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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20. 2019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참밸리C.C. 6월 골프

참밸리C.C. 골프 6월 라운딩

<2019년 6월 18일 화요일>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지만, 강행군을 하기로 한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야. 시작하자고. 멀리 서들 왔는데 암. 모여서 점심을 먹고 옷 다 갈아입고 모든 준비 끝나도 아직 멀었다. 1시 반 티 오프니 시간이 여유롭다. 2층 클럽하우스 로비에 모여 이런저런 흘러간 옛이야기들을 나눈다.

몇 년 함께 하다보니 이제는 얼굴만 봐도 편안한 친구들. "초등학교 동창들이라 정말 달라. 우린 만나면 그때 그 개구쟁이들로 돌아가거든." 집에 가는 길에 관종이가 말한다. 맞다. 우리는 사회의 친구와 다르다. 먼먼 그 옛날 광화문을 주름잡던 하하 덕수 국교 동창들이다. 그때 어릴 때 그 모습이 어딘가에 남아있는 친구들. "그때 드럼통 교실 생각나?" 한 아이가 추억거리를 던지면 열개 스무 개가 따다다다 이어진다. 창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그래도 땡볕보다 나아~ 그럼그럼 이정도 비 아무것도 아냐. 하하 저마다 행여 공을 못 칠 까 아우성.



어김없이 등장하는 친구들의 먹거리. 한결같은 상용이의 쵸코렛과 혜원이의 빵. 오늘은 특별히 그 유명한 명동고로케다. 혹시 점심 못 먹고 오는 친구들이 있을까 봐 혜원이는 항상 이렇게 맛있는 빵을 준비하고 상용이는 몇 년째 달달한 쵸코렛을 우리 모두의 카트에 넣어준다. 



영림아 너 앞으로 격월제로 와



미국에 딸 만나러 갔다 오느라 지난달 결석한 영림이. 미제가 아닌 한제 간식거리를 가져왔다. 한 달 쉬고 오더니 빵빵! 멋지게 날리는 샷을 보고 숙경 언니가 말한다. 이렇게 잘 치는 비결은 아마도 한 달을 쉬었기 때문일 거라며 격월로 오라고. 그래서 우리는 또 한바탕 푸하하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골프장. 이 아니 매력적인 분위기일까. 그렇다. 비 내리는 골프장은 정말 운치 있다. 거기에 멋진 우리 친구들이 함께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비가 와도 우리는 공을 친다. 암 그럼 그럼. 나고야에서 폭우 속에서도 치지 않았냐. 일단 9홀은 치고 보자고. 오케이~ 






너무 세월이 빨라



분수가 팡팡 솟구치고 구비구비 이어진 파란 잔디 속으로 공을 치러 간다. 비님이 부슬부슬 파란 들판을 적시고 오랜만에 아니 꼭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우리는 마냥 즐겁다. 그러나 꼭 빠지지 않는 이 말 '너무 세월이 빨라'휙휙휙 흘러가는 세월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한달이고 어느새 일년이고 그렇다. 

오늘은 미리부터 비 소식도 있고 하여 우리 앞팀은 회장 총무가 함께 있다. 여차하면 폭우에 그만두느냐 마느냐를 신속히 결정하기 위하여. 아,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제발 이 정도만. 선선한 분위기의 요 정도만. 




나 4월에 공치고 지금 처음



하도 엄살을 떨기에 "영림아, 넌 오늘 완주만을 목표로 몸 푸는 거라 생각해~ " 숙경 언니랑 나랑 안심시켜주느라 급급했건만 빵! 웬걸 그야말로 쓔우우웅 저 멀리 날아가는 멋진 샷이 아닌가. 와우 "쟤 미국에서 공만 치다 온 게 틀림없어." "맞아요 언니, 저건 레슨 받은 샷이어요. 그렇죠?" 영림이의 힘차게 뻗어나가는 샷을 보며 숙경 언니랑 나랑 소곤댄다. 이미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우리 모두는 우산을 챙겨 든다. 


와~ 비가 심하게 쏟아진다. 나고야에서의 폭우 속 라운딩이 떠오른다. 무지막지 쏟아지는 빗속에 치나 마나 갈등하는 우리를 싹 무시하고 티그라운드 옆에까지 달려 든든히 카트 운전대 잡고 꼼짝 않던 민형이. 결국 반짝 등장하는 해님 아래 얼마나 멋진 라운딩을 즐겼었던가. 그래 그때 그 폭우도 견뎌냈는데 이 정도쯤이야.





이젠 쓰레기가 된 거지. 여자의 일생을 보는 것 같아. 


지난달 우리의 탄성을 자아냈던 화려한 꽃들이 엉망이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한때 뿐이라며 봉희언니가 한탄한다. "그러게 말예요. 그 아름답던 꽃들이 이렇게 형편없어질 줄이야." 우리도 공감한다.




아, 맑게 개이는가싶더니 다시 쏴아 쏴아 심하게 쏟아지는 비. 하이고 서둘러 우산에 비옷에 다시 챙기느라 작은 소동이 인다. 캐디 역시 채들이 비 맞을까 카트에 후다닥 커버 씌우느라 정신이 없다. 



캬~ 오늘 같은 날씨 너무 좋아. 이대로라면 우리 18홀 쳐야지? 



맑게 개이는 듯하면 룰루랄라 우리들 기분도 좋아져 신나게 공을 치며 18홀까지 고우고우~ 그러나 또 느닷없이 쏟아지는 비. 우산에 우비에 다시 챙기며 "오늘 그만해야겠어."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9홀 끝나고 계속 칠 것이냐? 당근 계속해야지. 이 정도 비에! 카트 세 개를 기다려야 하는 순간. 공을 더 칠 것이냐 말 것이냐? 우리들 갈등을 잠재우듯 갑자기 심하게 퍼붓는 비. 쏴아 쏴아~  갈등이고 뭐고 없다. 끝내자!!! 일심동체 되어 서둘러 오늘의 라운딩을 마감한다.




오마 낫! 병을 자유자재로? 와우 수저 하나 들고 이리 뽕~ 저리 뽕~ 현란하게 맥주병을 오픈하는 재호~ 고기는 또 얼마나 잘 굽는지 우리 테이블의 윤표, 관종이, 나는 손댈 게 없다. 노릿노릿 맛있게 구워 어느새 앞 접시에 탁탁 담아주는 재호. 와우 최고~ 



재호 표 술밥, 일명 꿀꿀이죽. 주류의 마지막 코스라는 이 뜨거운 술밥까지 먹으며 오늘의 반쪽짜리 라운딩은 그 초라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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