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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27. 2019

드디어 방탄 커피가 오다

방탄 커피가 왔다.



방탄 커피 방탄 커피 하기에 난 퍼뜩 방탄소년단이 생각났다. 방탄소년단이 먹는 커피인가? 아님 방탄소년단이 유명하니까 요것도 그 유명세를 타고자 이름을 방탄 커피라고 붙인 건가? 방탄 커피가 뭐꼬. 하하 그렇게 이름도 괴상한 방탄 커피를 나의 친구들 조언에 따라 주문했고 그리고 드디어 도착했다. 거기 방탄 커피의 어원과 유래가 쓰여있다.


방탄 커피는 실리콘밸리의 CEO 데이브 아스 프리에 의해 소개되어 최강의 파워 커피로 알려졌습니다. 내 몸을 총알도 막아 줄만큼 튼튼하게 방어한다.라는 뜻으로 티베트 아크 버터 차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료입니다.


 요걸로는 무언가 부족한데 방탄 커피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가 딸려왔다. 거기 읽어보니 좀 더 이해가 쉽다. 방탄 커피는 저녁식사 후 다음날 점심까지 굶는 아침에 버터와 MCT 오일을 커피에 섞어 마시는 것으로 배고프지 않고 총알도 막을 수 있는 에너지를 주어 영어로는 Bullet Proof Coffee  한글로는 방탄 커피다.  


아하. 총알도 막을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이란 말이렷다. 줄줄이 쓰여있는 내용을 요약하자면 실리콘밸리의 해커 출신 IT 억만장자 데이브 아스 프리가 성공은 했지만 건강을 잃었다. 아무리 돈이 많으면 무엇하는가? 건강을 잃었는데? 그래서 그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연구한다. 그리고 체내 염증은 신체능력뿐만 아니라 두뇌 기능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걸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연구에 또 연구를 거듭하여 곰팡이 독소를 일으켜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게 우리 인간이 주로 먹는 곡물류 즉 탄수화물임을 알아낸다. 이와 반대로 체내 독소를 배출시키는 게 쓸개즙인데, 양질의 지방 섭취는 쓸개즙 생성을 도와준다. 그래서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지방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건강한 양질의 지방을 먹어야 한다는 것.


그가 말하는 양질의 지방 대표적인 것이 목초를 먹고 자란 소의 목초 방목 버터코코넛 오일에서 한번 더 추출하여 산화되지 않게 만든 MCT 오일이다. 여기 장내 날씬 균을 늘려주는 폴리페놀의 최대 공급원인 커피와의 조화가 그 효능을 극대화시켜 방탄 커피가 탄생한다.  




아하, 그러니까 요점은 기 버터라는 것은 목초 버터인 것이고 MCT 오일도 코코넛 오일보다도 더 좋은 양질의 지방이라는 것이구나. 거기에 커피 추가라. 난 하도 귀찮기도 하고 내가 먹을 것 같지도 않으니까 친구가 자꾸 방탄 커피를 마셔보라는데 싫어 싫어하다 최 씨 고집까지 나오므로 한번 해보기로 한 건데 그래서 가장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택했는데 배달된 것을 보니 무언가 부실하다. 커다란 택배 팩에 자그마한 박스 하나 덜렁.


끌러보니 키토 제닉 방탄 커피팩이라는 것 도무지 열개와 키토 제닉 커피 10개가 들어있다. 우아 그렇다면 이거 매우 비싼 거 아닌가. 딱 10개에 32,000원! 세상에 요렇게 작을 줄이야. 그럼 한 개에 3,200원. 흠... 가격이 만만치 않구먼. 비싼 거니까 아주 정성 들여 저 10개를 먹어야겠다. 저 10개 먹는 동안 착실히 기록하여 한번 효과를 보자.


자, 지금 시각 아침 7시 반. 난 어제 요가 전에 밥을 먹지 못했다. 남편과 함께 밖에서 있다가 부랴부랴 왔지만 거의 시간이 임박해 비도 억수로 쏟아지고 요가 복장도 안 입었고 롤러도 없고 그러나 그냥 남편 차에서 내리면 시간 내에 도착할 거 같고 그대로 집으로 가서 옷 바꿔 입고 롤러 들고 가려면 지각인데 어떻게 할까? 여보 그래도 지각은 아니지? 차 문을 여는 순간 비가 쏴아 쏴아 억수로 쏟아진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데? 아마 아무도 안 올걸? 비가 많이 오는 거랑 요가 결석하는 거랑 이유가 될까? 갈까? 말까? 갈까? 가!!! 남편의 결단에 에잇 그래 가자. 하고 우리 동네 요가 방 노인정에 들어선다. 너무 쏟아지는 비에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웬걸, 가득가득. 나의 명당자리는 커녕 맨 끝에 자리잡기도 힘들 정도로 꽉 차있다. 우리는 요가매트를 선생님 계신 곳 바로 옆 창고에 두고 들 다니는데 그 요가매트를 가지러 가면서 선생님께 살짝 밖에서 직접 오느라 롤러를 가지고 오지 못했어요. 하자 헉 선생님, 롤러를 하나 빌려주신다.


