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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09. 2022

이천으로 매달 백! 꽤 멋진 날

주식투자 매매일지

매달 두 번째 금요일은 남편 회사 다닐 때의 동료들과 함께 하는 부부 서클이다. 모두 여덟 부부로 16명인데 흘러가는 세월만큼이나 연식도 많아져 여기저기 고장이 나면서 절대 결석 없던 서클에 계속 펑크가 난다. 총무인 남편은 그때마다 땜빵하랴 조 짜랴 갑자기 바빠진다. 게다가 요즘은 서클 아닌 사람들 아무나 들어와서 칠 수 없고 예비 등록이 되어있는 분만 칠 수가 있다. 그러니 더더욱 인원은 제한된다. 이리저리 땜빵한 결과 남자 아홉 여자 일곱. 지난번과 똑같다. 그렇다면 조를 어떻게 짤 것인가? 남자 1팀, 그의 아내들 1팀, 두 부부 한 팀, 그리고 다시 남자 셋 여자 하나가 남게 되었다. 어쩌겠는가. 총무 아내이면서 제일 씩씩한 내가 남편과 함께 두 남자와 치게 되었다. 이번엔 무척 잘 치는 분들. 하이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민폐가 되면 안 되니까. 그리고 드는 생각. 여자가 나 하나이니 분위기 잡는 것 역시 나의 역할이겠구나. 커다란 빨간 사과를 연애 잘하는 사람처럼 뚝뚝 잘라주려고 빡빡 깨끗이 씻어 살짝 칼집만 내어 지퍼백에 통째로 담았다. 맛있는 커피를 보온병에 마련하고 나의 단짝 친구 S가 가르쳐준 리츠 크래커에 땅콩버터 딸기잼 바르는 것을 새벽에 일어나 마련했다. 공을 치면서 하나씩 짜잔~ 꺼내어 멋진 분위기를 만들 거다. 호홋.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시작된 라운딩. 처음부터 다르다. 모닝커피~ 하면서 커피를 한 잔 씩 따라드리자 그중 한 분이 뒤적뒤적 날렵하게 생긴 멋진 스테인리스 통을 꺼내더니 잠깐! 하며 그 안의 것을 조금씩 네 잔의 커피에 넣어준다. 호홋 코냑을 담아와 즉석에서 아이리쉬 커피를 만드는 거다. 오호. 남자들은 이렇게! 커피 맛이 확 달라진다. 그뿐인가. 9홀 끝나고 막걸리 한잔. 푸하하하 네! 마십니다! 술 안 마시는 남편을 대신해 내가 잔을 들었다. 만두에 막걸리. 그리고 인코스 첫 홀 나의 드라이버샷이 빵! 기세도 좋게 날아가니 모두 크게 외쳐준다. 나이스 샷~ 만두 빨~ 아니 막걸리 빨~ 나는 여자 한 명으로 남편과 그의 옛 회사 동료 두 명이 즐겁게 라운딩 하게 애썼으며 그런 누군가의 노력은 통하게 되어있는 것 같다. 18홀 내내 꽤 좋은 분위기가 되었으니까. 다행이다. 게다가 잘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치니 덩달아 나도 잘 친다. 푸하하하. 꽤 멋진 날이다. 



 

추정자산. 1,332만 원. 668만 원 손실 중. 

카카오 뱅크. 11만 원 수익 중.

LG생활건강. 131만 원 손실 중.

이번 전략은 틀린 것 인정. 그래도 기다리기로 했으니 그냥 기다려주리라. 

기다린다. 그냥 기다린다. 그게 이번 나의 전략이다. 비록 틀린 것이지만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요걸 마무리지을 때까진 그럴 수밖에 없다. 힘내자.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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