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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28. 2019

방탄 커피 2팩 째

여보, 나 이상해!


마침 화장실 앞 드레스룸 바로 옆방에 있던 남편이 튀어나온다. 이게 뭐지? 여보, 나 왜 이러지? 꼼짝 할 수가 없어. 어지러워. 속이 메슥해. 토할 것 같아. 아, 어떡해? 이상해. 잠깐. 달려온  그에게 난 주절주절 정신없이 나의 상태를 이야기한다. 놀라서 나를 꽉 붙들고 있는 남편. 방으로 가자.  아, 이상해 걸을 수도 없어. 무언가 뿌연 게 아득하고 어지럽고 토할 것도 같고 설사가 나올 것도 같고 잠깐만. 그냥 그렇게 나 붙들고 서있어 줘. 깜짝 놀란 남편. 그렇게 잠깐 서 있다 겨우 침대로 가 벌렁 누워버린다. 겨우겨우. 그리고도 머리가 팽팽 돌고 가슴은 이상하게 무언가 토할 것만 같고 마치 위가 뒤집히는 듯도 싶고. 앙 이거 모야? 왜 이래? 방탄 커피 부작용인가? 아님 기 버터 MCT 오일 그런 걸로 안 하고 일종의 인스턴트식품 같은 팩으로 하니 혹시 그것이 변질된 걸까? 어째 포장도 좀 부실해 보이더니? 아, 모지? 분명히 상온에 두라 했는데. 그 봉지를 뜯는 순간 녹은 버터와 오일이 나오는 게 영. 이제 제대로 하려면 신선한 기 버터를 사고 MCT 오일을 사서 직접 만들어먹어야 할 것 같다. 그게 훨씬 신선할 것 같다. 그랬다. 그렇게 아침에 난 난리를 쳐댔다. 그리고 한 시간쯤 누워있고 잠들다 어쩌다 하고 나니 지금 아주 정신은 말짱하고 도리어 상쾌하기까지 하다. 무엇 때문일까?



오늘 아침으로 돌아가 보자. 이제 방탄 커피 2팩째이니 처음 할 때의 두근거림 조마조마함은 다 사라지고 아주 능숙하게 잘 조제해 벌컥벌컥 잘도 마셨다. 음, 약간은 느끼함은 여전하구먼 해가면서. 그런데 오늘따라 영 더 느끼한 것도 같고. 무언가 뱃속에서 올라올 것만도 같고 그런 게 점차 심해지더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갑자기 그렇게 띵~ 어지럽고 꼼짝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캬. 혼자였으면 어쩔 뻔했어? 내가 마침 곁에 있었으니 다행이야. 남편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한다. 어제를 돌아볼까? 어제 나는 한 시 반까지 기다려 환희의 멋진 식사를 했고 일단 먹기 시작하니 찹쌀떡에 누룽지에 식탁 위에 있는 맛있는 것들을 야금야금 집어먹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6시가 다되어가고 남편 올 시간도 다 되어가고. 그렇지 저녁. 그걸 7시 이전에 먹어야 제대로 간헐적 단식을 하는 걸게야. 9시 반에서부터 다음날 1시 반까지. 그 리듬은 아닌 것 같으니 오늘 저녁을 7시 이전에 먹고 제대로 리듬을 만들자꾸나 하는 생각에 끊임없이 주워 먹어 배가 하나도 안 고픔에도 저녁 입네 하고 서둘러 무언가 밥 같은 걸 먹었다. 재빨리 만들려면 라면밖에 더 있겠나? 게다가 라면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싫어하는 남편이 없을 난 무조건 라면이다. 그는 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라면 안 먹는다. 나는 라면이 좋다. 그래서 허겁지겁 라면을 먹는데 하이고 퐁퐁 끓는 라면 얼마나 맛있는가. 게다가 전날 환희의 점심을 먹으며 본 드라마 '봄밤'에서 여자 주인공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남자 주인공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는데 얼마나 맛있어 보이 던 지 저걸 꼭 끓여먹어야지 하던 참이었다. 그것이 내가 먹은 마지막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방탄 커피. 



