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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05. 2019

매일 간헐적 다이어트를?

그건 간헐적이 아니지 않을까?



지금 시각 밤 9시. 난 갈등하고 있다. 밥을 먹을 것이냐 무언가 먹을 것이냐 아니면 다시 간헐적 다이어트를 할 것이냐. 오랜만에 체중계를 달아본 나는 사실 충격이다. 그렇게까지 몸무게가 많이 나가본 적은 없는데 한창 꽤 빠졌다고 생각했기에 방심하고 그냥 몰라라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점점 바지가 꼭 끼고 무언가 옷들이 태가 안 나고. 그 범인은 바로바로 뒤룩뒤룩 군 살이 붙은 것이었다. 그걸 알고 나니 너무 방심했던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그리고 조금만 신경 쓴다면 다시 꽤 상쾌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도 같고. 그래서 지금 난 무언가 먹을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갈등 중이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카스 캔맥주가 한 줄 쫙 들어가 있다. 그 시원한 맥주랑 땅콩이랑 육포 그리고 피스타치오도 있다. 그거 꺼내서 맛있게 먹으면 그러면 되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지금 남편은 옛날 직장 동료들과 회식 중이다. 나 혼자 집에 있다. 아, 그냥 먹어버릴까? 그러지 말까?




"정말 아무것도 안 드세요?"
"과일 좀 깎아주지만 안 먹으려 합니다."

"아, 어떻게 지금부터 아무것도 안 드세요? "


난 감탄한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노인정에서 저녁때마다 요가 강습이 벌어진다. 운동은 해야겠고 멀리 가기는 싫고 바로 집 앞에 있는 노인정에서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하는 요가에 등록해 갈 수 있는 만큼만 부담 없이 가고 있다. 우리 윗집 아저씨도 요가를 등록해 집에 올 때는 종종 같이 온다. 그런데 요가 직전 식사를 하고 요가 끝나고는 아무것도 안 드신다는 것이다.


"아니, 식사를 하고 어떻게 요가를 해요? 꼴까닥 음식이 넘어올텐데요?"

"그래도 토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왔지만 요가 끝나고 출출한 시장이라는 반찬과 함께 힘들게 요가까지 했으니 밥맛은 기가 막히고 그렇게 나는 운동 끝나고 신나게 저녁식사랍시고 많이 먹었는데 윗집 아저씨는 요가 전에 식사를 하고 후에는 즉 8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안 드신다는 것이다. 남편도 함께 요가를 하자고 했지만 한 달 해보고는 영 자세가 안 나온다고 위층에 있는 헬스로 갔고 나만 요가를 하는데 윗집 아저씨는 요가를 참 잘 하신다. 그런데 그렇게 식단관리까지 했던 것이다. 저녁때는 아무것도 안 드시려 노력한다니. 여자인 나도 그냥 배가 고프면 막 먹고 그랬는데. 내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싶다.


남편이 회식에서 돌아오기 전이다.  난 오늘 점심때 모임에서 아주 잘 먹었다. 보리굴비정식과 간장게장을 먹었다. 그때까지 간헐적 다이어트를 실행해 모임까지 정말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까 살살 고픈 배와 함께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티타임까지 해서 망고빙수까지 신나게 먹었다. 오늘의 에너지는 모두 섭취한 것 같다. 그때 점심 한 끼로. 그리고 집에 와서 요가 가기 전 떡을 한 덩이 먹었고 수박 사각 낸 것을 한 대접 먹었으니 그걸 저녁이라 할 수 도 있으리라. 그런데 난 여전히 먹을까 말까 갈등하고 있다. 잘하면 다시 간헐적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냥은 힘들지만 여기 이렇게 적고 있으면 마음이 정리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매일 한다면 그게 간헐적 다이어트라 할 수 있을까? 매일 하는 간헐적 다이어트? 하하 어째 거기는 간헐적이 들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지금부터 16시간 후. 아니 내가 요가 가기 전인 7시 이전까지만 무언가 먹었으므로 진짜 간헐적 다이어트라는 16시간 다이어트를 제대로 해볼 수 도 있겠다. 7시부터 16시간을 더하면 23시. 즉 내일 11시까지만 기다려 무언가 먹는다면 16시간 먹을 걸 춘다는 간헐적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일 건강검진이 있다 하면 난 무조건 굶어야만 한다. 그렇게 그런 날은 잘도 굶지 않는가? 그러니까 지금부터 16시간 굶는 것을 그렇게 못할 것도 아니다. 해볼까? 그래. 지금 몇 시간 만 참고 안 먹으면 된다. 지저분한 주전부리를 안 할수록 나의 머리는 또 아주 맑아질 것이고 그리고 무언가 힘든 일에 도전한다는 매력도 있고 그리고 만약 내가 내일 11시까지 정말 아무것도 안 먹는다면 아, 그 성취감은 또 얼마나 크겠는가. 지금 무언가를 먹으며 뱃속을 더럽히고 마음을 괴롭히고 성취감은커녕 실망감만 가득할 그런 상태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하, 그래 해보자. 참으로 이상하다. 이 곳에 글을 쓰면 이렇게 꽤 생산적인 쪽으로 머리가 돌아간다. 그러므로 난 비록 매일 하는 것이 되었지만 어쨌든 내일 11시까지 간헐적 다이어트를 해보련다. 물은 맘껏 마시리라. 오케이!!! 난 할 수 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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