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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02. 2022

두고두고 후회


세 부부가 있었다. 한 엄마가 밖에 나갔다가 누가 주었다며 떡 두덩 이를 들고 왔다. 거기는 그러니까 ABC 세 부부가 있었다. 나이 순으로 하자면 우리가 A 부부로 가장 나이가 많고, 그다음이 B 부부, C 부부가 막내라 할 수 있다. 한두 시간 이야기를 하고 나가면서 아까 누가 주었다며 떡을 가져왔던 B가 하나를 자기 가방에 넣고 나머지 하나를 툭 내려놓으며 급히 나갔다.


이 떡 가져가세요~
응? 내가? 아니 거기 가져가요~


C의 제안에 일단 나는 사양하는 듯했으나 그리 심하게는 아니고 자꾸 나보고 가져가라기에 결국 못 이기는 척 가져왔다. 떡이 무척 맛있게 생겼고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방 속 떡을 볼 때마다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남편에게 이야기해본다.


우리가 제일 나이가 많은데 양보를 했어야지.


헉. 남편도 같은 의견. 그렇지. 내가 먹고 싶으면 남도 먹고 싶겠지. 아, 한 발 물러나 끝까지 가져가라 할 걸. 왜 주는 대로 덥석 받아 넣고 왔을까? 내가 먹고 싶다면 C도 무척 먹고 싶었을 텐데. 내게 먼저 양보한 거니 거기선 도리어 내가 양보를 하고


아니 무슨 말이야. 가져가~ 우린 괜찮아.


 했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집에 와서 떡을 보니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막내 C에게 많이 미안하다. 어떻게든 C를 주지 제일 나이 많은 내가 그걸 꼭 가져왔어야 할까? 준다고 아무 일 아닌 듯 덥석 받아온 내가 너무 바보 같다. 다음부터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내가 먹고 싶다면 상대방도 먹고 싶지 않겠나를 꼭 생각하기로 하자.


(사진:친구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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