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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04. 2019

간헐적 단식의 매력

난 또! 감히 해보련다.



아침에 난 이것저것 주워 먹는 게 많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그냥 습관적으로 먹거리에 손이 간다. 그렇게 다음 끼니 까지도 무심코 먹고 또 먹는다. 그런데 어제 친구의 조언에 따라 방탄 커피는 아니지만 간헐적 단식이라는 것을 했다. 다른 거 아니고 그냥 점심 모임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기. 그런데 그 잠깐이었지만 일단 마구 손이 가던 무심코 하는 먹거리 주전부리가 딱! 끊기니까 입안도 깨끗하고 뱃속도 깔끔하고 무언가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고 일명 상쾌하다 해야 할까? 참 괜찮은 기분이다. 지저분한 것들로 뱃속을 가득 채우면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 명쾌함 상쾌함 신선함.




그런데 그뿐이었다. 어젯밤 색소폰 연습장에선 모처럼의 다과회가 펼쳐졌다. 저녁을 먹지 말고 오라는 멘트가 있었지만 남편과 나는 그 메시지를 연습장에 도착해서야 보았다. 그러니까 밥을 시간 늦지 않게 허겁지겁 있는 대로 퍼 먹고 가득 부른 배를 가지고 막 도착했을 때였다. 피자에 프라이드치킨에 방울토마토에 하얀 절편에 색색가지 송편에 김밥에 콜라에~ 그야말로 온갖 먹거리가 쫘악 펼쳐졌는데 밥을 가득 먹고 간 남편과 나는 단 한 개도 맛을 볼 수가 없었다. 이미 먹고 간 밥으로 너무 배가 불러서.


모두 끝나고 나올 때 너무 아무것도 안 먹은 나와 남편에게 지휘자가 슬쩍 비닐봉지를 전해주는데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끌러보니 프라이드치킨과 김밥 한 줄이 들어있다. 아직 배가 불러 전혀 관심 없이 집에 와서도 그냥 식탁에 던져두었던 우리. 서서히 밤 12시가 다가오고... 하하 냉장고 안에는 시원한 캔맥주가 있고... 배도 슬슬 꺼져가고... 오예 치맥!!!!


그렇게 통한 우리는 지휘자가 싸준 치킨에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와 맛있게 먹는다. 밤 12시에. 안 먹을  때는 몰랐는데 일단 먹기 시작하니 곁에 있는 김밥도 눈에 들어온다. 김밥엔 알맞게 익은 깍두기를! 해서 냉장고에서 깍두기를 꺼내 놓고 김밥 한 개 먹고 깍두기 한 개 먹고. 와우 우아아아아아 너무 맛있다. 그렇게 한 밤중 우리의 파티는 벌어졌으니 내친김에 오늘 아들과 통화하자. 새벽 2시까지 기다려 파리에서 근무하는 작은 아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통화를 한다.  소화시키고 잠을 자자의 일환이었지만 어쨌든 그 덕에 그리운 아들의 목소리도 듣고 배도 그득하고 그렇게 어젯밤을 다이어트와는 정말 무관한 밤을 보냈다.


간헐적 다이어트를 언제 하는 거야? 매일 해? 하는 나의 질문에 친구는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 보고 결정하란다. 그래서 오늘 아침 정말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라가 본다. 역시 몸이 갑갑하고 무언가 바지 등이 끼는 것 같으면 영락없이 체중이 불은 거다. 평상시 나의 체중에 2킬로가 불어있다. 음.... 오늘도 간헐적 다욧을 해봐? 그럼 몇 시야 어젯밤 새벽 1시까지 주야장천 먹어댔으니 1시에 16 시간을 더하면 17시 즉 오후 5시. 헉. 5시까지 아무것도 안 먹는다? 그건 불가능. 그러나 일단 아침을 남편 꺼만 차려주고 그리고 나는 점심에 합류한다면? 그래. 그건 가능하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의 점심식사시간까지 간헐적 다욧을 하기로 한다. 역시  지저분하게 이것저것 먹지 않고 있으면 참으로 정신이 맑아진다.


내가 이 글을 여기 쓰는 이유는 일단 여기에 쓰면 지키게 된다는 것이다. 어제의 간헐적 다이어트도 여기에 글을 썼기 때문에 점심 모임 전에 그 무엇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여기 또 적는다. 그리고 나, 더는 못해도 남편이 배가 고파 점심식사를 하게 되는 그게 1시가 될지 2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일단 그때까지는 간헐적 다이어트.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겠다는 것이다. 맑은 정신을 맘껏 누리리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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