그리고 요가를 하는데 와우, 우리 집은 19층이라 듣지 못하는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 여기는 노인정이라 1층 땅과 붙어있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니 창을 열어놓고 수업하는데 와우 그 빗소리가 쏴아 쏴아 기가 막히다. 요가 선생님도 그 빗소리를 느꼈는가 마치기 직전 모든 불 끄고 누워서 편안히 쉬는 그 시간 전에  모든 불을 끄고 기본자세로 앉게 하고 그냥 가만히 빗소리만 들리게 놓아두고 호흡만 하며 오래 앉아있게 한다. 쏴아 쏴아 착착 착착 땅에 떨어지는 매우 강렬한 빗소리와 노인정에 가득 찬 젊은 엄마들과 함께 요가 기본자세로 앉아 듣는 저 빗소리라니. 여하튼


"여보, 요가 가길 참 잘했어. 쏟아지는 빗소리에 기막힌 요가를 했어."


하고는 우리의 저녁식사가 그때부터 준비되었으니 밥을 다 먹은 시간은 9시 반. 나 먹을까 말까? 하다가 이제 방탄 커피 왔으니 제대로 간헐적 단식해야 하니까 오늘 마지막으로 밤늦은 저녁 먹기다 하는 생각도 있고 또 저녁 식사가 늦으면 늦은 대로 그로부터 16시간 후에 밥을 먹으면 될 거 아니겠는가 하는 계산도 있어 남편과 함께 맛있게도 냠냠 고기까지 구워 상추쌈과 함께 신나게 먹는다.


나는 키가 163이다. 학창 시절 항상 나의 키는 163이다. 그러나 요즘 가끔 건강진단 때 재보면 약간 줄어 162.5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난 익숙한 나의 키 163이라 한다. 그리고 몸무게는 흑  오늘 잰 몸무게는 62.7kg이다. 항상 61에서 63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61이면 기분이 좋은 상태고 63을 넘어가면 그땐 헥헥거리고 옷도 끼고 그런다. 얼마 전 갑자기 똥배 운운하며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게 된 게 오랜만에 체중을 달아보았더니 헉 63을 훨씬 넘어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SOS를 쳤고 산 잘 타는 J가 방탄 커피를 마시는 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제안한 것이다. 어쨌든 그 덕에 방탄 커피는 안 해도 간헐적 단식한답시고 그래도 16시간을 굶어도 보고 먹는 것에 신경 쓰다 보니 방탄 커피 안 해도 63 아래로 내려오기는 했다. 이제 방탄 커피와 함께 하며 59로 내리는 게 나의 목표다. 그 정도만 되면 똥배 고민에서 탈출하고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리라. 아니, 60으로 할까? 아니, 그래도 칼을 빼들었는데 59 그래 50대로 내려가 보자. 파이팅.



드디어 첫 방탄 커피 조제 타임. 집에 있는 원두커피에 타 먹으면 되려니 하고 시킨 건데 박스 안에는 버터와 MCT 오일을 녹인 게 들어있고 따로 커피도 들어있다. 그러니까 굳이 나의 원두커피를 타지 않아도 되었다. 너무 방탄 커피 버터를 녹여먹는다는 그것이 이상해 겁을 내서 그렇지 안 할 게 뻔하니까 우선 팩으로 해보려 해서이지 일종의 이것은 인스턴트 아닐까. 기왕 하려면 기 버터를 사고 MCT 오일을 사서 직접 조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이것은 어쨌든 내가 방탄 커피를 시도하게 된 첫 작품이므로 어디 이 10팩으로 성공 여부를 가늠해보자.


