골 골골골 골 ㅋㅋ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가 부슬부슬


그러나 우산 없이

걸을 만하다.


흠뻑 젖은

굵은 모랫길이랄까?

작은 자갈밭이랄까?


촉촉한 그것들을

저벅저벅 밟으며


저~  끝에 있는

빨간 지붕

벨베데레 하궁까지 간다.


아. 상쾌하다.

뛰다 걷다  호홋.


돌아오며 보니

거대한 궁전.


내가 지금까지

저 안에서 그리 실컷

그림여행을 했단 말이지?


아. 멋지다.

벨베데레 궁전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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