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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03. 2019

방탄 커피는 안 해도

간헐적 단식은 해보리라~



친구가 '6시 이후엔 절대 네버 안 먹을래.'라는 제목의 일시적 다이어트에 실패한 내 글을 읽더니 방탄 커피를 추천하며 관련된 많은 동영상을 보내준다. 꼭 살을 빼야겠으면 참고하라고. 그러나 마음뿐이지 그렇게 심각한 상황도 아니고 그리고 좀 날씬하면 참 예쁘겠다 하는 생각이었으므로 기 버터니 어쩌고 저쩌고를 사서 만들고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본래 건강상식 이런 거 잘 안 믿고 안 챙겨보니까. 모이면 오로지 TV에서 본 건강이야기만 하는 건 우리 엄마 세대라고 생각했으니까. 정말 87세인 우리 엄마는 그야말로 TV 건강박사시다. 무언 어디에 좋고 그래서 무얼 먹어야 하고 어쩌고 하이고~ 나는 그냥 맛있는 것 끌리는 것 즐겁게 먹고 운동하고 룰루랄라 그렇게 살리라. 그리고 버터라니 얼마나 느끼할까 등등. 


게다가 더 걱정되는 건! 방탄 커피 마시고 그리고도 내가 먹던 걸 그대로 다 먹는다면 그건 말짱 도루묵. 그 커피가 절대 배가 고파지지 않아 유명하다던데 그러나 나는 사실 생각해보면 배가 고파서 무얼 그렇게 먹는 건 아니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금방 밥도 먹었는데 끊임없이 입에서는 근질근질 무언가 손에 잡히는 먹거리를 우물거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간헐적 단식을 하겠다고 방탄 커피 만들어 마시고 그리고도 무언가 먹으면 어떡하느냐 말이다. 십중팔구 그럴 가능성도 크고. 그리하여 나는 거기서 일단 방탄 커피는 빼고 즉 방탄 커피는 안 해도 간헐적 단식은 해보리라~  






간헐적 단식이라 함은 16시간의 단식을 말한단다. 16시간이라.... 어젯밤 우리 집에 손님이 왔었다. 세부부가 와서 함께 다과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그때 나무 심은 곳에서 직접 뜯어온 쑥으로 만든 절편을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냈고 수박을 사각으로 잘라 수북이 냈고 그리고 참외와 사과랑 안에 쵸코렛이 살짝 든 크로와상을 프라이판에 살짝 덥혀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아침식사인 믹서에 우유 조금 넣고 매실원액 넣고 토마토를 듬뿍 넣어 드르르륵 갈아서 냈더니 건강식이라며 모두들 좋아했다. 그렇게 우리의 밤은 깊어갔고 난 아무 생각 없이 쑥절편도 먹고 수박도 먹고 빵도 먹고 이야기하며 신나게 먹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젯밤 11시쯤 들 해산했으니까 나 그때까지 주야장천 먹은 거고 11시에 16시간을 더하면 몇 시가 되는 걸까. 오홋 15시. 오늘 오후 세시. 하이고 그때까지 굶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고 그러나 오늘 점심 12시에 모임이 있다. 명태찜을 먹는단다. 다른 건 못해도 그때까지 간헐적 단식을 해보리라. 


하, 그런데 서방님 식사를 챙겨주는 게 문제다. 우리는 매일 아침 달걀을 반숙처럼 아주 맛있게 굽는 듯 삶아먹는다. 요즘 유행하는 오쿠에서 밤새 쪄 황토색으로 변하고 오래 둘 수 있고 매우 쫄깃한 그런 달걀을 싫어하는 남편은 매일 한 개씩 반숙으로 삶아주기를 원한다. 내가 발견한 방법은 자그마한 고급 스테인리스 삐삐 냄비에 달걀을 깨끗이 닦아 물을 아주 약간만 넣고 불을 약하게 하고 삐~ 소리가 나게 되는 순간부터 10분 예약해놓고 알람이 울리면 불을 끄고 그대로 찬물에 풍덩. 그러면 정말 촉촉한 반숙 삶은 달걀이 된다. 그걸 즐기는데 그 달걀도 딱 1개만 삶아야 될 터이고 토마토 주스도 딱 한잔만. 모든 걸 딱 반으로. 그런데 문제는 그걸 준비하면서 얼마나 먹고 싶겠냐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방탄 커피는 안 해도 간헐적 단식. 그것도 16시간에서 3시간 모자라는 13시간의 간헐적 단식. 그래 그거라도 해보리라. 그렇게 가끔 간헐적 단식에 도전해보고 성공하면 그때 방탄 커피를 만들어보든가 하련다. 아니 아니 그냥 간헐적 단식만 가끔 성공해도 멋질 것 같다. 버터에 커피라니 에구 생각만 해도 느끼~ 그래 그런 건 안 해도 일단 간헐적 단식. 오늘 점심때까지 오로지 물만 홀짝 거려보리라. 오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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