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깜짝 놀랐어요. 어쩜 이렇게 동안이세요? 저의 할머니 보다도 연세가 훨씬 많으신데 굉장히 다르세요. 서류 보고 깜짝 놀랐어요." 기진맥진 도착한 엄마와 나에게 은행 창구 직원의 말은 마치 숲 속의 샘물처럼 상쾌하다. 엄마 입꼬리가 눈까지 올라간다. 하하 모든 피로가 싸악 풀리는 순간이다. 엄마의 서류상 나이는 94세이니 더더욱. 하늘에 햇빛은 강했고 은행마다 사람은 정말 많았고 주민센터로 보건소로 모처럼 온 딸에게 엄마는 함께 가 달라는 곳이 너무 많다. 엄마 손을 꽉 잡고 하루 종일 엄마가 원하는 곳을 모두 들러 필요한 서류처리를 다 하고 마지막으로 엄마 집 근처 은행에 들렀던 순간이다. "팥빙수 먹을까 엄마?" "그보다 일이 먼저지." 그렇게 맛있는 거 먹을 기회를 뒤로 미루고 일 우선으로 했는데 오다 보니 싱싱한 생선을 파는 총각네 가게에 새빨간 알을 듬뿍 품은 꽃게가 한창이다. "아직 은행 들를 곳 있는데 저걸 사 말아?" "그래도 여기가 제일 싱싱하고 가격도 좋으니 얼음 채워 잘 포장해달라 하고 사자!" 싱싱한 꽃게를 1킬로에 23,000원에 사들고 "팥빙수 대신 꽃게탕~" 하면서 기진맥진 마지막 은행에 들른 터였다. "정말 동안이세요."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다. 하하
추정자산. 1094만 원. 906만 원 손실 중.
LG생활건강. 370만 원 손실 중.
카카오 뱅크. 1만 원 수익 중.
완전 반토막이 나고 있다. 그래도 현금 투자니 그냥 마냥 기다려주리라. 무시무시하다. 나쁜 전략이 어떻게 손실을 가져오는가 실감하고 있다. 이제라도 뛰쳐나와서 수익을 주는 종목으로 갈아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영 안된다. 이렇게 많이 떨어졌는데. 조만간 방향을 틀 텐데. 하는 생각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접근이었지만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련다. 끝을 보자. 파이팅. 하하 맨날 파이팅만 외친다. 바보. 푸하하하
쉽게 쭉쭉 올라가지는 않는구나. 건드려선 안될 저점을 건드린 듯싶으니 고통은 또 따라오겠구나. 할 수 없다. 이것 역시 기다려주는 작전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할 수 없다. 기다린다. 어디까지 내려가나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