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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20. 2022

이천으로 매달 백! 검버섯

주식투자 매매일지

아무래도 무엇에 홀린 듯싶다. 헐레벌떡 겨우 나는 마지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하마터면 놓칠 뻔도 했다. 하이고. 헉헉.


어젯밤이었다. 많이 기력을 회복하신 엄마. 즐거운 마음에 샤워를 하시고 곱게 구립쁘를 마시던 중. 나 이것 좀 봐봐. 너 있을 때 이거 병원 좀 가자. 해서 엄마 머리 위를 보니 으힉. 동전만 한 검은 게 오돌토돌 나있다. 앗. 이게 뭐야? 아파? 아프진 않아. 그런데 미용실에서 점점 커진다고 레이저로 간단히 된다고 피부과 가라 했는데 매일 잊고 못 갔다. 너 있을 때 가자. 네! 그래서 오늘 밤 열차니까 낮에 다녀오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의 외출 준비는 정말 오래오래 걸려서 우리가 집을 나선건 점심까지 먹고 치우고 세시가 다 되어서였다.


이런 건 정통 피부과가 낫겠지? 내가 가던 피부과 있다. 거기 가자. 거긴 멀고 여기 가까운데 피부과 비뇨기과가 있는데 점 빼고 그런 것도 해. 정통 같지 않으니 정통 피부과 가자. 아니 엄마 우리 동네도 피부과랑 비뇨기과랑 같이 있던데? 거기도 정통일 거야 엄마. 그래도 거긴 피부미용 그런 거 중심인 거 같더라. 정통 피부과 가자. 해서 버스로 세 정류장 거리를 엄마랑 손 잡고 산책 삼아 걸어서 갔다. 왜 피부과는 비뇨기과랑 같이 있지? 글쎄 말이야 엄마. 피부과랑 비뇨기과랑 무슨 상관이지? 하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엄마 손을 꼭 잡고 천천히 엄마 보폭에 맞춰 걷다 보니 꽤 오래 걸려 도착했다. 아이고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휴일!


엄마 할 수 없다. 조금 정통으로 안 보여도 그곳 가자. 유명하다고 해서 점 빼러 가셨던 곳이란다. 무언지 진단이나 받아봅시다 하고 들어간 곳. 시술 들어가셨다고 이십여분을 기다려 진찰을 받았는데 너무도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일단 이것은 검버섯인데 좋아 보이지 않아 반드시 없애야 하는데 없애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레이저로 하면 14일간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데 설사 쫙쫙하신다. 어르신께는 권하지 않는다. 머리도 감을 수 없고 치료가 끝나도 동전 크기로 흔적이 남고 머리카락도 나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주민등록상엔 만으로 93세로 되어있으니 아주 고령이시다. 그러니 그 반대 냉동요법을 권하는데 이건 목욕해도 되고 약도 안 먹고 그런데 문제는 비싸다는 거다.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시니 이 방법을 권한다. 대충 그런 내용인데 아무나 못하는 방법이며 당신이 일본에서 기술을 연마해와 이 일대에 그걸 할 수 있는 의사는 당신뿐이란다. 서울대 연대 병원에서나 가능할까? 그 말에 포옥 빨려 들어가 당장 시술하기에 이르렀으니 우아 60만 원을 내고 정말 무엇에 홀린 듯 이제 막 회복된 엄마가 냉동치료라는 어마어마한 걸 받았다. 난 열차를 타러 가야 하는데.


약도 바르셔야 하는데 아, 그게 혼자 가능하신가? 하이고 참. 왜 그걸 꼭 이때? 아프지도 않으시다던데. 그렇게 해드리고 정신없이 열차 타러 달려왔다. 배는 고픈데 무얼 먹을 새도 없고 살 새도 없고 집 냉장고를 뒤져 찬 밥과 두부 콩나물 국을 꺼내 아예 국 속에 찬밥을 넣고 푹 끓여 엄마랑 정신없이 퍼먹었다. 아. 맛있다 엄마. 햄버거나 김밥보다 낫다. 근데 우리 오늘 무어에 씌었나 봐. 왜 갑자기 그걸 했을까? 그러게 말이다. 급하지도 않은데. 엄마가 기력만 회복해서 그걸 다 견뎌내시면 잘한 거고 없애야 한다니까. 그러나 어째 바가지를 쓴 느낌도 나고 너무 모든 게 얼떨결이라. 그러나 지금 아니면 엄마가 언제 가겠어. 잘했어 엄마. 나 열차 타러 가야 해. 이것만 잘 견뎌내시면 되는 거야 엄마. 약 잘 바르고.


그렇게 헐레벌떡 난 열차를 타러 달려 나왔고 엄마는 계속 전화가 온다. 물은 말 또 물으시고 또 물으시고. 그러니까 은박지 약이 저녁 식후? 빨간 건 식전? 배에 가스가 차서 한 다발 받아온 지난번 약을 이젠 혼자 챙기셔야 한다. 그리고 오늘 치료한 부분 약을 발라야 한다. 설명은 열심히 했는데 자꾸 다 잊고 물어오신다. 과연 엄마는 잘 해내실까? 하이고 엄마랑 나도 미쳤지 어쩌자고 가서 냉동치료를 받고 온 단말인가. 그냥 편안히 계시게 했으면 좀 좋은가. 엄마가 이런저런 올바른 판단 못하고 여기도 아프다 저것도 해야 한다 말씀하시는 건데 현명하게 판단 내리지 못하고 그저 엄마 하자는 대로 따라다니며 해드린 게 살짝 후회된다. 이제 와선 그걸 왜 우리가 꼭 지금 했을까? 하신다. 우리가 무언가에 홀린 게 틀림없다. 하이고다 정말.




추정자산. 1051만 원. 949만 원 손실 중.

LG생활건강. 411만 원 손실 중.

카카오 뱅크. 2만 원 손실 중.



하. 이젠 나도 지쳤다. 갈대로 가라. 더 내려가 봐라. 내가 꿈쩍이나 하나. 이렇게 내려갈 순 없다. 어차피 이건 그런 전략으로 들어온 거니 그냥 맘 편히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련다. 대신 여기서 살아나면 다신 이런 매매 안 한다. 파이팅!!!

너도 기다려주리라. 그냥 마냥 기다려주리라.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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