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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25. 2022

정말 다른 남편과 나

뭐? 정말? 양말부터 챙긴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남편과 나는 정말 여러 가지가 극과 극으로 다르지만 우연히 물어본 골프백 챙기는데서도 완전히 다름을 알고 깜짝 놀란다. 나는 다음 날 새벽 골프 가기 위한 옷을 준비해 골프백에 넣을 때 모자, 마스크, 티셔츠, 팔토시, 바지, 양말... 이런 식으로 머리 꼭대기부터 당연히 준비해왔는데 부부 골프를 앞두고 서로 가방을 싸는데 영 이상하여 내가 물었던 것이다. 세상에, 남편은 머리부터 챙기는 나를 이해 못 한다. 당연히 양말부터 챙겨야지. 차곡차곡 밑에서부터 들어가야 나중에 부터 지. 하 그런가? 난 모르겠다. 난 그런 복잡한 생각 없이 그냥 모자부터 챙겨 넣었다.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우린 정말 다른 게 많다. 난 카페나 도서관에 가야 글도 잘 써지고 잘 읽히고 하는데 남편은 그 불편한 데 왜 가냐이다. 집에서 음악 들으며 편하게 보는 걸 놔두고 왜 그 복잡하고 시끄럽고 불편한 델 가느냐이다.


가끔 나는 호텔에서 분위기 잡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근처 경주나 어디 놀러 갔을 때 그렇게 제안해보면 깨끗하고 좋은 집 놔두고 왜 이 지저분한 호텔에서 묵으려 하느냐. 집만큼 깨끗하고 좋은 게 없다. 쓸데없는 돈 들이며 절대 호텔 가지 않는다.


가끔 나는 외식도 즐기고 싶다. 집밥을 즐기는 남편은 밤이 늦어도 밥은 집에서만 먹어야 하는 줄 안다. 밖에서 먹으면 소화가 안된단다. 이유가 소화가 안된다이니 나도 따를 수밖에 없다. 아, 그러나 난 외식을 참 좋아한다. 할 수 없이 남편을 따른다.


가끔 나는 술도 마시고 싶다. 나의 친정아버지는 정말 애주가셨다. 어쩌다 딸이 오는 날이면 우리 딸~ 하면서 소주 두 병을 냉장고에 차갑게 준비해두시고 나와 함께 술 마시며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하기를 참으로 즐기셨다. 술은 건강에 나쁘다며 술 선물 말고는 선물로 치지도 않는 아버지에게 고혈압인 아버님은 술을 끊으셔야 한다며 끝내 술 선물은 하지 않은 남편. 남편은 술을 못 마신다. 집안 자체가 그렇다. 한 잔만 마셔도 온 좌중의 술을 혼자 마신 듯 시뻘게지는 그런 상태. 그러니 이 또한 우린 극과 극이다.


나는 친구 만나고 말하는 걸 참 좋아한다. 그래서 난 좀 말이 많다. 반면 조용한 남편은 꼭 필요한 만남 아니면 절제하고 사람들 만나도 정말 말이 없다. 물론 말 많은 나는 실수도 많지만 말 없는 남편은 실수도 없다. 친구들이건 동창이건 난 모임을 소중히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은 시간이 되면 가고 안되면 굳이~ 하면서 쉽게 빠진다. 난 모임 그 자체를 참으로 즐긴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하는 게 너무 좋다. 우린 달라도 정말 너무 다르다.


난 단 일프로의 가능성만 보여도 마치 이미 다 이루어진 양 들뜨고 떠들고 그런다. 정말 그게 이 루어 지건 말건 지금 기쁜 이 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남편은 90 프로가 되어야만 겨우 이야기한다. 승진 소식을 그런 기쁜 소식을 난 남을 통해 듣는다. 하도 기가 막혀 왜 말을 안했냐고 물어보면, 임명장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은 거라고 한다. 언제고 뒤집어질 수 있는 거란다. 하. 어떻게 그런 걸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을까? 단 일프로의 가능성이 보여도 난 전진이고 단 일프로의 불가능만 보여도 남편은 멈춘다. 하하 우리는 그렇게 정말 딱 반대이다.


오죽하면 여보랑 나랑 믹서기에 넣고 푹 갈아 딱 반으로 나누어 다시 태어난다면 거의 완벽한 인간이 될 텐데. 하며 깔깔 웃는다. 그렇게 우린 극과 극으로 둘이 완전히 반대다. 그런대로 이렇게 오래오래 동반자 되어 함께 살고 있다. 다르기 때문에 더 그렇게 잘 사는 걸까?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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