자, 이제 계산을 해보자면 9시 30분에 16시간을 더하면 25시 30분. 거기서 밤 12시까지 12를 빼고  또 낮 12시까지 12를 빼면 오후 1시 30분. 즉 나는 오늘 오후 1시 30분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면 된다. 그 사이에 정말 배가 고플 테니까 방탄 커피를 먹는 것이다. 음.....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데 오늘은 분리수거일. 신문 덩이가 너무 거대해 남편이 도와주기로 한다. 신문 덩이와 박스 묶음. 비닐에 플라스틱에 캔에... 자루자루 담긴 걸 들고 1층으로 나가 분리수거를 한다. 비가 오는데 우산 들고 올걸 해가면서 어쨌든 분리수거를 마친다. 자, 이제는 방탄 커피 마실 시간.


아니, 그전에 나는 먹고 싶은 걸 꾹 참고 서방님의 아침을 마련해 드린다. 토마토, 팥시루떡, 사과, 달걀 삶은 것. 우선 그것만 먹고 오늘 1시 48분 티 오프라 12시 50분에 나가야 하는 그는 점심을 잘 차려 먹기로 한다. 문제는 나다. 나는 시간상 1시 30분에 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12시쯤 먹어야 하는데 나는 또 홀로 먹지않고 참고 있어야한다. 그래도 방탄 커피의 첫날인데. 그래 그의 점심만 차려주고 기다려서 1시 30분 지나서 먹기로 하자.


일단 방탄 커피 먹기 전에 의식을 치러야지. 잘 닦고 화장실도 더 보고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만든 후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로션도 안 바른 채 머리핀까지도 모두 뺀 채 몸무게 나갈 건 다 빼고 살포시 체중계에 올라간다. 이 기록은 앞으로 방탄 커피가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므로 창피해도 과감히 공개하기로 한다. 그래야 실감도 나고 나 또한 긴장하여 제대로 할 테니까.



일단 파이렉스 투명한 머그컵에... 제조법에는

키토 제닉 메이트 팩 플러스 1개 + 키토 제닉 커피 1개 + 물 120ml    

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요것이 순서인가?

번호가 없으니 그건 아닐 것 같다.


우리 집에는 계량컵이 플라스틱으로 되어있기에 뜨거운 물은 아니고 일단 정수기 물을 120 ml를 담아 내가 조제하려는 머그컵에 담아본다. 와이? 물 120 ml 가 어느 선까지 와야 하는가를 알아야 하니까. 그리고 그 물을 버리고  팔팔 끓는 물을 그 선까지 붓는다. 그런데 여기서 또 갈등. 조제법에는 그냥 물로 되어있는데 요 거이 따뜻한 물이냐 팔팔 끓는 물이냐 그런 설명이 없다. 그러나 커피는 팔팔 끓는 물에 먹으니까 난 팔팔 끓는 물로 한다. 자, 그러니까 물 120ml를 넣었고 이제 드디어 방탄 커피 팩을 뜯어 넣는다. 와우 그냥 물이다. 노란 물. 고소한 버터향이 번진다. 그걸 팔팔 끓는 물 덜어놓은 곳에 넣고 그리고 딸려온 커피도 넣는다. 이제 이미 준비해 둔 전동 거품기로 젓기만 하면 된다. 드드드드 젓는다. 젓고 또 젓는다. 점점 커피믹스 색깔이 되어간다. 버터냄새가 고소하게 풍기기도 한다. 그래도 버터라니. 얼마나 느끼할꼬.


완성이다. 마신다. 뜨거우니 커피 마시듯 조금씩 마신다. 음... 마실만은 하지만 그래도 버터 맛이 나며 음.. 약간 느끼한 건 사실이다. 서방님은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는 중에 난 와이 이 괴상한 차를 마시는고. 그래도 칼을 뽑았으니 해보자. 마셨다. 이제 오후 1시 반까지 먹을 거에 관한 생각은 딱 끊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서방님 점심도 차려주기만 하자. 그리고 나는 오늘만은 첫날이니 홀로 1시 30분까지 기다려 식사를 하자. 그래 여기 적으면 심각하게 생각하고 실천도 하게 된다. 저 10팩을 다 먹기까지 정말 노력해보리라. 도전이란 항상 꽤 멋진 거니까. 잠시 배를 텅텅 비워두는 것은 그야말로 머리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 꿈의 59킬로를 해보리랏. 파이팅!!! 하하 아니다. 꿈의 59라니. 지나가는 개도 웃겠다. 그건 아니고 그냥 나의 적정선이 59킬로다. 심하게 날씬해질 필요는 없다. 내가 어디 모델로 나갈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지금 입는 골프웨어나 외출복들이 보기 좋게 예쁘면 된다. 그러니까 그냥 꿈이라는 단어는 빼고 적당한 나의 몸무게 59 유지!라고 말을 바꾸자. 하하 어쨌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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