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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테라니아 해변 Terranea Beach

미국 여행 4 (221120 - 221207)

by 꽃뜰

남들 신경 쓰지 말고 엄마가 쓰고 싶으면 쓰세요! 아들의 대답은 단호하다. 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냐 한다. 엄마가 쓰고 싶으면 쓰고 벗고 싶으면 벗고 엄마 위주로 생각해서 행동하란다. 그래도 미국에선 이런 마스크 쓰면 사람들이 뭐라 한다던데.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남에 대해 그렇게 신경들 쓰지 않아요. 그래서 난, 용기를 내어 골프 할 때 쓰는 햇빛가리개 헝겊 마스크를 씩씩하게 썼다. 그 해변의 누구도 나 같은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다. 나의 복면 같은 마스크는커녕 코로나 마스크도 쓴 사람이 없다. 약간 쌀쌀한데도 반팔 티에 반바지. 햇빛에 훤하게 몸의 많은 부분을 드러내고 걷는다. 난 따가운 햇볕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모자도 쓰고 선글라스도 쓰고 햇빛 마스크도 했는데. 그래도 남들 신경 쓰지 말라하니 그래! 내가 뜨거우면 쓰는 거지 모! 하며 남들이 모라 할까 그런 걱정 없이 씩씩하게 걸었다. 하하 마스크 쓴 사람 나 하나면 어때!


따뜻하게 입었는데 아침저녁은 쌀쌀하지만 대낮 햇볕의 열기는 대단하다. 겉 옷을 벗어 팔에 건다. 공항에 마중 나온 아들은 집으로 가는 길에 있다며 우리를 제일 먼저 이 멋진 해변으로 안내한다. 리조트인가 본데 입구에 경비원이 있다. 어쩌고 비치~? 하니까 우리 아들이 예쓰 하니 인도인처럼 보이는 정복 차림의 그 젊은 경비원은 굳 데이 어쩌고 하며 경쾌하게 보내준다. 리조트에 묵는 사람들의 주차장이지만 해변만 보려는 사람도 주차가 가능하단다.


차를 주차하고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멋진 개와 함께 산책하는 노란 금발의 여인, 웃통을 벚어젖힌 식스팩 청년. 조심조심 걷는 할아버지 등 다양한 백인들 위주였는데 마주치는 대로 굿모닝! 하며 지극히 명랑하게 인사를 건넨다. 아하 하이! 가 아니라 아침엔 굿모닝!이구나. 보는 사람마다 서로 비켜가며 굿모닝! 을 한다. 멋진 경치에 덩달아 얼마나 행복한 모습인가. 굿모닝! 굿모닝! 서로 오가는 인사가 그렇게 유쾌할 수가. 나도 점점 씩씩해져 굿모닝! 굿모닝! 크게 답한다.


선인장이 가득한 해변. 거대한 선인장으로 뒤덮인 해변가 언덕을 걷다 보니 '인도로 가는 길' 영화인가 책인가가 생각난다. 선인장 가득한 언덕을 온갖 상처 입으며 뛰어내려오는 금발의 여인. 인도 남자와 영국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그 아름다운 영화가 생각난다.


해변에 도착하기까지 참으로 아름다운 집들을 많이 구경했다. 꽤 부자 동네인가 보다. 해변에 나무 데크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걸어가니 커다란 바위가 나오고 그 끝에 작은 동굴이 있는 것 같은데 그리 내려갈 수 있지는 않다. 접근 금지가 되어있다. 그 바위 한쪽 끝에 바다를 향해 기다란 벤치가 두 개 있다. 한 벤치에 좀 나이 든 백인 여성 셋이서 수다가 한창이다. 그 옆 벤치가 비어있어 우리도 거기 앉는다. 햇빛이 너무 강렬하지만 그래도 한참을 바다 감상을 한다. 정말 넓다. 햇빛을 받아 새파란 바다가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난다. 바다 맨 끝에 거대한 배가 한 척 보인다. 아 좋다. 그런데 강렬한 햇빛을 견딜 수 없어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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