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Aug 31. 2022

눈곱

그녀 양 눈 안쪽으로 조그맣고 동그란 눈곱이 껴있다. 아, 어떡하지? 저걸 말해주어야 할까,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할까? 그녀는 나의 친구이니 내가 이야기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함께 공을 친 우리는 지금 라운드 후 클럽하우스에서 주문한 밥을 기다리며 열심히 이야기 중이다. 처음 우리와 함께 치게 된 그녀를 소개할 때 난 왜 그랬을까? 남편은 의사고 그녀는 약사라는 것까지 말했으니 말이다. 갑자기 소개하게 되었는데 무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그냥 내 친구며 약사이고 남편은 의사야. 했는데 말하고도 어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소개할 말이 그것밖에 없었을까? 


집중해야 하는 라운드도 끝났고 함께 오랜 시간 공을 치며 친해지기도 해서인지 클럽하우스에서 밥을 기다리는 동안 이젠 마구 약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우리 팀 사람들은 오늘 내가 처음 데려온 그녀에게 묻는다. 종합 영양제를 한주먹 갖고 와서 먹는 C가 이 많은 걸 나누어서 먹어야만 할까. 그렇게 하려니 저녁에 자꾸 잊어서 한꺼번에 먹으면 안 될까를 묻고 있었다. 내 친구는 어디 아프냐 왜 그렇게 많은 영양제를 먹느냐를 우선 묻고 모든 영양제는 간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너무 많이 먹지는 말라는 이야기를 정성껏 해주고 있었다.  


나에게 보였으니 그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보였을 텐데 아무도 그녀 눈에 눈곱이 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가 데리고 온 친구이니 나만이 그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그러자니 한창 말하는 중인 그녀 말을 끊게 해야만 하고 그러면 모두의 시선을 더 끌 수밖에 없는데 아, 어떻게 할까? 그냥 놔둘까? 아 그래도 그녀 눈의 저 눈곱인지 무언지 양 눈 안쪽으로 맺혀있는 조그만 노란 좁쌀만 한 것을 떼어내면 좋겠는데. 그녀는 지금 너무나 말하는 데 집중해있다. 나머지 분들은 몰두해서 듣고 있고. 아, 어떡하지? 


그렇게 고민하다 주문한 밥이 나오면서 모두 밥 먹는데 집중하느라 다 잊혔다. 나중에 그녀는 어디선가 눈을 보고 스스로 제거하겠지. 아, 이런 경우는 종종 있다. 잘 차려입은 여자의 뒤 치맛단이 끌러져 아주 지저분하게 늘어져있는데 그걸 말해주어야 하나 어쩌나. 갈 길도 바쁜데 아는 사람도 아닌데 무슨 소리 들으면 어쩌려고. 등등의 복잡한 생각으로 눈 질끔 감고 간 경우도 있다. 


지적하는 순간 상당히 당황해할 그런 상황. 지적해주어야 할까? 아님 스스로 어디선가 알게 될 때까지 그냥 모른 척이 나을까?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그건 항상 고민이 된다. 나중에 모든 것 끝나고 함께 화장실에 갔을 때 세면대위 거울에서 얼굴을 보고 놀라 눈곱을 제거하는 친구 모습을 보니 아, 어떻게든 미리 말해줄 걸 그랬나 보다. 괜히 미안해져 슬그머니 모른 척 급한 볼 일 있는 듯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 꽃 뜰)


매거진의 이전글 뜨거운 캐러멜 마키아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