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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31. 2022

뜨거운 캐러멜 마키아토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친구 톡이 온다. 이렇게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 뜨거운 캐러멜 마키아토가 최고인데. 무심코 들었던 그 말이 자꾸 맴돌다 못해 늦은 시간 노트북을 싸들고 카페로 향하게 한다. 뜨거운 캐러멜 마키아토요. 주문해놓고 자리 잡는다. 비가 너무 쏟아져서일까. 카페에 나 혼자다. 아르바이트하는 분이 오늘은 꽤 나이가 든 아주머니다. 혹시 비가 와서 편히 쉴 수 있는데 나라는 손님 딱 하나 때문에 쉬지 못하는 건 아닐까? 괜히 눈치가 보인다. 


일단 커피를 마실 때까지는 할 수 없지 모. 그렇게 홀짝 마시고 있는데 아, 다행히 학생이 한 명 들어와 내 옆 옆 자리에 노트북을 펴고 공부할 태세를 갖춘다. 흐유 다행. 비가 쏟아지는 이 밤. 난 왜 홀로 카페에 있을까? 오늘 남편이 집에 없다. 퇴직한 직장 동료들 골프 서클에서 일박이일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내들인 우리도 함께 따라가 여자들만의 라운드가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공을 안 치는 아내들도 있기 때문에 서클의 형평상 이젠 여자들을 아예 안 데리고 가기로 했다 한다. 


난 혼자 밤을 지내는 게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 읽은 글 중에 혼자 살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혼밥은 물론 혼영 혼잠 홀로라는 혼을 붙일 수 있는 모든 것들. 밥 먹기 영화보기 잠자기 쇼핑하기 도서관 가기 음악회 가기 등등 혼자 할 줄 알아야 오래오래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난 혼밥조차도 크게 결심을 하고 그래! 씩씩하게 전진! 해야만 겨우 할 수 있고 그러느니 차라리 굶자가 대부분이고 혼영은 시도조차 못해봤고. 옆에 이상한 남자라도 앉으면 어떡해? 하는 나의 말에 푸하하하 배꼽을 쥐고 웃음 터뜨리던 엄마들. 우리 나이가 몇인데! 


그래. 더 이상 혼자가 힘들면 안 된다. 다행히 나의 아지트로 만든 집 앞의 카페는 홀로 노트북 들고 잘 간다. 바로 이거다. 이렇게 할 줄 알면 된다. 난 그 카페에만 가면 정말 집중이 잘 된다. 그래서 그 카페가 문을 닫는 밤 열 시까지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며 홀로 밤에 있어 괜히 무서운 집을 피하게 되었던 것이다. 비가 너무 쏟아져 이런 밤에 카페에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어쨌든 난 왔고 드디어 하나 둘 공부하는 청년들이 노트북을 들고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 다행이다. 


이 카페가 홀로 자유롭게 되듯이 이제 서서히 나의 지경을 넓혀나가자. 모든 것 맘먹기 나름이다. 혼자 잠자는 것도, 혼자 밥 먹는 것도, 혼자 영화관 가는 것도, 혼자 여행 가는 것까지! 그래. 하나씩 도전이다. 도전! 난 할 수 있다!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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