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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03. 2019

은퇴한 남편과 색소폰 연주


헉! 62.9kg 


웬일일까? 방탄 커피를 안 마셨기 때문일까? 공백시간은 같은데? 전날 저녁을 거하게 먹어서일까? 무슨 차이지? 과연 방탄 커피는 공백 시간 여부와 관계없이 마셔주어야 되는 걸까? 그런데 난 오늘 또 방탄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 주일이라 성가대 연습하러 아침 6시 50분에 집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항상 교회 오자마자 먹게 되는 김밥을 나는 참으로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난 어제 7시까지 저녁을 먹었으므로 11시에 먹어야 한다. 김밥을 잘 싸 두었다. 계산을 잘못했는가 11시라면  성가대 연습 끝나고도 먹으면 안 된다. 예배 끝나는 시간은 9시 반. 한 시간 반의 차이가 있는데 예배 끝나고 잠깐 커피타임에 먹을까 말까? 점심까지 기다려서 먹어야 할까? 배가 고프면 방탄 커피를 마시고 왔어야 했던 건 아닐까? 어떻게 할까? 혼자가 아니라 무리 속에 있으니 참을 수 있을 것도 같다만 방탄 커피 없이 굶는 게 의미 있을까? 오늘 연주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날씬하기 위해 굶는 건 또 말이 될 것도 같다.




연주! 연주란 무엇이냐. 은퇴한 남편 여유로운 시간 무엇을 할까 그래서 함께 두드린 곳이 색소폰이다. 나는 알토 색소폰 남편은 커다란 테너 색소폰. 그렇게 시작한 색소폰. 어디 소속이 안되어있으면 일이 년 후 색소폰은 장롱 속에 처박히기 일수란다. 그래서 우리는 큰 단체에도 가입했고 작게는 교회에서 앙상블도 하고 있다. 큰 단체는 무려 오십여 명이 합주하는 오케스트라단이지만 교회에서 하는 앙상블은 아주 작은 규모로 1년에 두 번 헌신예배를 드리는 것이 전부다. 그 두 번의 연주를 위해 우리는 도무지 세 곡 또는 네 곡을 거의 6개월간 불고 또 불고 외우다시피 연습하는 것이다. 트럼펫 하나, 알토 색소폰 넷, 테너 색소폰 셋, 아코디언 하나, 피아노 반주 도무지 요렇게 10 명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이 지휘를 맡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또! 부상자가 속출했으니 대부분 은퇴자들이다 보니까 치아관리로 임플란트 하게 되어 두 명이 빠지고 갑자기 목이 아파 테너 주 연주자가 빠지고 딸 결혼 준비 등으로 한 명이 빠지고 하여 겨우 6명이 남아 연주를 하게 된 것이다. 이 적은 인원으로 과연 연주를 하느냐 마느냐 하다가 그래도 기왕 교회에서 우리 앙상블 헌신예배라고 계획 지어 주신 것, 다만 몇 명이라도 그 명맥을 이어갑시다! 하여 연주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사실 얼마나 떨리겠는가. 도무지 네 명이 무대에 올라갔으니 말이다. 6명 중 한 명은 피아노 반주로 옆으로 빠지고 아코디언은 뒤에 듀엣에만 나오기로 했으므로 딱 네 명 알토 색소폰 둘, 테너 색소폰 둘 뿐이다. 지휘하던 남편도 연주자로 서서 겨우 넷이다. 


연주 아, 너무 떨린다. 잘했을까? 아 너무 떨려 손가락도 잘 안 움직이는 것만 같고 갑자기 뻣뻣해지기도 하고 아 떨려 힘을 쏟고 아 떨린다 떨려. 그렇게 자신감을 갖고 임했건만, 도와달라고 기도하며 연주했건만 떨린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다. 세상에서 방황할 때 특히 나의 솔로가 온 청중을 사로잡아야 할 바로 그 순간 아 이 긴장감이라니. 손가락은 왜 자꾸 뻣뻣해지는 걸까. 그래도 뱃속에 힘을 있는 대로 주고 맘껏 저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힘으로 목청껏 불어댄다. 용서받을 수 있나요~ 에서는 아주 간드러지게 그러면서도 호소력 있게 다가가야 한다. 잘하고 있는 걸까? 괜찮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 이 긴장감은 정말 칵 고꾸라질 것만 같구나. 온 힘과 정성을 쏟아부은 남편은 또 어떤 마음일까. 그래도 우린 끝났지. 이제 뒤에 또 듀엣을 해야 하는 P는 얼마나 그 긴장감이 더 옥죄어올까. 하이고 나는 끝이다. 휴우~




