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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아들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

미국 여행 6 (221120 - 221207)

by 꽃뜰

미국은 밤이 꽤 무섭다던데 이렇게 걸어 다녀도 돼? 묻지 마 총격전을 TV에서 본 나는 걱정되어 아들에게 묻는다. 우린 밤길을 걸어 맥주공장에서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여긴 안전해요. 위험한 지역이 따로 있어요. 하면서 안심을 시킨다. 오늘 밤엔 함께 잘 지내는 친구들이 부모님 오신다니까 인사드린다며 바비큐 파티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젊은 친구들이 우리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괜찮을까? 아이고 우리가 황송해서 어쩌지? 걱정하는 우리에게 아들은 더욱더 기막힌 말을 해주니 요리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오늘 바비큐 모든 준비를 맡았다는 것이다. 무어 우리가 준비할 거 없을까? 하는데 걱정 말라며 다들 준비해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오호.


한 명 두 명 도착하며 환하게 인사들을 한다. 요리 잘한다는 친구는 정말로 장을 한 보따리 봐 와 쓱쓱 준비가 한창이다. 내가 무어 도울까요? 해도 어머님 아버님은 그냥 앉아만 계시란다. 어마어마한 고깃덩이에 소금 후추로 간이 한창이다. 아스파라거스도 싱싱한 거 한 박스. 아무래도 질겨서 껍질을 벗기는 게 낫단다. 그거라도 하려 하니 아니라고 가서 앉아계시라며 다른 친구에게 전담시킨다. 파에 마늘에 버섯에 그 많은 양의 장 본 것들이 쓱쓱 싹싹 순식간에 바비큐 하기 꼭 좋게 준비된다.


남학생 3명 여학생 2명. 모두 이미 학창시절을 지나 사회인이지만 난 아들 친구들을 보면 자동빵으로 학생이라는 호칭이 따라나온다. 친구라기보다는 우리 아들이 대빵 형인가 보다. 형~ 형~ 하면서 마치 가족 같이 편안한 친근감이 오가는데 준비된 모든 걸 가지고 1층 바베큐장으로 향한다. 누구는 접시를 누구는 고기를 누구는 물을 누구는 술을. 하하 착착 분담되어 1층으로 이동이다.


커다란 테이블과 바베큐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미 한 테이블에는 젊은이들 열 명 정도가 모여 시끌벅적 맥주파티가 한창인데 얼핏 보기에 한국인 같은 여학생 남학생도 보인다. 물론 우리말은 들리지 않지만 느낌상 한국인임을 알 수 있다. 하하 묘하다. 어쨌든


우리는 베베큐 기구 앞 커다란 테이블에 자리 잡는다. 요리 잘하는 친구가 쓱쓱 불을 올리고 고기를 올리고 버섯을 올리고 아스파라거스를 올리고. 하하 거대한 파티가 시작된다. 하도 즐겁게 우리를 맞이해주니 말이 없는 남편도 젊을 때 야구로 시작해 테니스, 보울링, 골프에 이르기까지 공의 역사를 신나게 털어놓는다. 아니? 남편이 저렇게 말을 많이? 애들이 지루하지 않을까? 라떼 이야기를 저리도 신나게 하다니? 그러나 아들 친구 아니 후배들은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깔깔 재밌어한다. 흥이 난 남편은 정말 말을 많이 한다. 하이고.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 간 원소주! 그걸 돌려가며 한 잔씩 맛있는 고기와 함께 들이킨다. 와우 정종 맛이네요. 사케 맛 같아요. 구하기 힘들다 해서 어떻게든 찾아냈습니다. 하하 잘 구입한 내가 으쓱으쓱 뽐낸다. 신나게 먹고 신나게 이야기하고 얼큰하게 취하고. 다 먹고 나니 이번엔 한 여학생이 사 온 특별한 치즈케이크 디저트. 아, 맛있다. 쓱쓱 치우는 것도 얼마나 들 재빠른지. 모두 함께 다시 아들 집으로.


가져온 그릇들 식기 세척기에 넣어 돌리고 누구는 설거지 담당 누구는 밥 담당 누구는 고기 담당 하하 너무도 재미있게 시스템이 돌아간다. 그리고 이제 불을 은은하게 약한 조명을 해놓고 음악이다. 아들이 키보드를 연주하고 요리 담당이 기타, 설거지 담당이 드러머인데 작은북. 그리고 또 한 여학생이 보컬 담당.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다. 신청곡도 받는다. 남편이 비와 당신을 불러달란다. 와우 예쁜 음색의 보컬이 비와 당신을 매력적으로 부른다. 술 못하는 남편이 맥주에 소주에 와인까지 마시고 벌겋게 되어 기분이 너무 좋다.


이렇게 따뜻한 모임이라니. 종종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고 연주를 한다는 친구들. 너무 좋다. 이 먼 미국 땅에서 한국 친구들과 정겨운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오래오래 함께 하기를. 좋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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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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