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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05. 2019

간헐적 다이어트를 했는데 왜?

몸무게가 늘었을까?



친구의 조언대로 오늘도 간헐적 다이어트를 해볼까 어쩔까 하는 생각에 아침 일찍 체중계에 올라갔다. 일어나자마자. 아니지 조금이라도 무게가 덜 나가도록 화장실도 다녀오고 옷도 다 벗은 채. 친구는 매일 아침 몸무게를 달아보며 그날의 간헐적 다이어트 여부를 결정하라 했던 것이다. 어제 점심때까지 나름 간헐적 다욧을 했기에 그래도 얼마가 줄었을까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조심조심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앗, 그런데 앗앗앗. 왜 400 그램이나 늘어있을까? 어제 아침 몸무게보다 정확히 400 그램이 더 나간다. 체중계가 고장 났나? 이건 또 모지? 잠시라도 다욧을 하면 몸무게가 줄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래서 어제를 좀 생각해 본다.




남편과 나는 거의 40명에 달하는 색소폰 오케스트라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교회에서는 작게 색소폰 앙상블을 하고 있다. 테너 색소폰, 알토 색소폰, 소프라노 색소폰, 피아노, 아코디언 등으로 한 열명 정도의 소규모 앙상블이다. 교회에서 일 년에 두 번 정기연주를 한다. 예배 중에 하는 연주라 한 3곡 정도를 하는데 6개월 내내 3곡을 연습하니까 별로 부담도 없고 재미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의 남편이 지휘를 맡아 곡을 하나씩 예쁘게 만들어가고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면 우리는 교회에 모여 연습을 한다. 집에서 출발하는 나는 항상 떡을 주문하여 5시에 집에 도착하게 해 먹기 좋게 통에 넣어 간다. 처음엔 연습실 도착 전 근처 떡집에서 봉지봉지 팩 되어있는 것을 사 갔었다. 그런데 그 떡이 어떤 건 맛있고 어떤 건 좀 오래된 것도 같고 어떤 건 너무 맛 없고 그래서 이게 아니다 싶어 한번 집 앞의 떡집에 주문을 해보았다. 비용은 비슷하게 들면서 훨씬 맛이 있다. 매주 떡을 바꾸어 가면서 어떤 날은 절편, 어느 날은 약밥, 찰떡, 쑥 카스텔라, 콩떡, 백설기, 팥시루...  하하 온갖 떡을 매주 따끈따끈하게 막 배달받아 가지고 간다. 거기에 보이차를 커다란 보온 통에 가득 우려 간다. 7시부터 8시 반까지 열심히 색소폰을 불고 그때부터 즐거운 우리의 뒤풀이가 시작된다. 맛있는 갓 만들어진 떡과 함께 보이차를 곁들이며 온갖 이야기를 한다. 여행이며 옛날 회사생활이며 추억의 이야기들을 한다. 아코디언은 알토 색소폰을 부는 한 연주자의 아내가 한다. 그래서 두 부부. 그러나 연주가 끝나고 회식을 할 때는 모든 부부가 함께 한다.




어제의 메뉴는 약밥이었다. 그런데 갓 만들어온 약밥. 아, 정말 맛있다. 그래 서였을게다. 밤 9시 넘어까지 얼마나 많은 약밥을 먹었던가. 게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으며 먹어대는 약밥과 보이차는 정신없이 뱃속으로 들어간다.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그것 때문일까? 아니 그 이전으로 올라가야 한다. 간헐적 다이어트의 매력 운운하며 난 어제 점심까지 아무것도 안 먹기로 했다. 그것까지는 정말 맑은 정신으로 잘 지켜졌다. 그리고 두구두구두구 정말 맛있는 점심. 남편과 함께 만드는 점심식사. 뽀골뽀골 된장찌개에 맛있는 김치들, 상추쌈. 시장이라는 확실한 반찬이 더해지며 아, 얼마나 얼마나 맛있는지 그야말로 정신없이 퍼먹었다. 그러고 나서도 수박에 참외에 결국 너무 배가 불러 헉헉 거리게 될 때까지 주책맞게 먹어댔으니. 아, 난 왜 그럴까. 그리고 오늘 아침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시 간헐적 다이어트 운운하고 있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먹거리를 달고 살던 내가 이렇게 조금이지만 나의 몸무게에 신경 쓰게 되었다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간헐적 다이어트라고 나름 한 끼니 정도를 굶는 것을 멋대로 실행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 순간에는 이것저것 먹을 것을 건드리지 않으니 입안도 깨끗하고 정말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다. 배가 더부룩하니 항상 불러있을 때랑은 정말 다르다. 그러니 몸무게가 생각과는 달리 400그램 늘었다 해도 너무 기죽지 말자. 그리고 되는 그 순간까지 끝없이 시도하는 거다. 간헐적 다이어트. 그래서 난 오늘도 점심 모임이 있기까지 남편 꺼만 차려주고 지금 아무것도 안 먹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의 머리는 아주 깨~끗, 너무 맑다. 이 좋은 걸 이 좋은 상태를 왜 자꾸 무너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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