너무 속에 든 게 없어서 그런 걸 거야. 



이제는 편안해진 나를 보며 남편이 진단을 내린다. 그럴까? 어쨌든 아픈 건 멍한 건 지나갔다. 그리고 아주 쌩쌩해졌다. 그리고 어느새 내가 먹어도 되는 시간 10시 반이 훌쩍 넘어있다. 무려 11시 반. 오예. 무엇이고 먹을 수 있다. 우리는 아침에 달걀을 반숙으로 굽는 듯 삶는 듯 그렇게 딱 두 개씩 해 먹는데 거기에 구운 소금을 살짝 뿌려먹으면 매우 맛있다. 요즘은 구운 달걀을 한판씩 해놓고 먹고들 하는데 나의 남편은 그 냄새가 싫다며 훨씬 영양에 좋다는 그 누런 구운 달걀을 안 먹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바꾼 게 매일 딱 두 개씩 요렇게 반숙으로 먹는 건데 질 좋은 스테인리스 작은 냄비에 물 아주 조금 넣어 그 물이 끓어 삐 소리가 날 때 타이머를 10분으로 해두고 삐 소리 나면 달걀을 즉시 찬 물에 퐁당 넣어 차게 만들면 기막힌 반숙 달걀이 된다. 우린 그걸 즐긴다. 난 음식을 먹게 된 지금 제일 먼저 그 달걀을 먹는다. 그리고 토마토 얼려둔 것에 우유를 붓고 매실청을 붓고 올리브 스프레드를 조금 넣고 믹서기에 드르르륵 갈아 부드러운 우리 식 토마토 우유를 만들어먹는다. 아니 우유는 아주 조금이고 토마토가 주이기 때문에 그것은 우유와 함께 간 토마토 주스 라야 말이 될 것이다. 어쨌든 그것은 달걀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남편이 좋아하는 사과가 빠질 수 없고 그리고 냉동실에 쟁여놓은 찰떡이 함께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게눈 감추듯 재빨리 다 집어먹어버리던 찰떡. 내가 그걸 다 못 먹겠다는 것이다. 이게 방탄 커피의 효과일까? 한 접시 가득한 떡을 난 너무나 좋아해서 정말 순식간에 다 해치우고 천천히 먹는 남편 꺼까지 조금만~ 하면서 뺏어먹기 일수였는데 오마나~ 내가 떡을 남기다니!!! 몇 조각 먹고는 들어가질 않는다. 와우 세상에 내게 그런 일이? 하이고.






이상한 증세가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말짱하고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마냥 집어먹던 것들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어도 될 것 같다. 아, 그런데 오늘 아침 방탄 커피를 마시기 직전, 체중계에 올라가는 세리머니. 거기서 와이!!! 62.8 kg 이 나오는 것이냐 말이다. 와이? 방탄 커피까지 마시며 다이어트를 했는데 그래서 두 근 반 세근반 하하 설레는 맘으로 얼마나 줄었을까 두근대며 체중계에 올랐건만, 정말이지 로션 무게도 아까와 그런 것도 바르지 않은 채 올라갔건만 어제보다 100 그람 늘은 62.8 이라니. 그러나 1킬로도 아니고 꼴랑 100 그람이니 봐주기로 한다. 어쨌든 저 비싼 10개의 팩을 샀으므로 일단은 그걸 다 먹을 때까지는 잠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오늘 꼭 쓰러지는 줄 알았다. 그런 일도 있으리라는 예상을 하고 그리고 10팩까지는 정성껏 해보리라. 그러면 나의 목표 59에 다가가 있으려나. 그래도 파이팅이닷. 오늘도 7시까지만 신나게 잘 먹고 그 후는 먹거리와는 뚝!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옛날에 그 힘들던 먹거리 끊기가 이렇게 되다니. 오늘도 10시 반이면 먹을 수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한 시 반까지도 참았는데 10시 반이야. 에이 코려. 정말 쉽게 도달할 듯싶었다. 이상하게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그런 증상만 없었다면 오늘도 완벽하게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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