그렇게 떨리는 연주를 끝내고 우리는 뒤풀이로 팡팡 대패 집에 가 돼지고기 삼겹살에 오겹살에 별별 고기를 다 별별 채소와 함께 별별 버섯과 함께 맛있게 구워 먹었다. 회식자리에는 언제나 부부 함께. 부상자도 모두 함께. 밤늦는 줄 모르고 오랜만에 모여 많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내가 80킬로 넘는 몸무게였으니까 다행이지 말랐으면 치료가 힘들었을 거라고 합니다. 헉. 이번에 목이 아파 못하게 된 테너 주자. 이비인후과만 다녔는데 그 염증이 식도까지 타고 내려간 걸 몰라 나중에 대학병원 가서야 그걸 알고 치료하게 되어 많은 고생을 하고 이제 막 회복 중인 그가 말한다. 그러면서 몸무게 많이 나가는 것도 꽤 중요하다고. 헉, 어떡하지? 난 지금 다이어트 중인데!!! 하지 말까? 몸무게가 저리 중요하다는데. 하이고 걱정 하덜덜 말아라. 꼴랑 4킬로 빼겠다면서 키 163에 겨우 59킬로 목표면서. 그 정도 몸무게면 그 어떤 병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어. 그러나 또 살짝 스며드는 불안한 마음. 이 다이어트의 심각성. 정말 지방 연소하는 것으로 체질을 바꾸면 간과 신장에 이상이 오고 어쩌고 저쩌고. 인터넷을 뒤져 읽고 읽다 보니 별거가 다 있다. 불안하다. 그건 아니다. 난 그저 밥이 보약 입네 하고 살던 사람이다. 기 버터까지 해외직구로 샀으니 고것 까지만, 그것도 늘상이 아니라 공복이 길어질 때만, 그리고 지금처럼 밤에 안 먹고 음식을 조금 절제하면 그건 건강과 상관없을 게다. 무엇이든지 지나치지 않으면 된다. 너무 극심한 밀어붙이기 다이어트는 않으리라. 일반식으로 항상 좋아하는 것들로 먹되 밤에 안 먹는 것. 그러니까 16시간 공백은 지켜보고 늦게 일어나거나 행사가 있을 때 그래서 식사시간이 이미 코앞에 다가왔을 때는 방탄 커피도 안 먹는 것. 그렇게 내 멋대로 나의 다이어트를 하자꾸나. 


음 크리스마스 연주 때는 부상자들 모두 복귀합니다. 지휘자 말을 끝으로 모든 회식이 마무리된다.  나는 이제 저녁 7시쯤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그것은 참 큰 획득이다. 그 전엔 한밤중 12시에도 분위기상! 남편과 라면을 끓여 후루룩 냠냠 맛있게 먹기도 하고 떡에 과자에 커피에 사과에 참외에 참 많은 걸 먹었다. 배가 똥똥 아니 뚱뚱 아니 헉헉 거릴 정도까지. 그런데 이제 7시쯤이면 마감이다. 그건 정말 큰 장점이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7시에 16시간을 더한 11시까지는 웬만하면 안 먹고 버틸 수가 있다. 아니, 일이 없을 때는 집에서 방탄 커피를 우아하게 마신다. 그런데 문제는... 자꾸 떠오르는 탄수화물에서 지방으로 에너지원을 바꿀 때의 부작용에 대한 많은 글들.  요걸 하다 않으면 요요현상도 오고 하이고 인터넷을 뒤져보면 볼수록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글들. 신장과 간에 무리가 가고 별거별거 가 다 있다. 그 우려의 목소리들을 읽기 시작하니 끝도 없다. 모야. 그럼 방탄 커피 그런 거 그만할까? 방탄 커피 마시면서 탄수화물을 줄이지 않으면 더 살이 찐다는 등 그 피해사례를 얼마나 많이 늘어놓았는지. 모야... 그렇게 위험한 거야?


그러나 너무 탄수화물을 급격히 줄이는 거 아니고 급격히 빼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만 16시간 공백 유지하고 너무 배고플 때만 방탄 커피 마시는 거고 그 나머지 시간에는 먹던 대로 먹는 내 멋대로의 다이어트. 그렇게만 해도 무언가 상쾌하고 산뜻한 건 사실이다. 그거면 되었다. 그러니까 이런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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