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산타 모니카 해변

미국 여행 7 (221120 - 221207)

by 꽃뜰

산타 모니카 해변 하면 내겐 특별한 추억이 있다. 거의 30년 전 난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 살고 있는 오빠 집에 왔었다. 나보다 아이가 늦게 생긴 오빠의 아이들은 아주 어렸고 나의 아이들은 한창 개구쟁이인 초등학생이었다. 그때 오빠는 일이 바빴기 때문에 새언니가 우리만 산타모니카 해변에 내려주었다. 오빠 애들이 너무 어렸기 때문에 기념으로 상가 앞 긴 벤치에 앉아 사진만 찍고 나중에 데리러 오기로 하고 나와 아들 둘만 남겨놓고 갔다.


아들 둘과 조금 하는 영어 하나만 믿고 씩씩하게 그 해변 산책을 시작했다. 그런데 해변 따라 멋진 자전거 도로가 있고 쌩쌩 자전거들을 타고 있다. 앗, 우리 아들들도? 둘러보니 자전거를 빌려주는 것 같은 곳이 있다. 그리로 아들 둘을 데리고 가서 일단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되었다. 무언가를 맡기고들 자전거를 빌리는데 그게 아마 아이디카드였는지 그런 거 없다고 하자 그렇다면 100불을 맡기라는 것이다. 내 지갑에 100불은 있었고 선뜻 그 돈을 내고 아이들 자전거를 빌리려 하자 뒤에 줄 서 있던 미국분들이 우~ 우~ 무언가 100불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주었다. 그게 무언가 든든하면서도 신기했던 기억이다. 어쨌든 100불을 내고 난 자전거를 빌렸다. 게다가 난 자전거를 탈 줄 모르기 때문에 큰 애에게 동생 잘 데리고 이 길 따라서만 자전거를 타고 있으라고 단단히 부탁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해변가의 멋진 집들을 구경했다. 그 추억의 산타모니카 해변.


이제는 이미 커버린 아이들. 마침 그때 사진이 있어 추억할 겸 함께 올린다. 그리고 해변가 화장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난 화장실에 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쫙 서 있다. 화장실 문 앞에 가지 않고 그냥 입구에 서 있는 것이다. 왜 바로 문 앞에 안 갈까? 덩달아 줄을 서 있으면서도 그게 매우 궁금했다. 그때 우리나라에선 모두 화장실 문 앞에 줄을 섰기 때문이다. 문들마다 빈 채로 놔두고 도대체 왜 입구에 있을까? 영 이해가 안 되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될 즈음 아, 참으로 합리적인 줄서기구나! 감탄하며 깨달았다. 줄을 잘못 서서 일찍 왔음에도 늦게 되는 경우, 또 안에 있으면서 시간 오래 걸리면 눈치 보이는 거 등등 그런 게 전혀 필요 없는 줄 서기였다. 그렇게 감동의 줄 서기를 경험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그런 줄 서기가 당연하다.


그때를 추억하며 해변을 따라 걷는다. 아, 해변으로 내려와 걷기 전 산타모니카 피어라고 레스토랑도 있고 카페도 있는 나무다리 위에 먼저 갔다. 끊임없이 연주가 이루어지고 있어 바다를 보며 노래를 들었다. 산책로에는 우리처럼 그냥 걷는 사람도 많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킥보드 타는 사람도 많다.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여유롭게 걷고 있는데 앗! 앗앗! 젊은 여자도 아니다. 한 50은 되어 보이는 여자인데 아, 노브라 정도가 아니라 유방 두 개를 당당하게 내놓고 그러니까 웃통은 홀라당 벗은 채 쌩쌩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맞은편에서 달려오는데 무심코 보다가 앗 그게 진짜 유방이라는 것을 알고 하하 난 얼마나 부끄럽던지. 아니 그런데 그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가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유방이 크고 오뚝할 수 있을까? 아니 이 사람 많은데 어떻게 여자가 웃통을 벗고 달릴 수 있지? 와우.


길을 걷다 보니 이번엔 체격이 건장한 아저씨가 아래 아가씨를 잡아주며 공중 그네를 탄다. 매달린 아가씨는 함께 공연하는 팀이 아니라 그냥 산책 나온 아가씨 같다. 아무나 오면 그렇게 거꾸로 매달려 손을 잡아주는가 보다. 저것도 일종의 운동일까? 수염이 하얀데 세상에 저런 체력이라니. 또 와우.


해변가 끝에 아들 친구가 하는 기념품 샾이 있다. 남편은 모자를 사고 나는 우리 모두 함께 입을 티셔츠를 산다. 하하 우리 단체복이다. 아들 친구도 함께 해변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님이 꼴깍 오늘 하루를 마감하려 한다. 우리도 산타모니카를 마감한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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