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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17. 2019

나는 골프를 좋아한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나는 골프를 좋아한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꽤 오래전 골프를 시작한 나는 그저 하염없이 똑딱똑딱 7번 아이언으로 쳐 대야만 하는 그 운동이 정말 운동도 아니요 시간낭비만 같고 재미없었다. 지금은 스크린 골프가 있어 쉽게 골프 룰도 익히고 머리도 올리는 것 같지만 내가 시작할 때인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거의 1년 정도를  연습장에서만 똑딱거리다 그야말로 두근두근 쿵쿵 쾅쾅 뛰는 가슴을 안고 머리 올리러 골프장에 겨우 나갔다. 쿵쿵 쾅쾅 아, 그때의 그 두려움 부끄러움 그 걸 어찌 다 말로 표현하리오. 난 남편이 친구들과 함께 나의 골프 머리를 올려주었다. 여차하면 뛰어! 뛰어! 해대던 남편. 채를 가져다주는 캐디님께도 그저 황송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연발하며 룰도 제대로 모르고 우왕좌왕 행여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헐레벌떡 뛰어다니며 얼굴이 벌게지던 그때. 그 첫 라운딩을 어떻게 잊을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라운딩이 잡힌 날이면 하, 공 칠 일이 막막하여 제발 비가 억수로 쏟아지거나 우르릉 꽝꽝 천둥번개로 골프가 자동으로 취소되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어느새 세월이 흘러 나의 실력도 늘어 라운딩이 취소되면 너무 섭섭한 정도가 되었다. 문득 제발 취소되기만을 바라던 그때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이렇게 골프를 즐기게 된 것이. 참으로 늘지 않던 골프. 이상하게 제대로 맞지 않고 레슨프로가 설명해주던 온갖 것을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빵! 치면 전혀 생각대로 되지 않던 공. 아, 그 창피라니. 모두 바라보고 있는데 멋지게 칠 것 같았던 드라이샷이 콩 코앞에 떨어진다던가 팍 왼쪽으로 고꾸라지던가 그런 경우 정말 쪽팔리는 신세가 된다. 그 숱한 엉망진창의 마음을 딛고 일어서야만 하는 게 골프다. 점점 주눅 들고 움츠러들던 나의 공. 어떻게 내가 즐기게 되었을까? 아마도 그 책을 읽으면서 였을 게다. 운전도 골프도 모든 걸 일단 책으로 터득하는 나. 물론 기술적인 책들만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잡게 된 책. 골프는 심리전이라는 마음 다스리기가 골프의 우선이라는 기술보다는 심리에 중점을 둔 책들을 읽게 되면서 였던 것 같다. 모든 기술을 멀리하고 자신 있게 빵!!! 공을 쳐라. 너의 본능은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 공을 쳐야 하는지.




그 심리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빵빵!!!! 그야말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 온갖 생각들을 딱 접고 공을 치기 시작했다. 빵빵!!! 자신 있게 내 능력을 믿고 빵! 모든 것은 나의 몸이 알아서 하리라. 난 저기 목표점에 공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신기하다. 정말 마음의 게임일까. 그렇게 마음 다스리기를 하고부터 나의 골프는 달라졌다. 지금도 난 그렇게 집중의 훈련을 한다. 이것저것 기술적 테크닉, 머리를 박고 체중이동을 하면서~ 그런 저런 이야기를 딱! 멈춘다. 그리고 나의 본능을 믿고 빵! 저 푸른 창공을 향해 공을 날리는 것이다. 이것저것 생각했을 때보다 아, 정말 시원하게 날아가는 공. 그때는 그러니까 아~ 무 생각 안 하는 것이다. 오로지 공, 그리고 목표점 그것만 생각하며 빵!!! 자신 있게 휘두른다. 쓔우우웅~ 신나게 날아가는 공. 와우~




실패? 그렇다 가끔 실패하여 쪼루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랴. 인생에서도 무수히 실패가 있다. 그래도 앞을 향하여 꿋꿋이 가지 않는가. 그렇게 실패!!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어! 그중 하나가 일어났을 뿐이야. 하면서 툭툭 털어버리는 것이다. 아니 그 실패 자체를 깡그리 잊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샷을 할 때는 정말 새로운 인생을 살 듯이 오늘의 첫 샷을 하듯이 바로 전 실패 따위는 까맣게 잊고 나는 지금 내 생애 최고의 샷을 하리라는 마음 자세로 다시 집중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난 마음 다스리기를 훈련한다. 그리고부터였을 게다. 나의 골프가 이렇게 재미있어진 것은.




공 치러가는 날이 잡히면 난 이제 비가 올까 봐 그래서 취소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하하 그때마다 제발 천둥번개로 라운딩이 취소되었으면 하던 초보시절이 생각난다. 노력하는 자를 따를 수 없고 그보다 더한 즐기는 자를 따를 수 없다 하지 않던가. 그렇다. 나는 골프를 즐긴다. 물론 구력에 비해 스코어는 영 말씀이 아니다. 남편에 의하면 그리 오래 치고도 스코어가 그게 모냐. 스코어에 신경 써라. 잔소리가 심하지만 난, 룰루랄라 자연과 함께 집중훈련을 하는 그것 만으로도 너무 좋다. 그렇게 내 멋대로 난 골프를 즐기고 있다. 스코어 좀 못 나오면 어떠랴. 이제 내가 LPGA에 갈 것도 아니고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라운딩 할 수 있으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예쁜 꽃이 있으면 눈길을 주면서 자신감으로 빵빵!!! 공을 치며 골프를 즐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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