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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브루하임

미국 여행 5 (221120 - 221207)

by 꽃뜰

브루하임이라고 맥주라는 뜻의 브루와 애너하임의 하임이 합쳐 만들어진 이름의 맥주공장. 그곳엔 안주는 하나도 없이 그냥 맥주만, 특히 새로 만들어진 맥주를 시음해보는 곳이다. 짐을 풀고 산책 삼아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간 곳이다. 은빛 커다란 드럼통 같은 것들이 즐비한 맥주공장을 그대로 눈으로 보며 수많은 맥주들 이름 중에서 마시고 싶은 걸 주문하는 거다. 시음해보고 싶은 것들을 주문하면 동그랗게 구멍이 뚫린 나무 쟁반에 작고도 예쁜 와인잔 같은 곳에 맥주가 담겨 나온다. 구멍마다에는 번호가 적혀있고 맥주 이름 옆 빈칸에 번호를 적어 주문하면 같은 번호의 구멍에 주문한 맥주가 들어 있다. 맥주 이름과 맛을 잘 비교해볼 수 있도록. 오호 신기해라.


자, 어느 것부터 마셔볼까? 1번이 바로 요겁니다. 아들이 길고 긴 맥주 이름을 읊는다. 아, 몰라 몰라. 이름 너무 복잡해. 그냥 1번! 하고 마실래. 하하 이름 따위 몰라도 좋다. 새로운 맥주의 맛만 느끼면 된다. 새로 만들어져 그대로 슉슉 뽑혀 나온 생맥주는 아, 시원하고 참 맛있다. 어디 요건? 오호 상큼하네. 요건? 좀 달달해. 아, 이건 쓰다. 그렇게 요거 한 모금 조거 한 모금 뱅글뱅글 돌려가며 주문한 여러 개의 맥주를 골고루 맛본다. 안주 없어? 네 그냥 가볍게 맥주 맛만 느끼는 겁니다. 이 작은 거 한 잔에 얼마 꼴이야? 한 사천 원 정도입니다. 오호 괜찮네. 맛있다.


길고도 높은 의자지만 맥주잔을 놓고 앉으니 그런대로 편하다. 안쪽으로 더 넓고 사람들도 많이 앉아있는데 대놓고 사람들을 찍을 수 없어 빈 공간을 찾아 찍는다. 하하 그러나 사람들을 안 찍으니 실감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혼자 또는 가족이 또는 연인이 즐겁게 마시고 있는 장면을 초상권이 있는데 대놓고 찍는 건 아닌 것 같아 삼간다. 나도 눈치가 있지. 하하.


키 높은 의자 발걸이에 발을 걸치고 앉아 이런 맛 저런 맛 상큼한 맥주 맛을 느끼며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앞으로의 스케줄 하며 비행기가 어땠는지 등의 이야기들이 하염없이 쏟아져 나온다. 역시 대화에는 좋은 분위기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맥주만 앞에 놓고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족도 연인도 홀로도 앉아있는 그 풍경이 참으로 정겹다.


막 나가려는데 참 못생긴 개가 들어온다. 불도그. 하하 못생겼는데 볼수록 무언가 매력적이다. 그 주인은 금발의 미녀다. 하하 저 예쁜 아가씨가 저리 못생긴 개를? 영어를 해보자. 푸하하하 씩씩한 나는 그녀에게 May I take a picture of your dog? 오호호호 여기 미국인데! 통할까? 조마조마. 오예. Sure! Sure! 너무도 환하게 웃으며 답해주는 그녀. 오호호호. Thank you! 하며 여러 장 찍는데 급히 찍느라 많이 흔들려 옆모습 사진 하나 겨우 건진다. 하하 그래! 이렇게 자꾸 영어를 해보는 거야. 내 말을 알아들을까? 한국에서만 한 영어가 통할지 의문이지만 도전! 또 도전! 하하 너무 재밌다. 무엇이고 어디서고 난 또 영어를 해봐야지. 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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