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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23. 2022

에어 프레미아

미국 여행 3 (221120 - 221207)

이거 정말 미친 가격 아닌가요? 오늘까지도 저의 아버지는 말씀하셨어요. 그거 사기 아니냐고요. 하하 맞아요 맞아.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하죠? 나랑 남편은 우리 옆자리에 앉은 청년과 맞장구를 치며 너무 기뻐했다. 사실 매우 싼 가격에 긴가민가 하면서 탔기 때문이다. 


미국까지 왕복 10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의 비행기라니. 저가 항공 아니라던데. 그게 가능할까? 그래도 10월 말 첫 LA 취항이니 새 비행기일 텐데. 일반 비행기 이코노미석보다 자리도 넓다던데. 그럴까 과연? 하면서도 아들이 아버지 칠순이라고 비행기 값이며 여행 경비를 모두 댄다는데 우리는 조금이라도 싸게! 싸게! 그래. 그거 타고 가자. 했던 것이다. 거기 더 해 기왕 싼 값에 타면서 프리미엄을 탈 필요 없다. 돈 더 내고 유료 좌석을 탈 필요도 없다. 가장 저렴하게. 98만 원에 LA까지 왕복표를 사게 했던 것이다. 50만 원도 안 되는 값에 미국까지 태워준다고? 자신 있게 그걸 타고 간다고는 했지만 사실 가는 그 순간까지 살짝 불아했던 건 사실이다. 과연! 


인천공항에서 10시 반이 되자 티켓팅이 시작된다. 줄을 쫘악 서있는데 직원 세명이 줄 서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짐을 어디 두고 있다 온 건 아니냐, 위험한 물건은 없느냐, 누구 부탁받은 짐은 없느냐를 꼼꼼히 묻더니 여권이며 챙겨야 할 것을 친절하게 말해준다. 오홋 시작부터 상냥한 직원들의 환대를 받는 느낌이라니. 좋아요 좋아~


드디어 우리 차례. 48시간 전에 이미 자리 예약을 해 온 우리는 좋은 자리 그대로 배정받고 룰루랄라 비행기를 탔던 것이다. 돈을 따로 10만 원을 더 내야 하는 맨 앞자리를 피해 두 번 째자리. 그러니까 이코노미 석으로는 제일 좋은 자리를 예약해 타니 이 또한 기분이 좋다. 일찌감치 자리에 앉는데 창가랑 가운데가 나랑 남편, 들어가는 입구에 건장한 청년이 이미 앉아있다 벌떡 일어나며 자리를 비켜준다. 


뉴욕에서 자랐다는 그러나 한국말을 너무나 잘하는 그 청년이랑 우리는 금방 친해진다. 어떻게 이렇게 우리말을 잘해요? 집에서 꼭 한국말을 하게 했어요. 영어는 나가서 하니까 집에서는 절대 한국말만 쓰게 했죠. 어눌한 우리말이 아니고 그냥 우리나라 청년처럼 그렇게 우리말을 잘했다. 그곳에서 태어났다는데 놀랍다. 나가서 영어 잘하라고 집에서 영어만 쓰게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청년과 우리는 정말 이 비행기 타기 잘했다며 좋은 점을 누누이 열거했다. 일단 비행기가 아주 새 거라는 것. 너무나 깨끗하다. 창문도 열고 닫는 게 아니라 손으로 터치하면 점점 까매지고 하얘지는 형태다. 안에서 조정하여 까매지고 하얘지는지 이 착륙 때 비행기 창을 열어야 하는 수고도 하나도 안 했다. 세련된 비행기 하하. 좌석도 일반 비행기 이코노미석보다 약간 넓은 것 같다. 너무 좁아 못 견디겠어하는 느낌이 전혀 아니었으니까. 이어폰과 담요가 주어졌다. 그 청년은 몸에 열이 많이 나 전혀 안 쓴다며 우리에게 주었다. 그래서 난 담요 하나를 무릎에 덮고 하나는 허리에 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밥!


(사진: 꽃 뜰)


매콤한 오징어 덮밥 아니면 파스타 두 종류였는데 우린 오징어 덮밥을 주문했다. 맛있다. 우리 입맛에 꼭 맞는다. 샐러드와 토마토 한 개. 맛있게도 냠냠. 그러니까 꼭 필요한 것만 꼭 필요한 때 주었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타고 아, 목이 마르다 할 때 즈음 스튜어디스들은 종이컵에 생수를 담아 쫘악 나누어 주었다. 물을 마시고 한 참을 가다 아, 또 목이 마르다 할 때쯤 또 물이 배달되었다. 그리고 아, 배가 고프네. 할 때쯤 정말 밥이 배달되었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드시겠냐 물었다. 물론 네! 대답했고 우리가 들고 간 보온병에 커피를 받았다. 


밥을 먹고 화장실을 써야 했는데 일반 비행기에서 줄을 서서 꽤 기다린 경험인데 별로 기다리지 않고 곧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적었느냐? 그건 아니다. 그 커다란 비행기 좌석이 거의 다 찼다. 그런데 무언가 체계적으로 운영하는지 여하튼 화장실을 많이 기다리지 않고 사용하여 난 참 기뻤다. 비행기가 새거니 그런 곳도 아주 깔끔하다. 그렇게 모든 밥 먹은 후의 뒷마무리를 끝내고 앉아 한참을 가니 또 목이 말라온다. 그때쯤 공수되는 생수. 하하 꼭 필요하다 싶을 때 꼭 필요한 것만 전달해주었다. 쓸데없는 걸 먹지 않으니 밥때가 되면 시장이라는 반찬과 함께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물을 마시고 잠을 푹 자고 일어나자 이젠 아침. 야채죽이나 스크램블드 에그와 소시지 감자튀김이다. 우린 하나씩 시켜 둘이 야채죽도 먹고 스크램블드 에그도 소시지도 감자도 먹었다. 맛있다. 많지도 않고 꼭 필요한 만큼이다. 


가는 내내 세 편의 영화를 보았다. 의뢰인, 모가 디스, 검사 외전. 한국어로 방송되고 영어자막이 나왔다. 영화를 보거나 TV프로를 보거나 스포츠를 선택해 볼 수 있었다. 난 너무도 재밌는 영화 세 편을 보면서 눈 깜짝할 새 미국에 닿았다. 


우아,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것 아닐까? 물론 우리는 LA 첫 취항 특가였을지 모른다. 여하튼 그 청년과 우리는 에어 프레미아 선택이 아주 탁월했음에 의견 일치를 보아 하이파이브를 했다. 꼭 필요한 것만 주니 배가 더부룩하지도 않고 깔끔하니 참 좋죠? 조만간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요? 네, 이 가격에 더는 탈 수 없겠지요? 하하 시작부터 즐거운 미국 여행이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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